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핸드폰에 노티가 오길래 봤더니, 유튜브 뮤직에서 보낸 거였다.
자그마치 (여자)아이들 신곡이 나왔으니 들어볼래? 였다.
1. 이런 걸 노티를 보내다니?
2. 보내면 내가 눌러볼 걸 어떻게 알았지?
를 느끼며 눌러서 들어봤다. 노래가 매우 좋았다.
Wife란 노래였다.
https://www.youtube.com/watch?v=baaNwRAhHBo
레이디 가가의 비주얼,
카디비의 선정성,
K팝의 트렌디함(=노래 2분대)
을 잘 버무린 수작이었다.
노래 가사는 한국 노래치고 상당히 야한데, 박진영의 젊은 시절이 생각날 정도이다.
대략 난 뭐 요리도 잘하고 청소도 잘하는 멋진 와이프감인데 너랑 놀고는 싶은데 결혼은 안 할 건데~? 이런 내용이다.
1절은 나 요리 잘해. 케이크 구웠어. 야하게 구웠어.
이런 내용이고
2절은 나 청소 잘해. 집 청소했어. 야하게 청소했어.
이런 내용이다.
근데 가사충이라 그런지 이런 흥미진진한 스토리가 이렇게 짧게 2분 16초 만에 끝난다는 게 너무 아쉬웠다.
노래가 4분짜리였다면, 이 여자가 요리랑 청소 말고 잘하는 걸 하나쯤 더 말해줬을 거 같은데, 아쉽다는 느낌이었다.
필자는 어려서부터 가사충이었는데, 나이가 들면 들수록 가사충이었던 동료들도 점점 멜로디충으로 전향하고, 애당초 가사충으로 태어나는 사람 수도 많지 않은 것 같다.
말하자면, 필자가 생각하는 윤하 가수 인생 최고 띵곡인 사건의 지평선 첫 문단이,
생각이 많은 건 말이야
당연히 해야 할 일이야
나에겐 우리가 지금 일 순위야
안전한 유리병을 핑계로
바람을 가둬 둔 것 같지만
인데, 마지막 두 줄. 유리병을 핑계로 바람을 가두었다는 라인을 쓰고 윤하가 자뻑했을 모습을 상상하는 사람이 얼마 없다는 말이다.
유리병에 휭휭 부는 바람을 가둬? 근데 이게 또 나의 희망 섞인 바람이란 뜻도 되잖아? 개쩐다. 내가 타블로보다 나은데?
라고 한 번쯤 생각했을 윤하를 그리는 사람이 그렇게 많지 않다는 사실에 슬플 뿐이다.
유행은 돌고 도니까, 가사충의 시대도 다시 도래할 날이 올 거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서, 거의 10년 가까이 힙합음악이 한국을 주름잡았던 건 가사충에겐 축복이었다.
아직도 쌈디와 스윙스의 싸움을 들으면서 그 안에 담긴 길고 짙은 스토리를 즐긴다.
쇼츠가 유행하면서 노래도 짧아지고, 가사충이 설 자리가 점점 줄어들고 있지만,
분명히 다시 최소 4분은 돼야 노래지~ 의 시대가 도래하리라 굳게 믿으며 슬픈 마음을 달래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