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생활하며 만난 동갑내기 친구 둘이 있다. 외향적인 성격의 C와 내향적인 성격의 K. 둘은 30년 지기 친구다. 그런데 성격은 정반대다. C는 나와 성향이 비슷하다. 성장 욕구가 강하고 일 벌이기를 좋아한다. 반면 K는 철저한 실용주의자다. 쓸데없이 일 벌이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최근에 C가 독서모임을 만들었다. K에게 독서모임에서 책을 같이 읽자고 하니 "책은 읽어 뭐해?"라고 묻는다. 자기 계발 좀 같이 하자고 하니 "자기 계발은 해서 뭐해?"라고 답한다. 만약 K에게 마인드맵 같이 그리자고 하면 K의 대답은 뻔하다.
"마인드맵은 그려서 뭐해?"
K 같은 실용주의자에게 딱 알맞은 맵 유형이 있다. 바로 '계획 수립 맵'. 계획 수립 맵은 다섯 가지 맵 유형 중 가장 실용적이고 즉시 활용이 가능한 맵이다. 계획 수립 맵은 크게 두 종류가 있다. 단기계획 맵과 장기계획 맵. 사실 장, 단기를 나누는 명확한 기준은 없다. 편의상 장, 단기라고 부를 뿐이다.
1) 단기계획 맵
매일 반복되는 일상에 대한 계획을 단기계획 맵으로 정리할 수 있다. 하루 계획, 장보기 계획, 회의 계획 등. 정기적으로 발생하는 일에 대한 계획도 맵을 활용할 수 있다. 여행 계획, 가족 경조사 계획, 이사계획 등. 단기계획 맵은 '체크리스트' 용도로 사용할 수 있다. 할 일을 일정한 기준(주요 가지)에 따라 맵으로 작성 한 후 빠진 것이 없는지 체크할 수 있다. 한번 작성한 단기계획 맵은 이후에도 계속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얼마 전 발등 골절로 병원에 입원한 적이 있었다. 첫 입원이라 무엇을 챙겨야 할지 몰라서 인터넷을 뒤져 겨우 입원 준비를 했다. 입원하고 보니 중요하게 챙겨야 하는 것들이 몇 가지 더 있었다. 그중 하나가 안대와 귀마개. 4인실에 입원했는데 코를 심하게 고는 사람이 있어서 밤새 힘들었다. 새벽에 간호사들이 환자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미등을 켜 두는 경우도 있었다. 안대와 귀마개가 있었다면 숙면을 취하는데 도움이 됐을 것 같았다. 혹시 모를 다음(?) 입원을 위해 '입원 준비물'을 단기계획 맵으로 작성해봤다.
가. 중심 이미지와 주요 가지
병원 하면 떠오르는 구급차를 중심 이미지로 그렸다. 주요 가지는 생활용품, 여가용품, 마음가짐, 세 가지로 나누었다. 입원하고 보니 '단단한 마음가짐'도 꼭 챙겨야 하는 준비물이란 생각이 들었다. 주요가지는 병원을 연상하게하는 주사기 모양으로 그려봤다.
일반 생활용품은 통상 병원에서 준비물 목록을 안내하는 경우가 많다. 이 중에서 안대, 귀마개 등 수면 도구를 강조하고 싶다. 혹시 안대를 못 챙겼다면 가져온 수건을 임시 안대로 사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 여가용품 >
- 디지털 : 핸드폰(충전기 포함), 이어폰, 노트북(충전기 포함), 멀티탭(선택) 등
- 아날로그 : 책, 노트, 필기구 등
병원에 입원하면 남는 게 시간이다. 무료한 시간 동안 할 것들을 챙겨야 한다. 개인적으로 노트와 필기구 지참을 추천한다. 하루종일 핸드폰 또는 노트북으로 영상을 보는 것도 고역이다. 핸드폰 사용을 쉬는 동안 노트를 꺼내 펜 가는 대로 낙서하기를 권한다. 마음 가는 대로 적다 보면 병원생활에 대한 불안한 마음이 안정되기도 한다.
< 마음가짐 >
입원할 정도면 건강상태가 위중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중요한 검사를 받거나 수술이 예정돼 있을 수 있다. 마음은 한없이 초조하고 불안할 것이다. 현실을 부정해도 달라지는 것은 없다. 우선 병(또는 부상)을 받아들이는 것부터가 치료의 시작이다. 몸은 의사 선생님이 고쳐주겠지만, 마음은 자신만이 고칠 수 있다. 내 상태를 인정한 후 건강상태의 작은 변화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초연한 마음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2) 장기계획 맵
장기계획 맵은 1년 이상의 장기계획을 작성할 때 활용할 수 있다. 새해 계획, 5년 후 계획 등 연단 위 계획이나 인생 목표를 세울 때 유용하다. 중학생 자녀의 고등학교 입학 준비 맵, 고등학생 자녀의 대학교 입학 준비 맵 등도 그려볼 수 있다. 예시로 2021년 계획 수립 맵을 그려보겠다.
가. 중심 이미지와 주요 가지
2021년 소띠의 해다. 중심이미지로 소를 그리고 소의 몸통에 2021을 표시했다. 새해 계획은 작년의 계획과 실천에 대한 반성에서 시작한다. 주요 가지는 2020년 반성, 2021년 계획 두 가지로 잡았다.
나. 세부 이미지
2020년의 반성에 대한 세부 가지는 세 가지로 나누었다. 좋았던 것 3가지, 아쉬웠던 것 3가지, 깨달은 것 3가지. 2021년 계획은 대한 세부 가지는 최종 목표와 세부목표로 나누고, 세부목표에 대한 기한과 구체적인 할 일로 나누었다. 개인적으로 2021년 계획은 2020년 12월 초에 완성할 예정이다.
3) 계획 수립 맵에 대하여
내부 생각정리 맵, 외부정보 정리 맵을 그리다 보면 아이디어를 얻어나 새로운 다짐들을 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실천이 구체화되지 않은 다짐들은 단순한 구호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다짐들에 생명력을 불어넣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실천 계획이 필요하다. 육하원칙을 활용해서 언제,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 구체화해야 한다. 계획 수립 맵은 별도로 작성할 수도 있지만 내부 생각정리 맵이나 외부정보 정리 맵을 작성 하면서 세부 가지로 간략히 작성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