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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응민 Dec 13. 2020

[서울 도림천] 5월 출사는 산책처럼

NIKON D800 : 출사 첫 번째 이야기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서 구로구 신도림동 안양천을 잇는 도림천은 인근 주민의 대표적인 산책로다. 평일, 주말 구분 없이 사람들로 북적인다. 특히 도림천 발원지인 관악구는 인구밀집도가 높아 출퇴근 시간에 붐비고 신림역 인근부터 보라매공원까지 사람에 치이는 게 일상이다. 이런 가운데 새로 정비한 도림천 산책로는 답답한 일상에 한 줄기 여유를 선사한다.


도림천 산책로는 서울대학교 인근에서 시작한다. 주변에 아파트, 빌라를 비롯한 주택과 다양한 상가가 밀집해 있다. 고시촌도 가까워 남녀노소 불문 밤낮없이 도림천을 찾는다. 여기에 운동기구와 함께 농구장이 설치돼 인기가 많다. 그러나 도림천이 상당히 길고 일정 구간마다 여유 공간을 확보해 이용에 불편함은 없다.


도림천 산책로 발원지 부근에 시원하게 물이 뿜어져 나오고 있다.


도림천 출사는 일요일 오후에 진행했다. 자택에서 스쿠터로 5분도 채 걸리지 않아 산책 겸 가벼운 마음으로 나섰다. 코로나 확산세가 누그러져 긴장감이 덜했다. 그럼에도 오가는 행인 모두 마스크를 착용했다. 농구코트는 평소처럼 사람이 붐비고 운동기구를 이용하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현재는 구청 치수과에서 이용을 제한했다.


늦은 오후의 볕 아래서 여유를 즐기는 오리 가족.
부모의 보살핌 아래 줄지어 움직이는 새끼 오리들.


5월 중순 완연한 봄날, 무더위가 몰려올 기색은 없어 나들이를 나서기 좋았다. 물가에는 오리 가족이 바쁘게 움직였다. 도림천에 상주하는 학은 어김없이 사람들이 이목을 끌면서 물고기를 낚아채고 있었다.


사람들의 시선이 익숙한 듯, 아랑곳하지 않고 물고기 사냥에 집중하는 학.


산책로를 따라 오리 가족과 학을 구경하는 사람이 줄을 섰다. 핸드폰 카메라로 연신 그 모습을 담고 있었다. 그 중에는 한눈에 봐도 고가의 카메라 장비를 갖추고 본격적으로 사진 촬영을 하는 사람도 있어 한동안 지켜봤다.


꼭 오리나 학을 보고 있지 않아도 도림천의 물소리가 들려 마음이 한결 평온해졌다. 시원스레 다가오는 여름을 이겨낼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도 들었다. 이렇듯 도림천은 코로나가 발생한 지 3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이른 바 '코로나 블루'라는 단어가 심심찮게 들려오는 상황에서 기운을 북돋아주었다.


봄바람에 흔들리는 산책로의 푸른 자연
여름을 앞두고 시원스레 흐르는 물줄기


쾌청한 하늘 아래 서로에 대한 감정을 꽃 피우는 연인도 눈에 띄었다. 민들레가 배웅하는 산책로를 손잡고 걷는 그들의 뒷모습을 사진에 담으며 지금의 행복이 오래도록 이어지길 바랐다.



서로 발맞춰 이어지는 길이 놀라운 일로 가득하길.


늦은 오후에 출사를 시작해 귀가를 서둘렀다. 신림역 인근에 사람이 몰려 있는 점도 한몫했다. 코로나 확산세가 주춤했지만 좀 더 신경쓸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봄날 하늘에 다채로운 색감을 더하는 장미


이 지역에 살면서 수없이 오갔던 도림천 산책로를 DSLR 카메라를 들고 거닐다니. 상상도 하지 못했다. 역시 살고 볼 일이라는 말도 떠올랐다. 다음날 출근에 이달에 밀려 있는 업무를 생각하니 피로감이 엄습했다. 그럼에도 쾌청한 하늘과 어울려 일상에 색감을 더하는 장미를 바라보며, 살아보자고 마음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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