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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란대문 Nov 05. 2023

베를린의 명물, 신호등 맨

뽀짝뽀짝 귀여운 신호등

화려하기 그지 없는 수 많은 유럽 유산들을 자랑하는 주변국을 둔 독일! 프랑스부터 이탈리아까지, 지나간 역사들이 만들어낸 관광문화들이란! 그야말로 조상님덕을 잘 본 나라들이 주변에 즐비하다.


그에 비해 독일은 '살기 좋은 나라'로 순위권에 올라간다. 기준이 뭐냐면, 독일에서 약 10년간을 살아낸 생생한 현장경험이랄까. 이곳에 살다 보면, 독일이 참으로 코어가 튼튼한 나라라고 느껴지는 순간들이 분명히 있다.

요모조모 사람들을 알게 모르게 지원해주는 정책들부터, 코로나가 닥쳐왔을 때 소외받는 이 없이 지원금을 주려는 모습까지. 깊게 파고 들어가면 어디나 명암이 존재하겠지만, 오늘의 주제는 '귀여운 신호등'이니 다른 주제는 우선 다음에 나에게 토스- 하고, 신호등으로 돌아가보자.




처음 베를린에 타란- 하고 도착했을 때의 첫 느낌은 '음, 생각보다 심심한데?'라는 것이었다. 애를 쓰고 눈을 크게 뜨고 봐야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 유럽- 모습이 요모조모 보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베를린에서 거주하는 유학생 중에 몇몇은 '베를린은 완전 서울같아'라는 말도 하기도 하니, 비단 이것은 삶의 편의 때문이라기 보다는 도시가 주는 느낌이 그러한 탓이다.


게다가 이전에 동독과 서독으로 나뉘었던 역사를 품은 만큼, 동베를린이었던 곳과 서베를린이었던 곳이 분위기가 꽤나 다르다. 동독이었던 쪽은 공업도시의 면모를 띄고, 재개발이 되면서 꽤나 현대적인 건축물이 많이 있다. 아파트나 빌딩 같은 것들이 주 주거형태를 띄고 있어서 예쁜 유럽-을 상상하면서 보면 꽤나 쿨-한 느낌을 준다.


그에반해 서독이었던 지역으로 넘어가면 아기자기한 건축물이 많이 남아 있다. 시청이 있는 건물들도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건물들에 입주해 있는 경우가 많고 좀 더 '유럽다운' 분위기를 낸다고나 할까.


상황이 이렇다보니 아름답기로는 서독의 소도시들을 이길 수가 없고, 쿨-하기로는 동독의 다른 도시들을 이길 수가 없다. 어느 한 쪽으로도 치우치지 않아서 거주하는 입장에서는 꽤나 행복한 부분들이 많지만, 관광산업으로는 쉽지 않는 상황이었을 것이다. 게다가 도시 하나가 두 이념으로 동강나 있다가 다시 합쳐졌으니 사람들 사이의 여러거지 감정들이 쉽사리 뒤섞이지도 못했고.


독일은 1989년 서독이 동독을 흡수통일했다. 그러다보니 '동독 출신'이라는 꼬리표는 쉬이 지워지지 않는 주홍글씨 같은 것이었다. 서독도 경제적으로 거의 한 나라를 끌어안는 것과 다름없는 결정으로 했으니, '동독발전세금- 통일세'라는 것을 내야 했다. 2021년에 들어서야 겨우 '부분폐지-고 소득자를 제외하고는 더 이상 통일세를 내지 않는다-'가 되었으니, 서독이 동독에게 가지는 감정이란.


갑자기 독일 역사 이야기가 길어진 이유는, 암펠만이 바로 그 동독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서독에게 흡수 통일 되어 은근한 차별과 경시, 무시 등으로 자신감을 잃어가고 상처를 가지던 동독 출신들, 그 중에서도 한 도시 안에서 얼굴을 맞대야 하는 동 베를린 사람들의 희망이었던 역사를 품고 있다.


귀여운 암펠만은 얼굴만한 모자를 쓴 모양으로 제작되었는데 이를 디자인 한 사람이 바로 동독의 교통 심리학자 칼 페글라우 박사(Karl Peglau) 이다.

운전자를 위한 신호만 있던 , 강한 자만이 살아남던 동독. 그러다 보니 너무 많은 사고가 일어나서 보행자, 특히 노약자들을 보호가 위한 디자인을 의뢰 한 것이다. 그는 디자인을 하면서 아이들이 친밀감을 느끼고, 노인들이 멀리서도 뚜렷하게 확인 할 수 있는 디자인을 만들었다. 거기에다가 색맹인사람도 알아차릴 수 있도록 모양만 봐도 '건너는 신호'인지 '멈춤 신호'인지 알아 차릴 수 있도록 아주 직관적으로 디자인했다.



그렇게 동독의 상징이 되었던 암펠만이, 1989년 통일 이후 베를린에서 다시 한번 '암펠만'이 되었다. 비로소 동베를린 출신의 사람들도 흡수되었지만 기억할 수 있는 '나만의 휴식처'를 찾은 기분이었을 것이다. 그 암펠만이 지금까지도 남아서 베를린 곰과 더불어 베를린의 명물이 되었다.


암펠만 숍 앞에 서 있는 당당한 조각상


그래서 누구랄 것도 없이, '나 베를린에 왔어, 뭐 봐야해?' 하고 물어보면 '뭐 이모저모 둘러보다가 떠나기 전에는 꼭 암펠만 숍에 들렀다가 가' 라고 소개하는 장소가 되었다. 언젠가 내가 삶의 터전을 다른 곳으로 바꾸게 되면 제일 그리워할 두가지는 귀여운 암펠만과 베를린 돔의 종소리가 될 것 이다.


매일 아침 출근을 하며, 저녁에 퇴근을 하며, 장보러 가며, 친구 만나러 가며. 등등 베를린의 삶의 모든 순간에 함께한 암펠만. 커다란 모자를 쓰고 '뚜벅' 하면 한 걸음 내딛는 초록불을 보면, 지친 몸도 어느새 읏챠 하고 추스르게 되는 마법이 있었다.



베를린을 대표하는 명물이다보니 꽤나 높은 몸값을 자랑하는 녀석이지만 언젠가는 귀여운 암펠만 기념품을 하나쯤은 가져봐야지!



오늘의 독일 생활 팁

1. 암펠만은 베를린에만 있다.

2. 꽤나 귀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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