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hubert Fantasy D.760 "Wanderer" mov.2
나를 위해 살아도 ‘나’는 불행해질 수 있다.
'나'를 위하려 하는 내가 인식하고 있는 ‘나’가 진짜 ‘나’가 아닐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삶의 목적이 행복이라면, 그것은 달리 말해 삶이란 ‘나’를 최대한 알기 위한 여정일지도 모른다.
행복을 위해 ‘나’는 무엇이 기쁜지 무엇이 불편한지 무엇이 만족스러운지 무엇이 감동적인지 알아야 한다.
진짜 ‘나’가 드러나는 순간을 잘 봐야 한다.
아프리카 춤을 배우러 갔던 첫날, 벽에 쓰인 글귀를 보고 우뚝 서서 곱씹어 읽었다.
Kanude Danineye Sodala
“사랑이 날 모든 곳으로 데려가네”
사랑이 이끄는 대로 살아왔다. 내가 살아온 방식이었다.
처음 이 말을 한 사람도, 벽에 붙인 사람도, 나처럼 우뚝 서서 읽었을 모든 이가 그랬을 것이다.
듣지 않던 것을 듣고 고민하지 않던 것을 고민하고 말하지 않던 것을 말하고 움직이고 춤추고
숨 가쁘게 울었을 것이고 이대로 세상이 끝나도 괜찮을 만큼 기뻤을 것이고
옆 사람만 들릴 정도로 속삭이며 살았다가도 머리가 울릴 정도의 고함을 내지를 수도 있었을 것이다.
스스로도 이해하기 힘든 결정을 내려본 적이 있을 것이고 며칠 밤을 꼬박 새운 정성을 들여봤을 것이고
생전 가보지 못한 곳에 있는 이를 향해 먼 길을 나섰을 것이다.
이 순수한 열정 안에서는 즐거움, 분노, 기대, 고독, 용기, 절망, 기쁨, 희망 모두 진짜 내 것이었다.
그렇게 '나'라는 맨얼굴로 존재했다. 의심 없이 '나'일 때 부족함이 없었다. 행복이었다.
사랑을 따라 무엇에든 덤벼든 우리는 그렇게 ‘나’를 배운다.
모든 사랑이 데려다 놓은 자리에 선 지금의 우리.
우리 삶의 목적이 행복이라면, 부지런히 사랑을 배우는 것만이 세상에 태어난 이유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