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는 잠으로 시작된다

조금 나아지기 7화

by 라트

아침이 밝았다. 또 하루가 시작되었다. 오늘 하루를 어떻게 보낼 것인가. 뭐 이렇게 생각하고 행동하고 있지만 사실은 하루의 시작이 아침은 아니다.


그리스 신화를 보면 세상의 처음은 카오스로부터 시작되었다. 혼돈의 상태라고 말하고 있는 이 카오스에서 어둠과 밤이 생겨났다.


구약성경 창세기 1장을 보면 '땅은 아직 꼴을 갖추지 못하고 비어 있었는데, 어둠이 심연을 덮고 하느님의 영이 그 물 위를 감돌고 있었다.'라고 되어 있다.


우리가 무심코 무언가의 시작이라고 생각하는 밝은 세계의 그 이전에는 이 밝은 세계를 준비하는 어둠의 세계가 존재했다. 우리가 인지하든 인지하지 못 하든 시작은 어둠으로부터 온다.


24시간으로 기록되는 우리의 하루도 해가 뜨는 아침으로부터 시작되지 않는다. 하루는 잠으로부터 시작된다. 실제로 하루를 카운트하는 시간도 한 밤 중인 0시(자정)로 시작한다.


우리는 이 모든 것의 시작인 어둠의 시간을 알 수 없는 시간 또는 의미 없는 시간이나 중요하지 않은 시간으로 치부해 버리는 경향이 있다. 죽으면 원 없이 잘 텐데 잠이 뭐 그리 중요하냐 하는 소리도 한다. 그러나 이 어둠의 시간은 단순히 아무것도 없는 시간, 의미 없는 시간이 아니라 밝음을 준비하는 시간이다. 그리고 어둠의 시간 동안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따라 밝음의 상태가 달라질 수 있다.


그래서 하루의 시작인 잠이 중요하다. 잠을 어떻게 잤느냐에 따라서 하루의 생활이 달라진다. 잠을 자는 동안 우리의 신체는 하루를 살아갈 준비를 하며, 우리의 뇌(정신)도 지난날에 어지러워진 상태를 정리하고 새로운 하루를 살기 위한 준비를 한다. 이렇게 준비가 잘 된 하루는 우리의 삶이 활기차고 건강하지만 잠을 잘 자지 못하여 준비가 안 된 하루는 피곤하고 만사가 귀찮은 시간을 보내게 된다.


하루의 준비 행위인 잠을 어떻게 잘 잘 수 있는가는 매우 중요한 삶의 과제이다. 아내는 아이들에게 말하기를 '아빠는 머리를 베개에 대기만 하면 바로 잔다.'라고 한다. 실제로 그렇다. 나는 침대에 누워 베개를 베고 누우면 마치 수면내시경을 할 때처럼 바로 잠이 들어 아침 알람 소리가 들릴 때까지 잔다.


나름대로 생각한 내가 잠을 잘 자는 이유는 이렇다. 잠을 잘 때를 제외한 하루의 나머지 시간 동안 끊임없이 활동한다. 이 활동에는 신체적 활동과 정신적 활동, 감정 활동이 적절히 분배되어 있다.


아침에 눈을 뜨면 일어나기 전에 30분 정도 스트레칭을 겸한 요통예방운동을 한다. 운동이 끝나면 일어나서 씻고 아침 식사를 하고 등산을 간다. 등산은 나의 출근길이다. 회사에서 일을 하고 점심시간이 되면 집으로 걸어와서 점심식사를 하고 다시 걸어서 회사로 간다. 회사에서 오후 업무가 끝나면 걸어서 집으로 퇴근한다. 퇴근하여 집안일을 하고 저녁을 먹고 방송대 강의를 듣고 글을 쓰고 잔다.


휴일에도 평상시와 유사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평일과 다른 점은 주일에는 미사 참례를 위하여 성당에 가고 산을 갈 때에는 가족과 함께 간다. 미사 참례는 나의 감정 활동의 일환으로 책정된 시간이다. 다른 감정 활동으로는 등산을 하거나 길을 걸어갈 때에 이어폰을 끼고 음악 감상을 한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잠을 자기 전에는 반드시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한다. 나는 습관이 되어 샤워를 하지 않으면 잠을 자지 못 한다.


요즈음은 코로나로 아파트 피트니스 센터에서 하던 운동을 하지 못 한다는 점과 마라톤 동호회에서 매주 하던 운동을 하지 못 한다는 점이 아쉬운 부분이다.


운동이 부족하다고 느낄 때는 집에 있는 가정용 자전거를 탄다. 최근에 구매한 트램펄린도 유용한 운동 도구이다. 아내가 트램펄린을 처음 구매하려 할 때에 나는 적극적으로 반대하였다. 아파트에서 살고 있는 나는 트램펄린 위에서 뛰면 층간 소음으로 문제가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막상 구매하여 사용해 보니 트램펄린에서 뛰어도 전혀 소음이 발생하지 않는다. 트램펄린의 구조가 바닥에 바큠이 장착되어 있어서 바닥에 완전히 밀착되어 흔들림이 없고 중간에 충격 흡수 시스템으로 되어 있어서 트램펄린에서 뛸 때에 내가 바닥에 엎드려 귀를 가져다 대고 들어도 아무런 소리나 충격을 느낄 수 없었다.


잠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낮잠은 30분 이상 자지 않는다. 준비 운동을 과하게 하면 본 운동을 제대로 할 수 없다.



* 커버 이미지 출처: 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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