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순희 시인의 디카시 38] 빛의 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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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 없는 자리에서 피어난 초록」

이 시는 흙이 사라진 자리에 물빛이 대지가 되고,

빛이 흙을 대신하는 장면에서 비롯되었습니다.

그 풍경은 잎맥에 번져가는 빛의 문장처럼 다가왔습니다.

뿌리가 흙을 딛지 못해도 잎은 물과 빛을 붙잡아 스스로 숲을 예고하듯,

삶 또한 길이 끊어진 곳에서도 새 줄기를 뻗습니다.

도시의 벽에 매달린 작은 잎들은,

어쩌면 내일의 숲을 미리 비춰주는 거울일지도 모릅니다.

길이 끊겨도, 생명은 새 줄기를 틔운다

-진순희 어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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