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자존감과 러닝

러닝으로 극복

by 채널김

운동을 시작한 계기는 '그냥'이었다.

이렇게 방구석에서 무의미한 시간을 보낼 바에 뭐라도 해보자는 생각이 스쳤다. 별다른 목적도, 목표도 없었다. 어찌됐던 그냥 움직여야 할 것 같았다. 딱히 운동에 대한 지식도 없었고, 멋진 운동복도 없엇다. 그냥 움직이는 나 잔신이 낯설었었다. 하지만 나중에 찾아보니 운동은 우울증을 멀리하고 자존감을 높인다고 한다. 그 말에 어느 정도 고개가 끄덕여지는 바다.


나는 오랫동안, 나이를 꽤 먹은 지금도 낮은 자존감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 나이를 먹으면 자연스레 단단해질 줄 알았는데, 여전히 어느 순간에는 마음이 쉽게 흔들리기도 한다. 예민한 줄로만 알았던 내 성격은 알고보니 나 자신을 믿지 못하는데서 비롯된 것이었다.


난 분명 잘하고 있지만 괜히 남들 눈치 보고, 비교하면서 스스로 작아지며 나를 가두기도 한다. 아무도 나를 탓하지도 꾸짖지도 않지만 무언가 계속 불안해지는 기분이 든다. 그래서 괜히 남 탓만 하는 한심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끝없는 자기 비하와 타인에 대한 과도한 의식, 실패에 대한 두려움 등이 낮은 자존감의 특징이라고 한다. 여태껏 그런 불안한 마음으로 살아왔지만 지금은 어느 정도 이겨낸 것 같다. 하지만 아직도 어느 순간, 특히 자꾸만 다른 사람과 비교하는 습관은 쉽게 떨어지질 않고 있다.



비교의 늪, 러닝에서도


자존감이 러닝이랑 무슨 상관이지 싶지만 이 낮은 자존감은 러닝을 하면서도 자꾸만 고개를 들어 날 괴롭히고 있다. 단순히 즐기기 위해서 시작한 운동이고 처음엔 너무 재밌었다. 하지만 조금씩 뛰는 시간이 늘어나고 주변을 볼 수 있는 여유가 생기자 불안한 마음이 즐거운 마음을 누르기 시작했다.


'와, 저 사람은 어떻게 저렇게 빠르지?'

'신발 좋아 보인다. 나도 하나 사야하나?'

'나도 열심히 하는 거 같은데 왜 이렇게 느리지?'


이렇게 다른 사람들을 보며 부러워하고 괜히 옆사람의 페이스를 쫓기도 했다. 어느날 부러움에서 끝나지 않고 열등감에 휩싸이는 날 발견했다. 흠칫하며 나 자신을 도닥이면 괜찮아지고, 또다시 비교하는 반복을 하고 있다. 단순히 부러움을 넘어서 나만 뒤처지는듯한 느낌도 들었다.


'건강한 몸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라는 말이 있다. 운동을 하면 정신 건강에 좋다는 건 이미 수많은 연구로 증명됐다. 나 역시도 운동을 하면 몸과 마음이 건강해지는 것을 느낀다. 하지만 방심하는 사이에 나오는 어두운 마음은 완벽하게 차단하기 어렵다.


곰곰이 생각해 봤다.

‘도대체 왜 즐기면 될 일을 이렇게 힘들게 만들고 있을까?’

나와 같은 고민을 토로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찾아봤다. 어떤 이들은 이런 신박한 답변을 내놓기도 한다.

'아직 덜 힘들어서 딴생각이 나는 거다'

피식 웃음이 났다.


틀린 말은 아닌듯하다. 몸을 움직이고 힘들면 지금 당장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지만 생각할 뿐 쓸데없는 생각은 후순위로 밀려나게 되어있다. 숨이 턱끝까지 차고 다리가 말을 안 듣기 시작하는데 남들이랑 비교할 여유 따윈 순식간에 스쳐 지나가는 작은 바람 소리에 불과하다.


한편으로는 약간의 예민함은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다. 비교하면서 내가 힘들어 하지만 않는다면 이런 예리한 눈을 가지고 잘하는 사람들의 동작이나 느낌들을 따라 할 수도 있다.


'어, 저 사람은 착지할 때 무릎이 흔들리지 않네.'

‘저런 팔각도로 치면 속도가 더 나올까?’


막연히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며 부러워만 하고 스트레스받는 것보다는 말이다.



자존감 올리는 러닝


나는 운동을 하면서 자존감이 많이 올라간 케이스다. 그중에 요즘에 너무 재미있어진 러닝 때문에 마음의 여유가 더 생겼달까. 그리고 나처럼 러닝으로 좋아진 사람들이 많아서 함께 힘을 내고 있다.


예전엔 내 안의 목소리가 늘 “넌 안 돼”였는데 이젠 “한 번 더 해보자”로 바뀌었다. 러닝은 단순한 운동이 아니라 매일 조금씩 나를 이겨내는 훈련이 됐다.


과학적으로도 뇌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하다. 기억력과 학습능력이 좋아지고 도파민과 엔도르핀이 분비되며 스트레스 호르몬이 줄어든다고 한다. 저 말대로라면 감정이 흔들릴 때는 나와서 뛰는 게 큰 도움이 될 거 같다. 역시 인간은 달리기 위해 태어났다는 것을 뒷받침하는 증거인가 보다.


나 역시도 처음에 30분 뛰는 것조차 힘들어했는데 어느덧 1시간 정도는 무난하게 뛸 수 있다. 비록 빠르진 않아도 조금씩 조금씩 매일매일의 성취감을 안겨주고 있다. 그래서 뛰는 동안 너무 힘들고 지쳐도 그 고비만 이겨내면 또다시 뛸 힘이 생기고, 완주 후에 오는 짜릿함에 중독이 됐다.


몸을 단련해서 좋은 쪽으로 익숙하게 만드는 것처럼 마인드컨트롤도 계속해서 훈련이 필요하다. 내 생각엔 모든 운동이 그런 것 같다. 뭐라도 하고 작은 성취감을 얻으면서 나 스스로에게 칭찬하는 시간이 바로 운동시간이다.


그러니 할까 말까 고민할 시간에 밖으로 나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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