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는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를 했다. 아니다. 이건 분명 B의 잘못이었다. “내가 샐러드 바에 가서 소스를 챙겨온다 했잖아. 그 정도 일은 두 명이 필요치 않은데 왜 굳이 날 따라온 거야? 난 당연히 네가 돌판 위의 스테이크를 너무 익지 않게 잘 지켜볼 거라 생각했어.” “내가 도와줄 일이 생길지도 모르잖아. 그리고 오빠 없이 멍하니 앉아있기도 싫었어.” “아무도 고기를 지켜보지 않은 바람에 너무 익어버렸잖아. 이거 고기가 질겨져서 큰일이네.”
생각해보면 나의 잘못도 있었다. 양파 위에 얹혀 천천히 익도록 제공된 고기를 굳이 돌판에 내려서, 먹기에도 편하지만 익기도 쉬운 작은 크기들로 썰어버렸던 것이다. “자, 우리 둘 다 스테이크가 이렇게 빨리 익어버릴 거라곤 상상도 못 했잖아? 우린 서로를 배려하려 했을 뿐이야. 누구 하나 잘못한 사람은 없지만 잘못된 상황이 벌어졌지.그럼 누구의 탓일까? 오빠의 탓도, 내 탓도 아닌 거야.” B 다운 발상이었다. 그녀를 이해하고 나니, 속상했던 마음이 진정되었다.
“사실 대부분의 싸움도 다 그래. 누가 악의를 갖고 못된 짓을 해서 싸움이 시작되는 게 아냐. 작은 실수 때문에, 혹은 잘 몰라서 생긴 문제 위에 감정이 덧칠돼 다툼이 시작되는 거지. 그럴 땐 비난의 화살을 나 혹은 상대방이 아닌 그 상황 속 사물에게 돌려봐.”
나는 B의 말을 듣고 장난스레 말했다. “돌판이 잘못했네. 쓸데없이 너무 뜨거웠다.” “그래. 또 스테이크도 잘못했지. 우릴 기다리지도 않고 혼자 익어버렸잖아.” B가 내 접시에 놓아준 푹 익어버린 스테이크는, 왠지 썩 괜찮은 맛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