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순희 시인의 디카시 37] 그림자에서 자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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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늘이 길러낸 질문」

고목의 주름은 세월이 새긴 문장처럼 깊었습니다.

그 틈새에서 낯선 초록 하나가 고개를 내밀고 있었습니다.

멈춘 듯 보이던 자리에서 또 다른 생명이 움튼다는 사실은,

오래됨이 쇠락만을 뜻하지 않음을 보여줍니다.

그늘은 빛을 막는 장막이 아니라,

새로운 생명을 품어내는 흙일 수 있음을 일깨웁니다.

삶 또한 그러합니다. 지나온 시간이 쇠락처럼 느껴질 때에도

예기치 못한 자리에서 희망이 싹트곤 합니다.

낯선 초록은 아직 누구도 읽지 못한 언어처럼,

우리 삶에 던져진 질문이기도 합니다.

어둠은 빛을 막는 벽이 아니라, 새 생명을 품는 흙이다

-진순희 어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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