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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담Tea Sep 06. 2024

꽃길은 어디에 있나요

[노랫말싸미] 16

친절하고 다정하지만 내 마음이 좀처럼 가 닿지 못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 사람에게서는 나도 누군가에게는 그런 사람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배웁니다.


거칠고 투박하지만 두고두고 아름다운 사람이 있습니다. 그 사람은 내게 애매하게 괜찮은 척하느라 아까운 시간을 흘려보내지 말라고 일러 줍니다.


나에게는 그런 르침을 주는 이 있습니다. '꽃길만 걷자'라면서도 오늘 걷는 길이 꽃길인 걸 모른다고 알려주는 그런 꽃이 있습니다.


내 마음이 조급하고 옹졸해지고 닫혀 버리면 이름처럼 영락없는 잡초가 되어 버리는 꽃. 숨지는 않았지만 바람에 흔들리기 전에는 눈에 들어차지 않는 꽃.


하지만 조금만 느릿하게 걸으면서 햇살에 바람에 풀숲에 눈길을 주고 말을 걸어 주면 노란 눈망울을 살랑거리며 제일 먼저 내 길이 꽃길임을 알려주는 계란꽃.  



내가 꽃을 피우고/너도 꽃피우면/결국 풀밭이 결국 풀밭이/꽃밭 되는 것이 아니겠느냐_<나 하나 꽃피어>(이승민) 노랫말 중에서


 

개망초는 뜨거운 한 여름 속에서 일러줍니다. 당신에게 꽃이 되어라 말하기 전에 나부터, 나부터 꽃이 되면 그만이라고. 그러면 온 세상이 꽃으로 가득할 뿐이라고.


자신 앞에 서서 벚꽃을 생각하고, 능소화를 떠올리고, 프리지아 향을 그리워하느라, 눈꽃 속에 파묻혀 헤매느라 지금 꽃길 위의 아까운 시간을 버리지 않으면 된다고.


티나지도 티 내지도 않으면서 뜨거움을 묵묵히 이겨낸 개망초이기에 사납게 차가운 바람 속에서도 결코 주눅 들지 않으면서 겨우내 알려줍니다.


다시 금방 뜨거워질 것이라고. 바람불 때만 흔들리기에도 짧은 인생이라고. 나부터 피어나면 어느 바람길도 항상 꽃길이라고. 마음만 꽃이면 한겨울에도 꽃은 핀다고.   



내가 물들고/너도 물들면/내가 물들고/너도 물들면/결국 온 산이 결국 온 산이/활활 타오르는 것이 아니겠느냐_<나 하나 꽃피어>(이승민) 노랫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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