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30대 여성 고객이 상담 전화를 통해 질문했다. 고객이 한 질문 그대로 생각하면 대답하기 매우 곤란했다. 순간적으로는 캡사이신이 어떻게 몸에 맵다는 반응을 어떻게 일으키는지 설명해야 하나 싶었다. 하지만 잠깐의 생각에는 그 답변을 원하시지는 않을 듯했다. 고객 입장에서 고춧가루가 기본적으로 맵다는 것은 분명 알고 있을 거라는 생각이었다. 빠르게 질문의 의도가 무엇일까 생각했고,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저희 고춧가루가 생각했던 것보다 매웠군요?"
이렇게 대답하자 고객이 웃으며그렇다고 답변했다. 자신의 질문이 어색했다는 것을 인지한 고객의 눈치였다. 질문에 대해 눈치 있게 내가 대답하자 자연스럽게 고객이 겪은 이야기가 나왔다. 고객은 기존에 동일한 상품을 구매했던 고객이었다.마음에 들어 고춧가루를 추가해 구매했는데,김장을 담갔는 데 지난번보다 매웠던 것이다. 그래서 시부모님이나 자녀가 함께 새로 김장한 김치를 먹기가 힘들어 고객 상담을원했던 것이다. 나는 혹여 상품이 잘못되거나 맛이 이상하지는 않았는지 확인했다. 다행히 그런 낌새는 없어 보였다. 그러자 덜 매운 고춧가루는 없는지, 덜 매울 방법은 없는지 추가적인 질문이 들어왔다. 추가 질문에 답변과 함께 혹여 상품에 이상이 있어 매웠던 것이 아닐까 하여 교환해드리기로 결정했다. 교환과 관련한 자세한 안내를 마무리로 고객과의 통화를 마쳤다.
고객의 질문에는 숨겨진 니즈를 느낄 수 있었다
고춧가루가 왜 맵냐는 고객의 질문을 그냥 받아들였다면 매우 이상했을 상황이었다. 고춧가루는 맵게 만드는 조미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고객의 마음이나의도를 생각하면 그 질문은 이상하지 않았다.오히려 고객의 질문 속에는 보이지 않는 사정이나 새로운 정보가 담겨 있었다.
첫째, 고객의 질문이나 불만 등은 상품 개선의 기회가 있었다. 맵기의 정도가 편차가 있지는 않은 지, 상품의 유통 과정에서 맵기의 정도를 조금 더 구체적으로 표현할 수는 없을지 고민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고객이 질문하지 않았다면 생각해보지 않았을 것이었다. 그러나 고객의 질문을 통해 내가 상품이나 디자인을 고객의 기대 수준으로 한 단계 발전시킬 수 있는 근거가 되었다.
둘째, 새로운 상품에 대한 수요를 읽을 수 있었다. 고객이 필요한 것은 고춧가루의 기존 빛깔은 유지하면서 덜 매운 고춧가루였다. 이는 곧 다른 고객층에서 새로운 니즈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어린이나 노약자 층을 타깃으로 한 순한 맛 고춧가루 시장이 존재함을 파악할 수 있었다.
겉으로 드러난 것에서 내적 의도와 의미를 파악한다
고객의 질문에 캡사이신이 일으킨 몸의 반응 과정을 대답했다면 고객의 니즈를 좀 더 파악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고객은 답답해했을 것이고, 자신의 의도나 이야기를 잘 듣는 사람은 아니라고 판단했을지도 모른다.
영업과 마케팅으로 일하며 가장필요한 것은 어떤 감 또는 센스는 아니라고 느꼈다. 데이터나 텍스트, 말에 숨겨진 의미를 파악하는 생각하는 근성이 중요한 역량이라 생각한다. 정량적인 데이터든, 정성적인 텍스트든 자료를 보고 이해하는 것은 어느 정도 배우면 누구나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자료를 통해 고민하여 분석과 개선 방안을 끈질기게 고민하는 것은 다른 차원의 역량이자 능력이다. 데이터의 결과물인 숫자와 고객 중심으로 생각 및 분석해보고, 방향을 제시하는 영업과 마케팅 업무는 끈질기게 고민하며 생각하는 태도에서 시작하기 때문이다. 빅데이터 시대라고 해도 고객의 의도와 모습, 행동은 계량화할 수 있지만 그 계량화된 숫자에 숨겨진 고객의 생각과 의도는 고민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그래서 어떤 이유인지 근성 있게 고민하는 일은 중요한 일과이자 역량 중 하나다.
고객의 마음 파악에 데이터는거들뿐
사람들이 필요한 것은 다양하다. 다양하게 사람들이 필요한 것 중에 무엇이 진짜고, 의도가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은 심도 있게 고민해본 자만의 것이다. 물론 많은 데이터와 자료들이 고민을 도와주지만 그것이 모두 정답은 아니다.고춧가루 질문처럼 드러난 텍스트나 자료로만 본다면 정말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한걸음이 부족할 수 있다.
데이터와 많은 자료의 홍수 속에서 하나의 답은 변하지 않는 다. 그 답은 사람을 중심으로 생각하고 고민하는 것이다. 그 외는 근거나 수단이지 절대적인 답이 될 수 없다는 것이 영업이고 마케팅이라고 느꼈다. 겸손하게 고객의 질문에서 변치 않는 영업과 마케팅에서 진리와 같은 답을 다시 한번 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