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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병호 Oct 16. 2024

울적한 양말

느지감치 그림일기 14

 어릴 적 어느 때가 올라와 울었던 적이 떠오를 때는 울적해지면 안 된다. 비가 오기에 어느 날, 우는 것들이 많아 보이는 낮, 그래서 울적하려고 노력하지 않았던 날, 울적한 낮술이 기댈 핑계를 찾아 울대를 길게 뽑아 늑대 흉내를 내었는데, 그리 울 일도 없는데 울적하여 침침한 날이 있다.

 침침하다. 이런 날은 양말이 외롭다.

 어찌 던져졌는지 나도 양말도 기억 없는데, 항상 나보다 더 허물어져 무엇 하나 감추지 못하는 양말은 두 짝이 같이 헝클어져 더 바닥이다.

 울적하다한들 바닥은 있을 터,

 바닥이라도 있을 터, 헝클어진들 홀랑 뒤집어지지 못해

 덜 뒤집어진 울적함은

 울적함을 핑계로 돌아 눕는 양말을 보며

 수없이 허물어지다

 그저 평평해진 바닥을 보며, 그저 침침하다. 


울적한 양말 (acrylic on canvas 72.7*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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