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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리다 Sep 25. 2024

갑자기 왜 수영을 선택했을까.

외로워서 였을까, 미쳤었나?





“내가 다니는 수영장에 등록하면 수영 가르쳐줄게요.”



  2017년도 8월 시작은 이 말이었다. 소속은 다르지만, 같은 팀으로 근무 중이던 과장 L이 지나가는 말처럼 던진 그 한마디. 몇 년째 수영을 꾸준히 하고 있다는 L은 종종 사람들 앞에서 수영이 정말 좋은 운동이라는 것을 이야기해 오곤 했다.


  직장을 오래 다니다 보니 생각보다 운동을 꾸준히 하는 사람은 보기 드물었다. 운동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대부분 가지지만 실행하기 어려운 이유가 많았다. 업무가 많아 저녁이 없는 사람, 이직 등을 위해 자기 계발을 하는 사람, 사교모임이나 데이트 등의 약속이 항상 차 있는 사람, 아이를 키우고 있기 때문에 자신의 시간이 없는 사람 등등등. 그래서 운동을 지속적으로 하는 사람은 한 팀에 두어 명 정도나 되었을까? 희귀했다.


  그나마도 운동한다는 그 소수를 보면 헬스, 요가, 골프 정도일 뿐 다른 종목은 잘 등장하지 않았다. 골프도 지금처럼 보편화된 게 아니어서 높은 직급자들의 혹은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분들의 운동으로 보였다. 요즘은 크로스핏, 클라이밍, 러닝, 필라테스 등 운동 종류도 많고, 꾸준히 자기관리 운동하는 사람들이 많아져 보디 프로필을 찍는 목표를 설정한 사람을 심심치 않게 보곤 한다. 하지만 내가 20대였던 17년도는 그렇지 못했다.


  누군가가 몸이 찌뿌둥한 날에 나이가 들어서 그런 것 같다, 운동을 해야 할 것 같다는 운을 띄워 어렵사리 운동에 관한 이야기가 꽃이 피어도 L의 수영은 끼어들기 어려웠다. 수영이라는 것에 대한 대부분의 반응은 ‘아… 수영 배우긴 해야 하는데.’ 이렇거나 ‘물이 무서워서 못 하겠어요.’ 이렇게만 나뉘어 더는 이어지기 어려운 대화의 마침표로 끝이 났다. 그래서 L이 늘어놓는 수영에 대한 애정은 혼자만의 사랑으로 항상 끝이 나곤 했다.


  그 무렵 나는 남자 친구에게 이별을 통보받았다. 사실상 통보는 아니긴 했다. 하루아침에 어떠한 말도 해주지 않고 숨어버린 흔히 최악이라고 불리는 잠수 이별을 당했다. 헤어짐을 결심했을 이유는 대충 짐작하지만, 이별의 예열이 전혀 되어있지 않았던 나에게 그 일은 매우 충격적이었다. 게다가 나를 차 버린 전 남자 친구를 매일 이 건물 어디에선가 마주칠 수 있고, 모르는 사람인 듯 스쳐야 한다는 사실은 하루하루 몹시 텁텁한 기분을 주었다. 그래서 보란 듯이 한 남자 직원과 친하게 지내기 시작했고 그게 L 과장이었다. 상처를 받았던 나로서는 나름의 오기와 복수였던 것 같다. 조용히 업무를 하다가 한 번씩 마음에서 뛰쳐나오는 억울한 분노와, 내가 잘못해서 그런 일이 생긴 것 같다는 자책이 오르락내리락 흔들릴 때 L는 내 옆에서 함께 잠수 탄 인간을 욕해주었다.


  뜨겁던 여름 공기가 수그러들고 가을이 오는 듯한 바람에 싱숭생숭해서 그랬나, 마음의 빈자리가 생겨서 그랬나 늘 몇 마디로 지나가던 L의 수영 이야기를 그날은 내가 지나가지 못하도록 덥석 잡았다.


“수영… 저도 해볼까요?”


  흔쾌히 L은 본인의 수영장으로 등록해서 같이 다니자고 제안했고 나는 뭐에 홀린 듯 인터넷에 접속해 수강 신청을 했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이 선택이 어떤 파장을 일으킬지,

내가 물에 대한 공포가 있었던 사람인지 인지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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