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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이 Oct 24. 2023

내가 명상을 하는 이유

올해 초부터 시간이 날 때마다 아침에 두꺼운 방석 위에 앉아 명상을 하고 있다. 가부좌를 트는 방법은 모르는 지라 그냥 아빠다리를 하고 앉아 calm 어플을 켜고 그날그날 달라지는 명상 가이드에 따라 하루에 10분씩 명상을 한다. 명상을 하기로 마음먹은 것은 마음이 고요해지고 싶어서였다. 매일 바쁘게 돌아가는 일상에서 머릿속은 늘 분주하고, 마음은 늘 번잡하하기 때문에 좀 조용해지고 싶었다. 고요한 내면의 상태를 바랐고 그렇게 명상을 시작하게 되었다.


명상을 하면 뿅 하고 심연으로 깊이 들어가는 것을 기대한 것은 아니지만 아니, 10분도 집중을 못한다고? 실제로 자리에 앉아 눈을 감고 호흡에 집중하는 명상을 한번 시도해 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너무 잡생각이 많이 떠오르는데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묻는다. 나 역시 온갖 걱정거리, 지금 당장 이 명상을 마치고 해야 할 일들이 쉴 새 없이 떠올랐다. 어느 날은 명상 가이드로 이야기하는 말조차 들을 수 없이 집중이 안되어 벙-찐 상태가 되기도 한다. 그러고 나면 약간 자괴감이 드는 것이다. 아, 나는 명상이랑 안 맞는 건가?


명상을 통해 모든 생각을 없애는 무의 상태에 도달할 수 있는가? 그것은 불가능하다. 실제로 인간은 하루에 오만가지 생각을 한다고 한다. 오만에서 육만 가지 정도의 생각(오만가지 생각이라는 게 그냥 붙여진 이름이 아니라는 게 신기..)을 끊임없이 한다는 것이다. 한 가지 일에 몰입하면 다른 생각이 전혀 안 떠오를 것 같지만 사실은 뭔가 하나에 집중하고 있을 때에도 수많은 생각을 한다는 것이다.  


사진: Unsplash의 Benjamin Child


명상을 하다 보면 강조하는 것이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과 알아차림이다. 눈을 감고 들숨과 날숨을 느끼며 호흡에 집중할 때도 어김없이 생각은 떠오른다. 그럴 때 그 생각에 사로잡히거나 빠져드는 것이 아니라 '생각'하고 알아차리는 것이다. 아, 내가 다른 생각을 하고 있구나. 알아차리고 다시 호흡으로, 다시 집중의 상태로 돌아오는 것이다. 자꾸만 딴생각이 드는 것에 저항하지도 않는 것이다. 오히려 어떤 생각을 떠올리지 않으려 힘주어 저항할수록 그 생각에 사로잡히기 쉽다. 그래서 사로잡히지 않되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다시 돌아오는 연습, 연습. 그렇게 계속 훈련하는 것이다.


명상을 통해 '알아차림'의 감각이 깨어날수록 얻는 이득이 크다. 우리는 자신이 느끼는 감정, 감각을 또렷하게 인식하지 못하고 지나칠 때가 많다. 자기 안에서 일어나는 일들이니 누구보다 잘 알 것 같지만 의식적으로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알아차리기 어렵다. 그런데 명상을 반복하다 보면 아, 내가 지금 힘들구나. 아, 내가 지금 어딘가 불편하구나. 하는 것들을 더 잘 알아챌 수 있게 된다. 알아차리는 것만으로도 나를 잘 돌보는 느낌이 든다. 아, 내가 지금 어떤 것을 느끼는구나. 내가 무엇을 필요로 하고 있나?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하고 나에게 관심을 갖고 베풀 수 있다. 그리고 이것은 곧 자기 친절과 연민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 


요즘은 명상을 통해 이룰 거대한 목표를 떠올리지 않는다. 그저 하루하루 고요히 나의 상태를 살피는 일, 나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질문하고 채워주기 위해 노력하는 일, 그것을 매일매일 해나갈 뿐이다. 그러다 보면 조금씩 내가 나의 가장 든든한 지원군이자 내면의 동지가 되어주는 것 같은 느낌이다. 실로 그럴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나의 필요를 가장 잘 알고 채워줄 수 있는 존재라니, 이 당연한 사실을 이제 막 새롭게 무언가를 배우는 것처럼 생경하게 깨닫는다. 내가 나를 잘 알아주고 격려해 줄 수 있다는 것. 이것보다 더 근사한 수확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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