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쓰는 세 번째 편지
어쩔 수 없는 억지가 아니라
마음에서 흥이 올라
진심으로 박장대소 했던 적이
언제였는지
어깨가 무거워지고
눈빛에 순수한 빛이 바래지고
움직임이 느릿해지면서
점점 기억이 희미해집니다.
숨결의 에너지만 있어도
신이 났던 그때에는
작고 사소한 일에도
희 노 애 락
악보의 음표가 자유롭게 뛰놀듯
마음이 들썩였는데
시간이 점점 흘러갈수록
내 마음에는
빈 악보의 종이만
먼지와 함께 무겁게 쌓이는 것 같습니다.
아침햇살 아래 노래하는 어여쁜 새들처럼
하얀 눈밭을 거니는 뽀드득 발자욱처럼
부드러운 손길로 귀를 간지럽히는 악기처럼
기분 좋아지는 마음의 음악이
진심으로 들려지는 날이 많아지기를
간절히 소망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