(10.5화) 발가락 사이 모래알
영어로 'Poem' 쓰기
텍사스로 이사 와서 나는 우연한 기회에 라이팅(writing) 수업을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평소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하지만, 영어로 글을 써볼 기회는 많지 않았던 것 같다. 주로 토플을 공부할 때, CV나 커버레터를 작성해 볼 때 라이팅을 해봤던 것 같다.
내가 듣게 된 수업은 다양한 주제로 에세이를 작성하는 것이 주된 과제였는데 학기 마지막엔 영어로 된 '시'를 쓰는 것을 목표로 했다. 내 모국어로도 써보지 않은 시를 써야 하다니. 나에게 '시'는 항상 닿지 못할 높은 곳에 있는 듯한 존재였다. 간결함 속에 모든 걸 담아내야 하는 시의 특성상 나에게 시는 글쓰기의 최고봉에 있는 고수들만이 쓸 수 있는 천상계에 있는 영역이었다. 시를 완성해야 한다는 목표가 나를 주저하게 만들었지만 그래도 이왕 이렇게 된 거 한번 도전해 보기로 마음먹었다.
나에게 시는 형식이 가장 중요해 보이는 장르였으므로 처음엔 감도 못 잡고 상당한 압박을 받았다. 이에 선생님은 형식에 구애받지 말고 강박 없이 자유롭게 쓰라고 말했다. 시를 쓰기에 앞서 다양한 주제로 에세이를 썼다. 그 목적은 뚜렷했다. 나에게 가장 강렬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글감을 찾으라는 것.
선생님이 던져준 주제는 다양했다. '가장 완벽했던/행복했던 날은 언제였는가', '어른이 되었을 때 무엇을 하고 싶었는지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당신은 어떤 어린 시절을 보냈었나?'와 같이 글을 쓰다 보면 감정적일 수밖에 없는 주제들이었다. 매주 한 편의 에세이를 작성했는데 결과물이 쌓이다 보니 학기 막바지에 다다를수록 나의 감정선은 시를 쓰기 최적의 상태로 점점 더 센티멘털해져 갔다.
하지만 여전히 시를 어떻게 써야 할지 몰랐던 나는 구글에서 유명한 시를 몇 편 찾아 읽었다. 하지만 평소에도 시를 자주 접하지 않았던 내게 이는 더 큰 혼란을 주었다. 노트북 앞에 앉아 깜빡이는 커서를 바라만 보길 몇 차례, 냉수나 한 잔 들이켤 요량으로 냉장고로 향했을 때 냉장고에 붙어있던 스누피 마그넷에 적힌 글귀가 눈에 들어왔다. "Small is everything under the sky."
유레카! 이런 식으로 적으면 되겠구나. 나는 곧장 시를 쓰는 작업을 시작했고 그러다 중간에 표현이 막힐 때면 구글의 도움을 받으면서 조금씩 진도가 나가기 시작했다. 내가 시를 적으며 참고했던 자료들은 시가 아니었다. 팝송 가사들이었다. 정제된 문장 속에서 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함축적으로 담아낸다는 점에서 시와 노래의 가사는 그 결이 비슷했다. 그렇게 나는 총 3개의 시를 완성할 수 있었다.
나의 할머니에게 바치는 <My evergreen garden>, 나의 남편에게 바치는 <My lucky star>, 그리고 나의 친구들에게 바치는 <The First & Farewell Trip>이다.
<My evergreen garden>은 나의 작품 중 하나인 '춘자 씨가 사는 그 집'에서 가져온 글감으로 할머니에 대한 사랑과 존경을 담아 썼다. < My lucky star>은 우리 연애사부터 결혼관이 담기도록 노력해 창했다. <The First & Farewell Trip> 은 나의 브런치 글 중 하나인 봄날의 걸즈트립(Girls Trip)을 함축적으로 표현해 봤다. 친구들과 떠났던 가장 완벽했던 하루에 대한 내용이다.
시를 쓰는 작업을 하며 온전히 그때의 추억을 회상해 볼 수 있었고 그때의 감정이 되살아 나는 느낌을 받았다. 시를 마무리 지어 갈 때쯤엔 그 어느 때보다 센티한 사람이 되어가고 있었다.
부족한 실력이지만, 내가 처음으로 써 본 포엠(Poem)을 소개해보겠다.
My Grandma is a purple like a lilac
Purples lilacs symbolize the first feelings of love
The love she gave me was fertile ground
The ground nurtured my roots to grow firmly
My Grandma is a stone, a diamond
Brilliant, elegant, and tenacious
Tenacious for study, inspired me “never too late to learn”
Learned how to achieve my goals, how graceful is the spirit of challenge
My Grandma is a garden, alive in my heart evermore
Evermore, I can back up again if I remember the smell of dirt, wind, and flowers
The flowers she planted in her garden gave me power, that a beloved little girl
Had endless love, by virtue of this love I became a person who can give love to oth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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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ummer, when everyday was like a gift with irregular heartbeat
The campus, where I met someone who made me laugh
You, who makes my world colorful, not black and white
Marriage, how to stay in the orbit of my star
Trust, why I chose to be your lighted planet
Universe, what I want to make with you from now on
The First & Farewell Trip
With a cloudless sky in April, we headed to Charleston
Our first trip to a favorite city, it was also a farewell
Spaceless and timeless were the moments we spent together
Swaying palm trees and Spanish moss welcomed us
Unforgettable memories: the sound of waves and mirth
Our euphoria grew with my early HBD toast and pink balloon
Trustworthy pals, who will always be there for me
Poured my heart out to my friends, my comfort zone, until sunset
A memorable walk along the starry night streets of Charleston
Toured historic downtown, pink and purple buildings, and flowers smiled for us
Enthralled by a white church on the way, by chance
Prayers for our friendship, as the years roll by it will never die
I recall the bittersweet memories, crying when the trip ended
Still feeling that way now, my heart is empty without my besties
Oh, our glorious days fade away, let’s grasp our memories, applaud the mo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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