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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uten abend brot 좋은 저녁

구텐 아벤드~ 저녁식사용 빵.

by 연우

몇 해전 매우 재미나게 본 '사랑의 불시착'이라는 드라마를 요즘도 가끔 재방송으로도 보곤 한다.

드라마에서 인상적인 부분이 꽤 많았지만 무엇보다 깊게 생각해 본 적 없는 북한 사람들의 실생활을 비록 드라마적인 설정이지만 조금은 진지하게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된 것 같아 흥미로웠다.


여주인공 윤세리는 서울에서 잘 나가는 재벌 2세인 여성 CEO이다. 우연한 사고로 북한에 불시착하여 다시 남한으로 돌아오려는 여러 시도를 하게 된다. 번번이 실패를 겪게 되는데, 남주인 리정혁의 아빠찬스로 해외 체육행사에 참여하는 계획을 세우게 된다. 해외 출국을 위해 여권을 만들어야 했고, 여권에 필요한 사진을 찍기 위해 평양으로 가게 되는데. 출발 전 미용실에 들러 평양 갈 준비를 하게 된다. 나도 가끔 여행 가기 전 펌을 하기 위해 미용실을 찾는 것이랑 같달까. 암튼. 남한과 다른 헤어스타일 이름에서 윤세리가 원했던 헤어스타일은 '어서 가세요' 스타일. 남한으로 돌아가고 싶었던 윤세리의 염원을 담아 선택한 이름.

'어서 가세요'라니. 진짜 이름일 수 있지만 어쩜 이렇게 찰떡같이 딱 맞게 직관적일까 싶어 드라마 작가님의 내공을 감탄하기도 했다.


이 빵집은 유기농 재료로 만든 빵을 만들어 파는 곳으로 지점이 곳곳에 있다.

얼마 전 밧홈부르크(Bad Homburg vor der Höhe)라는 동네에서 매우 직관적인 이름의 빵을 보고는 엉뚱하게도 '어서 가세요' 헤어스타일명이 생각났다. 그냥 딱 저녁에 먹는 빵인 것 같아 좋았다.

독일의 전통 저녁식사가 Abendbrot라고 불리는 것은 알았지만 빵 이름 자체가 Guten Abend Brot(좋은 저녁빵)라니. 원래 사려던 빵과 함께 안 살 수가 없었다. 순전히 이름 때문에.

손바닥 크기의 작은 사이즈인데 무게감이 있다. 호밀로 만든 사우어도우로 만들었고. 심지어 견과류까지 들어있어 씹을수록 고소하고 찐득하다. 반면에 함께 먹기 위해 산 Weizen 빵은 너무 담백하고 맛있다. 하나는 묵직하게, 하나는 가볍게. 두 가지 빵이 극명한 차이가 있는 빵이라 일부러 두 가지를 사서 먹는 편인데. 이번의 조합도 탁월했다 자부한다.


왼쪽이 GutenAbend Brot. 깨와 견과류까지 들어있어 매우 묵직한 빵이다. 오른쪽은 일반적인 흰 밀빵. 두 빵이 전혀 다른 특징의 빵이다. 주로 각 한 장씩 잘라먹는다.

밧홈부르크는 프랑크푸르트에서 북쪽으로 약 20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동네이다. 주변에 쾨니스타인, 오버오우젤과 같이 고즈넉하고 아기자기한 마을이다. S반을 타고 가서 종점인 Bad Homburg 밧롬부르크 역에 내려 계단을 내려오면 역사를 통과하게 되는데 여기서부터 고풍스럽다.

역사를 나와 쭉 걸어서 '걷는 여인상'을 지나 건널목을 건너고 또 육교를 지나서 REWE건물을 끼고 좌회전을 하면 눈이 바빠지는 길이 나온다.

길 양옆으로 쭉 늘어선 상점들과 레스토랑들이 눈과 귀, 코를 쉴 새 없이 즐겁게 한다.

1834년 온천이 발견된 이후 유럽 귀족과 부유층, 특히 러시아 황실이 즐겨 찾던 요양 지였다고 해서 그런지 동네가 역시 정돈되고 부유해 보인다.


이렇게 도시 이름에 Bad가 들어간 동네들은 모두 온천과 관계가 있어서 휴양을 즐기는 노년층들을 많이 만날 수 있다. 어르신들이 카페나 공원 벤치에서 오고 가는 사람들을 관찰(?)하는 장면을 목격하게 되는데. 이런 풍경들이 나에게는 여유로움으로 다가오나 보다. 자주 밧홈부르크를 오는 것을 보면.


프랑크푸르트같이 신도시 느낌의 도시와는 다르게 옛날부터 쭉 있었던 동네들만의 분위기가 있다. 사람들의 채취가 잔뜩 스며있는 아우라가 느껴진다.

저녁에 먹을 빵이나 치즈, 햄, 소시지 등을 신중히 고르는 그들에게서 사람 사는 냄새가 짙게 배어 나온다. 나도 역시 그들 틈에 살짝 끼어본다. 무슨 빵을 사는지, 무슨 말들을 하는지 눈치껏 잘 살펴보고 어색하지 않게 자연스럽게 섞여 들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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