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노란대문 Oct 26. 2023

길에서 퍼지는 알싸한 한약 냄새, 간접 마약 체험

까딱하면 철컹철컹

한국에서 가끔 어깨가 결리거나, 근육통이 있거나 , 직업병이 도지면 종종 찾아가는 곳이 있었다. 뜨끈한 쑥 냄새, 알싸한 한약 냄새가 마음을 평안하게 해 주던 한약방. 특히나 옆에서 누가 뜸이라도 들라치면 싸하게 퍼져나가는 그 냄새를 참 좋아했다. 뭔가 냄새부터 알싸한것이 온 몸을 치유해주는 기분이랄까. 그 뿐이랴, 한약으로 몸 보신을 하다보니 홍삼같은 건강 보조제의 쓴 맛까지 사랑하게 되었다.


그러니 머나먼 외국땅에서 담배 냄새 사이로 슬쩍 퍼지는 한약방 냄새라니! 반가움과 신기함에 ‘여기 혹시 한의원이 있나봐’라고 외치며 고개를 둘레둘레 돌려보았다. 머지않아 그 고개를 절레절레 하게 되었지만.




삶이 지칠때, 여러분은 어떤 방법으로 스스로를 위로하나요? 라는 질문을 받으면 맛있는 것 먹기, 운동하기, 재밌는 것 하기, 등등 각자의 취미생활을 나열할 것이다. 그중에 담배에 대해서 잠시 이야기 해 보자.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나라의 면적이 작고, 또 수도권에 많은 것들이 몰려있다보니 서울 경기권은 인구밀집도가 상당히 높은 편이다. 그래서 그 작은 공간을 잘 활용하려다보니 어쩔 수 없이 인간과 인간 사이의 공간이 조금씩 더 가까워질 수 밖에 없다. 그러다보니 상대적으로 많은 비흡연자들을 위해 정해진 곳에서만 흡연을 할 수 있다. 또한 시중에서 유통되는 담배는 꽤나 높은 몸값을 자랑하는데 ‘만들어진’ 기성품만 판매한다.


그런가 하면 이곳 독일은, 인구밀집도가 서울, 경기권에 비해 현저히 낫다. 그러다보니 쇼핑단지가 몰려있는 곳이 아니면 지나다니는 사람이 어쩌다 한번씩 눈에 띄일 정도. 그래서 그런지 흡연에 대해서 상당히 관대하다. 유모차를 끌고가며 자유로이 즐기는 사람들, 레스토랑 바깥자리에 앉아서 자유롭게 즐기는 사람들 부터, 길에서 담배피는 사람도 상당하다. 버스 정류장에서는 말할 것도 없고, 심지어는 집 안에서도 즐기는 사람이 상당하다. 개개인의 자유를 존중하는 의미에서 ‘흡연’의 자유가 우리나라보다 좀 더 폭 넓게 유지되고 있다. 그래도 이제는 공공장소 안에서 담배피는 것이 금지되었고,(버스 안, 지하철 역사, 기차 안) 가끔가다가 ‘금연 건물’로 지정되는 경우도 드믈게 있다.


그래서 그런지 이미 잘 완성된 담배 말고, 담배 속 재료, 필터, 그리고 담배 종이를 따로 판다. (담배 속 재료는 신분증을 제시하고 사야 한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이다보니 수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담배를 직접 말아서 피운다.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내릴 역이 다가오면 필터를 입에 물고 야무지게 담배를 돌돌 마는 이들이 눈에 보인다.


자, 이들 사이에서 좀더 곤드레, 만드레를 원하는 이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은 종종 담배속에 약간의 마법의 재료를 쇽쇽 섞는다. 혹은 이 마법의 재로만으로 담배인척 휘리릭 휘리릭 말아놓는다. 그러면서 길에서 시원한 바람은 맞으면서 쑤욱 빨아들이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내가 맡았던 그 한약 냄새의 원인인데, <대마초>이다.


처음에 그 정체를 모를 떄 주변에 있던 독일 생활 약 10년차인 친구에게 물었었다.

“길에서 한약 냄새가 종종 나던데 그게 뭐야?’”

“한약 냄새? 설마 대마 말하는거야?“

“뭐? 그거 마약 아냐?”

“응 맞아 마약”


세상에. 누가 생각이나 했겠는가. 당당하게 길에서 마약을 하는 나라라니! 마약이 합법인고 하고 물으니, 지금까지는 대마초 재배와 판매는 엄격하게 금지 되었지만 개인이 소장하여 피우는 것은 합버이라는 아주 이상한 정보를 들었다. 심지어는 이 글을 쓰며 찾아보니 올해 - 2023년 연말 부터는 대마초 재배도 한정된 수량 안에서는 합법으로 바꿀 예정이란다. -

18세 이상 시민은 누구나 1인당 대마초 25g을 보유할 수 있고, 대마초용 대마 3그루를 재배할 수 있다. 씨앗은 7개, 꺾꽂이한 가지는 5개까지다.

*출처 : 경향신문 https://m.khan.co.kr/world/world-general/article/202308171005001 


원효대사 해골물 처럼, 종종 고향을 생각나게 하던 그 알싸한 한약 냄새는 이제 공해를 일으키는 냄새가 되었다. 그래서 이제 어디서나 알싸한 한약 냄새가 풍겨오면 코부터 막고 보는 것이다. 간접 마약이라니. 완전히 사양이다.


혹여나  독일행을 결심하는 분들 중, 마약에 대해 너른 마음과 호기심이 생기는 분이 있다면,  우리나라는 마약이 불법이라 걸리면 처벌받는다는 사실 기억하시길. 어디까지나 대마초가 합법인 것은 이 감자국의 사람들에 한해서이니.




오늘의 독일 생활 팁

1) 길 가다가 알싸한 냄새가 나거든 코를 막기를. 그것은 대마입니다.

2) 대한민국 시민권과 여권을 가진 사람은 마약을 하면 처벌받습니다.

 


이전 01화 오늘은 만났다. 독일의 암행어사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