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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햄버거와 감자튀김일까?

햄버거세트의 비밀

by 채널김

햄버거만큼 전 세계 어디를 가도 동일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있을까? 국경을 넘고 문화를 넘어도 햄버거는 거의 같은 모습으로 존재한다. 그리고 햄버거를 먹으면서 감자튀김을 빼면 어쩐지 서운하다.


수많은 햄버거집이 있지만 햄버거만큼이나 감자튀김의 맛도 전부 다르다. 감자의 굵기나 양념이 달라 취향도 많이 갈린다. 햄버거 보다 감자튀김으로 식당을 고르는 사람들도 존재한다.


요즘은 치킨너겟이나 치즈스틱처럼 사이드메뉴가 다양해졌다. 그런데 다른 사이드메뉴도 많은데 왜 하필 햄버거는 감자튀김과 함께 먹기 시작했을까? 그리고 오랫동안 그 조합이 변하지 않는 이유는 뭘까?





프렌치프라이

우리나라 사람들은 감자튀김을 보통 햄버거의 기본 사이드 혹은 맥주 안주 정도로 생각한다. 하지만 유럽에서는 상황이 조금 다르다. 다양한 메인 디시에 감자튀김을 곁들이는 문화가 훨씬 넓게 퍼져 있다.


프랑스식으로 튀긴 감자요리라는 뜻으로 "프렌치프라이"라는 말은 미국인이 만든 말이다. 이름만 보면 프랑스에서 시작한 것처럼 보이지만 원조를 두고 프랑스와 벨기에가 지금도 신경전을 벌일 정도로 뿌리는 복잡하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감자튀김이 널리 퍼진 데에는 산업혁명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점이다.



산업혁명으로 면실유가 대량 생산되면서 기름값이 크게 떨어지고, 기름을 이용한 ‘프라잉’ 조리법이 일반 가정과 식당까지 퍼질 수 있게 되었다. 감자튀김은 식용유에 프라잉 해서 먹는 음식이다. 그전까진 기름이 귀하다 보니 쉽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은 아니었다. 이렇게 보면 비싼 기름을 쉽게 쓸 수 있는 프랑스 귀족들 사이에서 퍼진 건 아닐까 추측할 수도 있다.


19세기가 되면서 감자는 유럽에서 핵심적인 식량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전까진 삶거나 으깨먹는 게 다였는데 기름에 튀겨 먹는 방식으로 빠르게 확산되었다. 영국은 피시앤칩스가 국민 음식이 되고, 독일에서는 소시지에 곁들여 먹는 문화가 정착했다.




세계표준 햄버거 맥도널드

유럽 여러 지역에서 각자 방식으로 감자튀김을 발전시키며 즐겼지만, 이 음식을 전 세계 ‘표준 메뉴’로 끌어올린 결정적인 존재는 따로 있었다.



바로 맥도날드.

우리가 햄버거집에서 감자튀김을 쉽게 접하게 된 건 맥도날드의 공이 크다. 초창기 맥도날드의 메뉴는 굉장히 간소했다. 최소한의 구색을 갖춘 햄버거와 치즈버거, 감자튀김이 다였다. 당시 햄버거보다는 감자튀김 덕분에 유명해졌다.


감자튀김은 이미 많은 가게에서 팔긴 했지만 어디까지나 서브메뉴였다. 그러다 보니 서브메뉴에는 딱히 공들일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던 것이다. 맥도날드는 표준화와 매뉴얼화를 강점으로 내세웠는데 이게 가장 빛을 발하는 메뉴가 바로 감자튀김이다.


엄청난 실험과 매뉴얼을 만들어가며 연구했다. 감자의 굵기와 수분함량, 기름의 온도와 조리시간까지 모두 통일했다. 지금은 시간이 지나 눅눅한 감자튀김을 받기도 하지만 그 당시에는 너무 잘 나가서 항상 갓 튀긴 감자튀김을 먹을 수 있었다.



맥도날드가 장사가 잘 되고 덩치를 키우다 보니 감자 조달에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당시 맥도날드 CEO 레이크록은 한 사람을 만나게 되는데 바로 '감자왕'이라고 불리는 '존 리처드 심플롯'이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심플롯은 감자를 건조시켜 군대에 납품을 했었다. 하지만 문제는 건조시킨 감자는 여간 맛이 없었던 것. 전쟁이 끝나면 건조시킨 감자는 미래가 없다고 판단해 냉동을 시켜보기로 결심한다. 그냥 자르기만 해서 냉동한 게 아니라 살짝 삶고 튀겨내어 급속 냉동을 시킨다.


이 냉동감자를 일반 가정에 보급시키기는 하지만 그 당시에 집에 튀김기가 있는 집은 거의 없었다. 그래서 심플롯은 식당에 냉동감자를 유통하기 시작한다. 이미 어느 정도 조리된 냉동감자를 시간 맞춰 튀기기만 하면 되니 표준화와 매뉴얼화에 진심이던 맥도날드와 딱 맞아떨어진 것이다.



기존 생감자를 잘라서 튀겨내는 방식보다 무려 1/5 시간으로 단축되었고 맛은 훨씬 일정해졌다. 시간대비 더 많이 판매할 수 있었다. 또한 획일화된 맛으로 많은 사람들을 사로잡을 수 있었다. 조리시간도 줄이고 더 많이 판매하는 것, 바로 맥도날드가 지향하던 바였다.


맥도날드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감자튀김을 심플롯의 냉동감자와 함께 훨씬 요율적으로 팔 수 있게 된 것이다. 그 결과, 햄버거와 감자튀김의 조합은 패스트푸드 산업 전체의 표준이 되었고, 이후 등장한 모든 햄버거 브랜드가 자연스럽게 이를 따르게 되었다.





결국 오늘날 우리가 너무도 당연하게 즐기는 햄버거와 감자튀김은 서로의 맛을 높여주는 음식 궁합을 넘어, 산업과 문화가 결합해 탄생한 글로벌 아이콘이 된 셈이다. 전 세계인의 일상 속에 깊숙이 자리 잡은 이 조합은 앞으로도 쉽게 바뀌지 않을 ‘완성형 패스트푸드 조합’으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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