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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란대문 Oct 29. 2023

약을 안 주는 독일 (Feat. 1차 병원가는 방법)

나 진짜 아파서 죽을거 같아-아냐 사람은 쉽게 죽지 않아.

오늘도 의사선생님과 씨름중이다.

“나 진짜 너무 아파서 약 먹어야 할 것 같아.”

“음, 나는 너에게 < 차 마실 것>을 추천해. 독일에 좋은 차가 많은 것을 알고 있니?”

“나 그냥 약 주면 안될까? 아픈지 일주일 째야..”

“오 그럼, 이제 거의 다 나을 때가 되었네!”


하하. 켈록켈록 피를 토할 것 같은 감기를 뱉어내는 나를 보면서 의사선생님은 따수운 미소를 지었다.

“저런, 많이 고통스럽겠다. 내가 병가를 낼 수 있게 서류를 써 줄 테니 푹 쉬렴. 아픈 것은 너가 쉬어야 한다는 말이란다. “

“아니.. 선생님..! 제발 약좀 주세요..“



켈록 콜록. 한국에 있을 적, 심심하면 감기에 걸리던 아주 나약한 내 몸뚱아리. 거기에다가 위염, 장염, 가끔은 위경련까지. 다양하고 여러가지 방법으로, 혹은 반복적인 방법으로 내 몸은 나의 멘탈 흔들기에 여념이 없었다. 아 멋진 인생이야. 열에 들뜬 헛소리를 하며 비척비척 병원을 찾아가면(예약없이!) 네, 환자분. 하며 친절하게 내 인적사항을 받아적던 간호사 선생님. 그리고 약간 시간이 지나면, ‘슨생님 제가 여기가 아프고 저기가 아픈데, 위도 약해서 훌쩍“ 하면 어느새 내 손 안에는 위를 보호하는 약 부터 콧물약, 해열제 등등 종류별로 건제던 조제약. 내 손안의 작은 병원.


그런 따스한 병원 시스템에서 벗어나자 여기는 차가운 감자국. 병원 한번 가는 것도 일이다.


1) 우선 전화로 예약을 잡기 위해 영원히 울려대는 전화벨의 산을 넘어야 한다. 그 띠리리링,띠리리링 소리가 환청으로 들릴 때 쯤, 바쁘고도 급한 목소리로 간호사 선생님님이 전화를 받는다. 아주 높은 확률로 속삭이듯이, “여기는 어디에 우치한 누구의 병원입니다‘하고 전화를 받을 것이다.


2) 그 속삭이는 전화에 대고누구고, 예약을 하고 싶고 하고 이야기 하다보면 너는 우리 병원의 새로운 환자인지 아니면 이미 다녀본 적이 있는 환자인지 물어본다.

만약 아주 다행으로 그 병원이 신입 환자도 받아준다면 산 하나를 넘은 것이지만, 우리는 새 환자는 당분간 안 받아. 라고 거절당하면, 응 안녕. 하고 인사 한 뒤 다시 이리저리 전화를 돌리는 것이다. 어디 신입환자 받아줄 병원 없나요? 하면서.


3)요새는 이런 병원예약 시스템을 좀 쉽게 하기 위해서  doctolib​이나 jameda​ 라는 사이트가 생겼다. 그러니 사이트를 이용하면 이렇게 영원한 전화의 산을 좀 더 쉽게 넘을 수 있다. 다만 병원에 갈 수 있는 날짜는 아마 서너달 뒤가 될 것이지만. 너무 급하다면 몇번을 거절당해도 전화만한 것이 없다. 혹은 꼭 가고 싶은 병원이 있다면 병원 이메일로 현재 몸 상태에 대한 상황 설명과 가지고 있는 보험을 상세하게 적어서 보내는 것도 방법이다. 병원에서 그것을 보고 긍휼한 마음을 가지게 되면 언제가 되어도 예약을 잡아줄수도 있다. 만약 당장 내일이라도 와도 된다는 병원이 있다고? 당신이 사보험이라면, 혹은 공보험이 있지만 돈을 내고 진료를 받을 것이라면 가능한 이야기이다. 하지만 공보험의 효력 안에 머물려면. 1번부터 차례로 다시 시도한다.


4) 이 지난한 예약의 산을 넘으면 드디어 예약 날짜와 시간을 받아서 1차 병원-가정의학과 에 갈 수있다. 보험카드를 챙기는 것을 절대 잊지 말기.


5) 예약한 시간에 가도 좀 기다린다. 보통 기다리는 장소가 정해져 있고 안에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다면 가볍게 할로- 하면서 인사를 주고 받는다.


6) 드디어 의사를 만난다.


7) 차를 마셔보라는 처방(?)을 받는다. 독일 약 차는 아주 유명하다.. 유명한 만큼 효과도 좋다. 감기차, 위*장을 위한 차,기침차 등등 종류도 다양하다. 의사들이 그 차를 사랑하는게 분명하다.


