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생일 식탁을 차리면서 소고기 미역국에 소불고기를 했다. 평소에 고기 반찬을 즐기지 않고, 아이들 반찬으로도 고기 반찬을 두 가지 이상 한 번에 만드는 일이 별로 없는데, 생일에는 소고기 미역국이 빠져도 아쉽고, 아이가 좋아하는 소불고기가 없어도 서운하니 고기 반찬을 두 가지나 했다. 전날 미리 사 둔 양지와 불고깃감을 이용해서 아침부터 음식을 만들었다. 일단 미역을 불려두고 아침으로 먹을 과일을 손질했다. 사과와 참다래를 잘라서 아이들 식성에 맞게 통에 담고 보니 미역이 잘 불어 있었다. 미역을 적당한 크기로 자르고 양지(미리 정육점에서 썰어 온 것)와 함께 들들들 볶다가 물을 붓고 오랫동안 끓였다. 한 시간 정도 끓이면(처음엔 센불, 뒤에는 약불) 국물 맛이 좋다. 간은 간장과 소금, 멸치액젓을 섞어서 했다. 소고기는 채소를 거의 넣지 않고, 다진마늘, 양파, 파 같은 향신채소만 이용해서 바싹불고기로 볶았다. 고기에 간장, 멸치액젓, 설탕, 매실청, 다진마늘을 넣고 조물거리다가 양파를 조금(고기 세 근에 양파 한 개)만 넣고 볶았다. 고기에서 육즙이 나오니 계속 볶을 필요는 없고, 중불에서 가끔 뒤적이는 정도면 충분하다. 고기가 바싹 다 익고 나서 대파를 넉넉히 넣고 한 번 더 볶았다.
반찬을 만들고 보니, 신선한 채소 반찬이 필요했다. 김장 김치가 몇 가지 종류나 있지만 신김치가 되어 버려서, 아이들은 별로 손을 대지 않으니 급히 겉절이를 했다. 냉장고에 며칠 동안 묵어 있던 얼갈이가 아주 유용했다. 급하게 만드는 거니 얼갈이 한 봉지에서 네댓 포기만 꺼냈다. 얼마 안되는 얼갈이를 무치기는 아주 쉽다. 얼갈이를 몇 번 씻고, 굵은 소금 한 작은 술을 넣어 잠깐 절이고, 대파를 송송 썰어 넣은 뒤에 간장, 설탕, 고춧가루를 반 큰 술씩 넣고 무쳤다. 위에 깨를 톡톡 뿌리면 완성이다. 여름에 주구장창 만들던 겉절이이고, 한 번에 넉넉하게, 다라이가 넘치도록 담그던 겉절이인데, 추운 겨울 날, 얼갈이 한 줌으로 조금 무치려니 기분이 새롭다. 작은 양푼에 살살 무친 적은 양의 얼갈이 무침이 귀엽다. 달콤하고 아삭한 맛에 아이들이 잘 먹으니 양이 많지 않은 얼갈이 무침은 아이들에게 절로 양보하고 내 젓가락은 자꾸만 신김치 쪽으로 간다. 달큼한 얼갈이 무침도 맛있지만, 신김치의 깊은 맛도 은근히 좋다.
아이들은 고기 반찬에 채소를 곁들여 먹고, 자연식물식을 하는 나는 채소 반찬에 고기를 가끔 곁들여 먹었다. 자연식물식을 하면서 고기 맛을 잃었는데, 유연한 자연식물식을 하면서 종종 먹다보니 소고기까지 먹을만하게 느껴졌다. 먹는 음식의 양은 조절하지 않고, 먹는 음식의 종류만 조절하는 것이 자연식물식인데 조금 더 자유롭게 자연식물식을 했다간 일반식과 유사해질 지경이다. 요즘 이것저것 조금씩 섞어 먹다 보니, 속이 좀 부글거린다. 아침은 과일식을 유지하고 있다. 겨울이라 (김장김치는 꾸준히 먹고 있지만) 샐러드 대신 먹던 물김치를 먹는 빈도도 많이 줄어 버렸다. 치팅데이가 아니라면 조금 더 자연식물식에 가깝게 유지해 보는 게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