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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은 왜 소리 없이 피어나지?

4살 ㅇㅅ

by 동그래

나는 꽃보다 나무를 좋아한다. 잠시 피었다 지는 꽃보다 한결같은 나무의 든든함이 더 매력적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이를 낳고 키우며 아이들과 꽃이 닮은 점이 많은 것 같아 꽃을 자주 보게 된다. 방금 꽃봉오리를 터뜨리고 피어난 꽃처럼 아이들의 웃음은 생생하고 신남이 묻어있어서 발랄하다. 어떤 색의 꽃이 피어날지 궁금해서 열어보고 싶지만 꾹 참고 기다려야 하는 꽃봉오리처럼 아이들도 우리가 기다릴 때 더 멋지게 피어날 거다. 아주 잠시 피었다 지지만 그 화려함과 색과 향의 아름다움은 비할 것 없이 경이롭기까지 하다. 그래서 난 꽃을 보면 아이들이 떠오른다. 아이들도 꽃을 무척이나 좋아해서 꽃이 피는 봄이면 '예쁜 꽃'을 찾아 사방팔방 뛰어다닌다. 아이들과 보는 꽃은 또 다른 감동이 있다.


어느 날 공원을 산책하는데 은수가 "엄마, 왜 꽃은 소리 없이 피어나는 거지?"라고 물었다. "응?" "나 이제 꽃을 피웠다고 말해주면 좋잖아. 그러면 사람들이 더 꽃을 볼 거잖아." "꽃은 왜 소리 없이 피는 걸까? 와.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어?" '소리 없이 피는 꽃'에게 '소리를 주고 싶은 아이의 마음'이 연상되면서 한참을 소리 없이 피는 꽃에 대한 이야기를 아이들과 나누었다.


"은유야. 은수의 질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우선 엄청 멋진 생각인 것 같아. 나는 꽃은 당연히 소리 없이 피는 거라고 생각했어. 소리를 내면서 피는 꽃은 어떨지 생각하니까 신기해. 만약에 꽃이 말을 할 수 있다면 너무 시끄러울 것 같기도 해. 어떤 소리를 낼지 모르지만 이 수많은 꽃들이 다 말을 한다고 하면 우리 목소리가 들리지 않을 수도 있어."


"누나. 아마 꽃이 소리를 낸다면 아주 예쁘고 조용한 소리로 말할거야. 왜냐하면 꽃은 예쁘잖아."


"모든 꽃이 예쁜 건 아닐지도 몰라!"


"정말 예쁘지 않은 꽃도 있을까? 찾아봐야겠다."


"우리 꽃이 어떤 소리를 내면서 피어날지 상상해보자. 어떤 말을 할 것 같아?"


"나 이제 꽃이에요. 나를 보세요! 나 예쁘죠?"라고 은수가 말했다. 은유는 모든 꽃이 예쁘지 않다는 자신의 주장을 더 이야기하고 싶어하다가 "꽃들이 서로 자기가 예쁘다고 말하면서 싸울 수도 있어!"라고 자신의 마음을 조금 더해 대답했다. “엄마 생각은 말없이 꽃이 피니까 사람들은 자꾸만 꽃을 쳐다보게 되는 거 같아. 엄마도 너희가 조용히 있으면 뭐 하나 궁금해지거든.”


잠시 뒤 은수는 "엄마, 조용히 피는 꽃이 좋아. 소리를 내면 정말 언니(4살 땐 언니라고 불렀다) 말대로 시끄럽고 어지러워서 꽃이 예쁘다는 생각을 못할거야. 꽃아. 말없이 피어서 고마워." 라며 씨익 웃었다. 꽃을 바라보면서 조용히 피는 꽃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는 은수를 꼭 껴안으면서 황홀한 마음을 느꼈다. 아이가 없었더라면 해보지 않았을 생각이었다.



아이는 신나게 자전거를 타고 나는 벤치에 앉아 주위를 돌아보니 소리없이 자기 삶을 살아가는 수많은 생명들이 보인다. 이 모든 것들이 말하기 시작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모든 사람들이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다 하고 산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소리없이 조용히 묵묵히 자신의 삶을 성실하게 살아가는 이들이 다시 떠오른다. 매일 반복되어 지루하고 시시한 일상이라 여겨지는 날이면 아이의 질문이 세상을 다시 보게 하고, 새롭게 보게 하고, 다르게 보도록 깨워준다. 아이 덕분에 오늘도 즐겁게 살 꺼리가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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