8) 공보험의 경우 보험 적용이 되기 때문에 돈을 내지 않고 집으로 향한다.


9) 빈손으로 집에 온다…?!  혹은 근처에 로드샵(데엠이나 로스만)에서 처방받은(?) 약 차를 사서 집에 와서 슬피 울며 마신다.


한 독일 병원의 대기장소. 들어서면서 사람들과 가볍게 할로- 하는 인사를 주고받는 다면 당신은 매너인 :)


아니!!!! 내가 이렇게 아프고 콜록  켈록,. 열펄펄인데. 의사는 왜이리 유난을 떠냐며 나를 나무란다. 그리고는 ‘집 가서 푹 쉬라’는 처방을 내려준다. 감기는 쉬는게 최고야. 간기정도로는 약을 먹으면 안돼. 라는 경고의 이야기와 함께. 몸이 아픈 것은 쉬라고 몸이 보내는 신호란다. 그래서 옆자리 동료도, 위층에서 일하는 동료도, 아랫층 동료도 다들 아프다며 병가를 냈구나. 필요하면 병가를 위한 서류도 써준단다.  코가 빨갛게 되어서 다시 한번 켈록 거리며 어필해봤지만 어림도 없었다.


그러던 또 다른 어느날, 이번에는 감기가 아니라 위염이었다. 1번)- 6번) 까지의 과정을 겪고 7)번에 도달하기 전, 나의 아픔을 다시 한번 마구 어필했다. 의사는 내 얼굴을 한번 보며 어휴- 하고 한숨을 내쉬고는 조심스레 위를 한번 체크하더니, 자신의 찬장을 열어서(!) 약 상자를 꺼내더니 네 알(?)을 잘라줬다.


“저번에도 그러더니 너는 너무 약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어. 내일까지 이만큼만 먹어.”


아니 선생님. 이게 무슨 말이에요. 위염이 얼마나 고통스러운데. 흑흑 다시 어필해봐도 어림도 없다는 얼굴로 ‘놉’을 외치는 참된 의사. 아아. 히포크라테스가 살아돌아온다면 바로 여기일거야. 이렇게 독일의 1차 병원인 가정의학과에 적응하는 기간이 있었다. 왜 1차 병원이라고 말하냐면, 좀더 전문 병원을 가고 싶으면 한번에 신입 환자로 등록하기에는 아주 어렵기 때문에, 1차병원에서 워버바이중(소견서)를 써 주고 그것을 들고 연락하며 예약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소견서가 있어도 병원에 실제로 가기까지 한두달 걸리는 것은 아주 일반적이다.


시간이 좀 더 지나자 정말로 ‘약을 받을 만큼’ 아픈 경우도 있었고 종종 처방전도 받았다. 하지만 한국처럼 여러가지 약을 섞어서 조제약으로 주는 것이 아니고, 완전하게 포장 된 형태의 기성품을 약으로 처방한다. 따라서 병원에 가기에는 영원히 예약이 안 잡히고, 너무 몸이 아프면 약국으로 바로 달려가는 것도 방법이다. 의사의 처방 전 없이 살 수 있는 약이 많고 약사들이 아주 좋은 약을 잘 권해주기 때문에.


그럼 의사가 처방해주는 약은 무엇이 다른고 -

처방전 없이 살 수 있는 약이라도 의사의 처방이 있으면 보험 혜택을 받아 훨씬 저렴해진다. (예를 들어 8유로 짜리 약이 2유로가 되는 마법) 혹은 좀더 강한 성분이나 기간을 반드시 정해놓고 먹어야 하는 경우 의사의 처방이 있어야만 약을 구매 할 수 있다. 병원 데스크에서 받은 종이를 약사에게 건네면 약국에서 알아서 챙겨준다. 혹은 지금 약이 없으니 주문해서 내일 받으로 오라고 하거나.


이렇게 병원 한번 가려고 하면 한두달은 기본이니 병원 예약 기다리다가 다 나아버린다는 우스객 소리도 있다. (아니, 사실 하나도 안 웃겨..)

그러니 예방이 최고의 방법이라 집에는 약차가 쌓여간다. 지금도 몸이 으슬으슬해서 의사들이 사랑하는 <감기차>를 호록호록 마시는 중이다.


여러분 몸이 아파? 그럼 약차 한잔 좝사봐..



오늘의 독일 생활 팁

1)병원 가는 것은 만만치 않다. 아프지 말고 건강하자

2) 병원 가기 전 예약은 필수다. 한두달, 서너달까지 걸릴 수 있다.

3)약이 아주 급하다면 약국으로 향해라. 처방전이 필요 없는 약을 약사가 추천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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