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미슐랭이 사랑한 치앙마이 거리의 로티, 그 맛의 비밀

- 미슐랭의 탁월한 선택, 치앙마이 가판대 스타 로티 -

by 마르코 루시

비가 그친 젖은 아스팔트 위에서 사람들이 가판대 앞에 옹기종기 모여 무언가를 집중해서 보고 있거나 스마트폰으로 연신 사진을 찍고 있다. 무엇 때문일까? 타페 로드 소이 4의 작은 로티 가게 때문이다. 파란색과 흰색 줄무늬의 귀여운 "로티 파 데(Roti Pa Dae)" 간판 아래, 철판 위에서 마법 같은 손놀림을 보이는 두 명의 여인이 있다. 작은 선풍기가 돌아가지만 뜨거운 철판 앞의 더위는 식혀주지 못한다. 하얀 반죽이 공중으로 날아올라 얇은 막처럼 늘어나는 순간, 관광객들의 스마트폰 불빛이 번쩍인다. 그리고 지글지글 소리와 함께 버터의 고소한 향이 밤공기를 달콤하게 물들인다. 한국의 시장 호떡집에서 느꼈던 그 설렘이 여기서도 똑같이 느껴진다. 맛있는 음식 앞에서 줄 서는 사람들의 표정은 어디나 같은 법이다.


이곳은 단순한 길거리 음식점이 아니다. 하나의 정교한 무대다. "미슐랭 비브 구르망 2021, 2022, 2023, 2024, 2025", 가판대 앞에 세워진 작은 팻말이 말해준다. 합리적인 가격에 훌륭한 음식을 제공하는 곳에 주어지는 미슐랭의 인정을, 이 작은 가판대가 무려 5년 연속받았다는 것을. 길거리 음식으로는 흔치 않은 영예다. 로티라는 이름을 처음 들었을 때는 몰랐다. 이 단순해 보이는 로티 한 조각에 500년의 세월이 켜켜이 쌓여 있다는 것을 누가 알았을까. 17세기, 향신료를 찾아 바다를 건넌 인도 무슬림 상인들. 그들의 손에서 시작된 로티는 인도네시아 북부의 아체 술탄국을 거쳐 동남아시아 곳곳에 뿌리를 내렸다. 그리고 지금, 치앙마이에서 그 로티가 새로운 이야기를 쓰고 있다. 가판대 한편에 가지런히 늘어선 대형 코코넛 오일 병들이 이곳의 진짜 비밀을 말해준다. 검은 모자와 원색 앞치마를 두른 중년 여인의 손끝에서는 기술을 넘어선 정성이 묻어난다.


그런데 이 장면에서 놀라운 변화를 목격한다. 15바트에서 45바트 사이의 소박한 가격표 뒤에 숨겨진 깊은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우리에게 떡볶이가 단순한 간식이 아니듯, 이곳 사람들에게 로티는 그저 디저트가 아니다. 본래 인도의 통밀가루로 만든 일상적 주식이었던 로티가 치앙마이에서는 "기억에 남는 맛"을 만드는 퍼포먼스가 되었다. 사람들이 로티를 서로 나눠 먹는다. 친구끼리, 가족끼리, 때로는 처음 만난 사람들끼리도. "맛있다"는 표정은 어떤 언어보다 정확하다. 모든 사람이 음식 앞에서는 같은 얼굴을 한다. 머리를 숙인 채 조용히 먹는 여행자, 한 입 베어 문 후 눈을 크게 뜨는 현지 학생. 란나 건축 양식의 전통 석조물들이 내려다보는 가운데, 모든 이들은 로티를 만드는 오랜 경력의 주인장의 손놀림에 마음을 빼앗겨 버린다.


그때부터 마법이 시작된다. 반죽이 노릇하게 익을 때마다 지글지글하는 소리와 함께 고소한 기름 냄새가 허공을 채운다. 눈으로 먼저 맛을 본다. 그리고 이어 후각과 청각, 마지막으로 손에 쥔 따끈한 종이 접시에서 느껴지는 온기가 모든 감각을 깨운다. 한 입 베어 문 로티의 바삭한 겉면과 쫄깃한 속살 사이로 스며드는 단맛이 마치 멩라이 왕이 꿈꾸었던 "새로운 도시"의 의미를 현재적으로 해석하게 만든다. 처음에는 그저 호기심으로 SNS에 올릴 사진만 생각했었다. 하지만 로티를 한 입 베어 문 순간, 뭔가 달라졌다. 핸드폰을 내려놓고 그냥 맛에 집중하게 되었다. 모든 사람이 이 작은 디저트 앞에서 한없이 부드러워진다. 먹는다는 것은 결국 인간다움을 회복하는 일이다.


결국 여행이란 이런 것이 아닐까. 저녁 8시 반, 비 갠 후의 젖은 골목에서 우연히 발견한 작은 무대에서 펼쳐지는 삶의 진실을 목격하는 것. 멀리서 온 음식 하나에서 인간의 보편적 이야기를 발견하는 것. 고향을 떠나온 사람들이 만드는 음식에는 항상 이야기가 있다. 우리 어머니의 김치처럼, 재외동포들의 한식당처럼. 타페 로드 소이 4의 로티 파 데가 품고 있는 이야기는 1296년부터 현재까지 이어진 이 도시의 시간과 17세기 인도에서 시작되어 동남아시아를 거쳐 전 세계로 퍼진 문화의 여정을 증명한다. 치앙마이의 로티든, 서울의 붕어빵이든, 맛있는 음식 앞에서 우리는 모두 같은 표정을 짓는다. 바삭한 한 입, 달콤한 충만함, 그리고 그 순간을 함께한 얼굴들. 로티 파 데는 단지 로티를 파는 가게가 아니라 그날 그 밤의 기억을 굽고 있는 것이다. 그 달콤하고 기름진 맛의 기억이 오래도록 남는 이유는 단순히 미각적 만족감 때문이 아니라, 철판 위에서 펼쳐진 그 정교한 퍼포먼스와 그 안에 담긴 무수한 사람들의 삶과 선택, 그리고 치앙마이가 여전히 써 내려가고 있는 끝없는 문화적 실험의 흔적들 때문일 것이다.


IMG_3074.jpg
IMG_3063.JPG
IMG_3066.JPG
IMG_6560.JPG
IMG_3071.JPG
IMG_6551 2.JPG
IMG_6544.JPG
IMG_3069.JPG
IMG_6552.JPG
IMG_3072 2.JPG
IMG_6561.JPG
IMG_3065.jpg


keyword
이전 26화신성한 존재와 따뜻한 터치, 치앙마이 코끼리 체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