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늦여름 피어 오른 꽃 Nov 03. 2023

[발리 한 달 일기 15]왜 발리까지가서 요가하냐구요?

오늘은 발리의 명절인 갈룽안(Galungan).

갈룽안은 발리 힌두교적 차원에서 악에 대한 선의 승리를 기념하는 최대 명절이다. 

길거리의 흥겨운 퍼레이드도 볼 수 있고, 대나무로 거대하게 만든 뺀조르라는 장식도 집집마다 세워두어 볼거리가 많다. 하지만 우붓시장도 문을 닫고 대부분의 가게들도 문을 닫아 여행객에게는 조금은 당황스러울 수도 있는 날이다.

 

마을 곳곳 발리인들이 갈룽안을 지내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우리네 모습처럼 명절음식과 과일을 나누기도 한다.

다행히 늘 듣던 아침 요가는 수업이 있었고, 우붓에서의 마지막 요가 클래스를 들었다. 적당히 힘들고 적당히 기분 좋은 빈야사였다. 

오늘의 사바사나는 그동안 요가 수업 중 가장 편안하게 몸과 마음에 집중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처음 발리에서 요가수업을 들었을 때를 생각해 보면, 선생님 디렉션을 놓칠까 전전긍긍하며 내 마음이나 몸을 들여다볼 여유 따윈 없었으니 장족의 발전이다. 




누군가는 물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럴 거면 한국에서 요가수업을 듣지 (더 잘 알아듣고 편안하게 몰입할 수 있으니) 왜 발리까지 가서 요가를 하느냐고….

1. 요가의 성지가 된 발리의 요가수업이 궁금했다. 

본래 기원지인 인도보다 접근성이 좋고, 환경적으로 더 잘 구성이 되다 보니 수련인들은 인도네시아 발리에 모여들게 되었고, 요가 페스티벌로 시작하게 된 요가반 등등의 심볼릭 한 공간들이 생겨나면서 점점 더 요 가인들이 모이기 좋은 곳이 되었던 것 같다. 

더불어 힌두교의 영향으로 요가의 본진인 인도에서 발리로 파생하기가 좋았을 것이다. 보다 나은 환경에서 보다 진짜 요가를 체험해보고 싶었다. 


2. 나를 말랑말랑하게 하는 환경에서 요가를 들어보고 싶었다. 

나를 바쁘게 옭아매던 공간이 아닌, 새로운 곳에서 마음부터 몸까지 부드럽고 유연하게 만들어보고 싶었다.

그것은 기후의 문제가 될 수도 있고 (확실히 더운 나라에서는 몸이 더 잘 열린다.), 나의 기존 생활 패턴을 탈피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고, 만나는 사람들이 달라지는 영향도 받을 수 있다.

확실히 공간은 사람을 지배하는 힘이 크다.


3. 발리에 있는 선생님들이 특별히 다르냐고? 

기대할만한 답이 아닐 수 있겠지만, 그렇지는 않았다. 

한국에도 참 좋은 수업과 선생님들이 많고, 그들이 특별히 대단하다는 느낌은 아니었다. 

하지만 함께하는 사람들과 만들어내는 에너지는 확실히 달랐다. 한마디 한마디 건네는 말의 에너지는 발리의 자연이 주는 힘과 섞여 더 밝고 경건했고, 마주치는 눈빛들이 명료하고 부드러웠다. 

무엇보다 요가를 위해 발리라는 새로운 공간을 찾아온 그들(선생님들)의 결단과 몰입력이 진정성 있어 좋았다. 강함과 부드러움을 항상 함께 강조하는 것이 요가인 것처럼, 뜨겁게 몸을 달구는 flow로 우리를 잔뜩 괴롭힌 후, 사바사나 중에는 직접 기타를 쳐주고, 오르간을 연주하며 본인의 목소리로 노래를 불러주는 선물을 선사한다. 

선생님뿐 아니라 다양한 인종에, 각자 다른 수준(실력)을 지녔음에도, 요가라는 하나의 관심사로 한 공간에 모인 사람들이 함께 호흡하는 시간들도 고요하지만 파워풀해서 좋았다.




오늘은 갈룽안이니 쇼핑에 눈을 돌리지 않고, '왔던 길도 다시 돌아보고 우붓을 온전히 즐겨야지.' 맘먹었는데, 결국 이것저것 또 사버렸다. 

지금 몸에 걸친 것들을 돌아보니 귀걸이, 반지, 로브, 탑, 바지까지 모두 여기서 산 것들이다.

바지 5천 원, 반지 3천 원, 로브 6천 원, 탑 4천 원, 귀걸이, 1만 6천 원… 다하면 4만 원 정도가 되려나? 

소박한 쇼핑으로 이렇게나 기분 좋게 만드는 발리이다.   


이전 14화 [발리 한 달 일기 13] 발리 요리를 배워봤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