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의 음악
내가 그의 노래를 접하고 나서 좋아하게 된 음악이 몇 개 더 있다.
세상 모든 것이 먼지라는 록그룹 캔자스의 ‘dust in the wind’, 자본주의 병폐를 암시한 이글스의 ‘호텔 캘리포니아’, 얼마나 많은 길을 걸어야 인생을 깨닫게 될까라는 메시지를 담은, 노벨문학상에 빛나는 밥딜런의 ‘blowing in the wind’. 모두 곡도 좋지만 메시지의 울림이 있는 노래이다. 철학적이며 한 편의 은유 시이다.
물론 우리나라 가요도 좋은 가사를 가진 노래가 많다. 시인으로 삶보다 노래로 중생의 마음을 훔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은 작사가, 주로 조용필의 노래를 만든 양인자 님이 그렇다. 킬리만자로의 표범, 그 겨울의 찻집, 타타타 등의 시적인 가사를 지은 작사가. 특히 킬리만자로의 표범은 내가 아프리카 여행 중에 느닷없이 탄자니아의 킬리만자로를 등정하게 만든 노래이다. 일정 때문에 급하게 올라가는 루트로 오르다가 고산증에 걸렸다. 정상을 코앞에 두고 눈물을 머금고 내려와야만 했다. 과연 그 정상에 표범이 있었겠냐마는 꿈과 희망과 본능을 은유로 표현한 표범의 시체를 찾으려 산 생명을 바칠 수는 없었다. 그만큼 노래의, 아니 가사의 힘은 큰 것이다.
‘hello darkness my old friend...’로 시작하는 이 노래. 수영장에서 깊이 잠수하고 있는 주인공을 따라가며 나오던 그 노래. 거친 호흡과 물안경 너머로 흔들리는 바깥세상의 장면. 그것은 노래의 제목이 상징하듯 미래의 확신이 없는 젊은이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아무 소리도 없는 침묵,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고요함의 소리란 과연 어떤 상태일까. 침묵하고 있는 젊은이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영화 ‘졸업’에는 그의 명곡 ‘bridge over troubled water’,‘scaborough fair’등이 수놓듯 엮이며 저 다이내믹한 마지막 신을 향해 달려간다. 험한 물결 위의 다리처럼 자신의 용기를 딛고 일어서라는 메시지의 영화. 그 장면과 음악이 준 여운은 꽤 길었다.
우리나라에서도 그 가수를 본 받들고자 만들어진 그룹, SG 워너비다. 그러나 처음에는 조화로운 화음이라는 겹치는 부분이 있어 좋아하다가 점점 색깔이 달라져 갔다. 그들은 나중에서야 초심으로 돌아가자 반성하기도 했지만. 어쨌든 사이먼 앤 가펑클의 이 노래 때문에 음악에서 노랫말이 중요하다는 것을 감지하고 은유가 깊은 가사의 음악을 찾아다니기 시작한 것이다. 인생 자체가 먼지라는 표현도, 호텔 캘리포니아라는 은유도, 바람에게 물어보라며 전쟁을 멈추라는 암시도 한 편의 시였다.
원래 노래는 놀이에서 나왔다. 원시인들이 즐겁게 춤을 추면서 소리를 지르던 놀이. 그래서 노래 속에는 감정을 춤추게 하는 요소가 들어있다. 내가 팝송 못지않게 판소리를 좋아하게 된 것도 노랫말 때문이다. 사철가, 백발가도 있지만 저 춘향가의 가사도 사랑스럽다. ‘간장의 썩은 눈물로 님의 화상을 그려볼까.’라는 대목이나 ‘꿈에서 나를 보았다는 말도 거짓말, 나같이 잠 못 이루면 꿈인들 꿀 수 있나.’라는 노랫가락은 또 어떤가. 젊은 세대의 가수 아이유의 ‘겨울잠’이나 bts의 ‘뱁새’ 같은 노래도 은유로 마음을 표현하면서 질문하기 때문에 사랑받고 있지 않을까.
어쨌든 내 음악의 디딤돌이었던 이 노래 ‘sound of silence’는 밥딜런의 곡과 결을 같이 한다. 일설에는 케네디 대통령이 암살당하고 월남전에 젊은이들이 끌려가 죽음을 당하는데도 언론이나 사회는 침묵을 하고 있는 것에 경종을 울리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정의와 양심이 자본과 권력 앞에서 침묵하고 있는 작금의 세태와 데자뷔 되는 노래. 작사가에게 노벨문학상의 무게를 과감히 부여하는 그 용기는 어디서 오는 걸까. 그 시상이란 행위 자체도 이 사회에 과감한 질문을 이렇게 아름답게 노래해 볼 수 없냐는 하나의 은유적 행동일까.
오늘도 와인 한잔을 따르고 블루투스를 켠다. 파일에 소중이 모아놓은 시의 소리들을 터치한다. 침묵이 깨지며 귓가에 질문꽃들이 하나씩 피어난다.
향기에 취해 눈을 감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