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Elia Nov 11. 2024

너무 늦은 에피톤 프로젝트 EP 기착 감상평

2022년 발매인데 이제서야

2022년에 발매된 에피톤 프로젝트의 두 번째 EP 기착(Stop Over)을 최근에야 들어보게 되었다.


역시 꽤 마음에 들어서 앨범 전체재생을 해놓고 운전을 열심히 하고 다니다가, 이런저런 생각이 들어서 후기를 작성해 보게 되었다.


에피톤 프로젝트의 여느 앨범과 같이 연주곡과 가창이 있는 노래가 섞여있다.


차세정이 노래를 부른 건, 자유낙하, 달콤씁쓸한, 랏소, 그대와의 꿈, 네 곡이다.


네 곡의 후기를 각각 적어보겠다.


*

자유낙하는 아무리 생각해도 이혼조장곡이다.


1절 가사를 보면,


하나둘셋 하면 뛰어

그 전에 크게 먼저 심호흡하고

그 어떤 속박과 의무가 너를 가둘 순 없을 테니까

더 힘껏 그대 마음껏 너 내게 달려와


너는 바람보다 가벼워질 사람

세상 무엇보다 자유롭게 된 기분이 어때

두 어깰 짓눌렀었던 너의 무게들도


너는 물결보다 유연해진 사람

세상 무엇보다 자유롭게 된 기분이 어때

그토록 바래왔잖아 너의 믿음처럼


이다.

좋게 해석해 보면 뭔가의 속박에서 벗어나 나에게 와라!라는 말이지만,

차세정 님의 나이와 입장을 고려해 보면 대상이 유부녀일 것만 같다 ㅎㅎㅎ

필자의 입장에선 이 정도가 가장 그럴듯한 생각이지만, 실제로 사연은 뭘지 궁금하긴 하다.


아무튼 정석적인 1번 트랙 곡으로, 나름 힘찬 느낌의 음악이고, 좋은 오프닝이 되는 것 같다.


**

달콤씁쓸한이 아마 타이틀곡인 것 같고, 기착이라는 앨범명에 가장 걸맞은 노래인 것 같다.

30대의 유부남이 과거를 회상하며 지나간 사랑을 추억하는 노래니까,

내 삶의 여정 속에서 잠시 쉬었다 가는 기억의 보금자리,

같은 느낌일 것이다.


놓친 꿈처럼 놓쳤던 내 사랑도, 한 때는 전부였었단 걸, 이제는 알 것 같은데


라는 가사가 키 라인인데, 이 노래는 멜로디와 가사가 전형적인 에피톤 프로젝트 스타일이라 좋기도 했지만, 유부남이라는 가수의 입장을 생각해 보면, 아내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아내와의 협상을 잘 이끌어 낸 차세정 님이 더 대단한 사람일 수도 있고...


뭐 좋게 설명해서 놓쳤던 내 사랑이 너와 싸웠었던 때고, 그때의 감정을 노래한 거고, 우리 이렇게 잘 살잖아 ^^^ 라고 멋지게 설명하셨을 수도... 아무튼 화이팅... 노래는 좋다...


***

랏쏘는 아마 토이스토리의 랏쏘베어의 입장에서 부른 노래인 것 같다.

네가 날 더 이상 사랑하지 않아서 우리 헤어졌지만, 그래도 괜찮아, 라는 느낌의 노래다.


잊었겠지만 그댄 잊었겠지만

기억해 줘 어떤 한 사람이 곁에 있다는 걸

언젠가 한 번쯤 내 마음 전할 수 있을까

때로 서글프게 시린 밤을 같이 또 지새며


라는 가사다. 가사는 좋은데, 멜로디가 조금 늘어지는 느낌이라 아쉬웠다.

그래도 토이스토리를 차용했다는 느낌이 좋았다. 슬프지만 동심이 느껴져서.


****

달콤씁쓸한에서 이어지는 노래 그대와의 꿈.

역시 과거를 그리워하는 노래고, 그대와 함께 그렸던 꿈이 점차 흐려져가는 게 아쉽다, 라는 감정이 잘 느껴지는 노래다. 잔잔하게 오래 듣기 좋은 노래인 것 같다.


앨범에 대한 종합적인 느낌은,


역시 나이가 들고, 결혼을 하고 가정을 꾸리면, 예술가는 쉽지 않다, 라는 감상이다.


결혼생활의 유지는 한 사람과의 충실함이 필요한데, 예술이 진정성을 가지려면 액티브한 사랑활동이 필요한데, 양립할 수 있나? 결국 김동률처럼 미혼으로 살면서 불멸의 아티스트로 살거나, 이적처럼 결혼하고 사랑보단 좀 더 다양한 어른의 감성을 노래하는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에피톤 프로젝트, 하면 지나간 사랑에 아픈 마음을 담담하게 읊는 것이 상징인데, 이제 그 담담함마저 무뎌지는 느낌이다. 무뎌지는 게 정상이니까.


그렇다고 갑자기 다음 앨범에서 하 인생 덧없다, 를 노래하는 것도 이상할 것 같고. 아이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너무 행복해요. 이것도 좀 이상할 것 같고. 


앞으로의 행보가 궁금하면서, 비슷한 나이대의 사람으로서 응원하기도 하면서, 걱정되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하고. 아무쪼록 많은 기대가 된다.


이상 감상 끝.

이전 07화 로스 카보스 올 인클루시브 카사 맛 4박 5일 후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