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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나 Oct 11. 2023

더 중요한 것

나를 찾아줘





주차에 관한 에피소드 1


첫 번째 운전 연수를 마치고, 남편과 운전 연습을 '슬슬' 시작하던 시절의 에피소드이다. 그날은 남편과 함께 주차를 해보기로 했던 날이었다. 운전 연수 강사님과 늘 주차 연습을 하던 장소에서 그동안 주차하는 방법을 배웠던  남편이 테스트(?)해보기로 한 것이다.



그 자리가 출입구와 가까운지 먼지는 생각하지도 않은 채로 나는 그저 주차하기 쉬운 자리를 골랐다. 세 칸으로 되어있는 주차자리의 세 칸이 모두 비어있는 자리였다. 양 옆이 다 비어 있어 나는 내가 넣고 싶은 자리에 편하게 주차를 하면 되는 상황이었다. 그래서였을까. 긴장하고 있었지만, 내가 박을 차가 없다는 생각에 힘을 얻은 나는 빠르고 완벽하게 주차를 성공시켰다. 남편도 놀라서 정말 잘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남편이 드물게 나를 극찬한 날이었다) 그런데, 그 칭찬 속에서도 나는 넋이 나가 그저 멍하니 있을 뿐이었다. 그제야 내 표정을 바라본 남편은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물어보았다.



“왜 그래? 뭐 잘못되었어?”


나는 천천히 입을 열어 말했다.


“여기에 주차하려던 게 아니었어”라고.



내가 그렇게 말하자 잠시동안 차 안에 침묵이 가득 찼다.

사실 나는 오른쪽 맨 끝 자리에 주차를 하려고 했는데, 어쩐 일인지 차를 넣고 보니 완벽하게 가운데 자리에 주차가 된 것이 아닌가. 나는 영문을 몰라 몹시 당황한 상태였다. 그랬다. 완벽한 실수였다. 여기가 아니었다. 뭐,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지만. 어쨌든 처음에 의도했던 자리는 아니지 않나. 완벽하게 자리를 잘못 들어온 느낌이었다. 당연한 일인데, 다음번에 차를 타려고 할 때, 출입구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완벽하게 주차해 놓은 차를 찾느라 기억을 더듬어야 했다.



주차에 관한 에피소드 2.


그 후로 시간이 지나 두 번째 운전 연수를 마친 뒤 남편과 운전 연습을 '본격적'으로 하던 시기의 일이다. 혼자서 집에서 8분 정도 걸리는 화실까지 무사히 차를 운전했던 날이었다. 주차도 어렵지 않게 슉슉 잘했다. 혼자 차를 몰고 왔던 것도 기뻤지만, 처음 의도했던 자리에 제대로 주차를 할 수 있었다는 것마저 만족스러웠다. 성공적인 운전 경험에 고무되어 선생님께도 자랑을 한껏 늘어놓기도 했다. 수업을 마친 뒤에는, 기분 좋게 스타벅스에서 커피 한잔을 테이크 아웃하여 주차장으로 갔다.



어? 그런데 차가 안보였다.

분명 엘리베이터 지하 1층에서 내려 바로 맨 앞에 주차를 한 것 같은데?

내 차가 도난당했나? 견인당했나?

차가 안보이자 말도 안 되는 생각들이 이어졌다. 그러나 상식적으로 차가 어디 가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하려 애쓰며 넓은 지하 주차장을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다. 화실은 큰 타워 안에 위치해 있었으므로, 지하 주차장은 몹시 넓었고, 그러므로 나는 주차장을 돌며 이 넓은 주자창 안에서 내가 차를 위치한 곳을 착각하고 있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니까 주차장이 이렇게 길을 잃을 정도로 넓으니까 내 차를 찾지 못하는 것도 당연하다고.



그러나, 주차장을 한 바퀴 돌아도 여전히 내 차는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다시 한번 더 돌았다. 역시 안보였다. 혹시 잘 눈에 띄지 않는 사각지대가 있나? 지하주차장을 세 번째 돌 때는 눈에 눈물이 글썽글썽했다. 어떡해. 세 번이나 주차장을 돌았는데 내 차는 온데간데 보이지 않다니. 한 손에 들고 있던 커피잔이 덜덜 떨려오기 시작했다.



사람이 너무 당황하면 아무 생각이 안 든다고 하지 않았나. 나 역시 이성적으로 생각하려 했지만 전혀 이성적이지 않은 상태로 지하 주차장을 세 바퀴나 돌고 기어이 눈물을 쏟고 말았다.

상황이 당혹스러워서 터져 나온 눈물이었지만, 나 자신이 너무 싫어서 울었던 것도 있었다. 차를 어디다 주차했는지도 기억 못 하는 나 자신이 너무 싫어! 엉엉.



출처: 네이버 소라의꿈

그래도 잠시 울고 난 뒤, 약간의 이성적인 판단이 돌아왔다.

길을 잘 모르겠으면 일단 출발점으로 다시 가보기로 한 것이다.

나는 엘리베이터 앞으로 왔다. 일단 대책이 없으니, 엘리베이터를 다시 타고 일단 1층으로 가거나 아님 화실로 올라가 보기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엘리베이터를 탄 뒤 어느 층수를 누를까 고민하고 있는데 지하 1층 밑에 지하 2층이 보였다.

설~마?

지하 2층 버튼을 꾹 누른 뒤 이윽고 문이 열리자마자 나는 엘리베이터 앞 주차 공간으로 달려갔다.



짜잔!

내 차는 거기에 있었다. 당연히 지하 1층에 차를 주차했다고 생각했는데 사실 나는 지하 2층에 차를 주차했던 것이다.

결국 엉뚱한데 차를 주차해 놓고 다른 곳에서 한참이나 찾고 있었던 셈이다.

이거 완전 바보 아냐?


...

이런 생각이 들었다.

뻔한 클리셰 같지만 나 자신을 잃어버린 것 같은 요즘이라고.

더더욱이나 이런순간.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별다른 방법은 사실 없다. 피곤한 손길로라도 무언가를 꼭 붙드는 수밖에. 뭐든. 책, 그림, 가족과 지인들, 여행, 하다 못해 운전대라도. 적어도 차라도 잃어버리지 않게.




차를 운전하는 데 있어, 주차가 제일 어려웠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가장 많았다.

그런데 주차가 아무리 어렵다고 해도 주차를 하는 것보다 중요한 건 따로 있다.


중요한 건,

주차한 차를 일단 잘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 당연한 말 1)

 

그리고 더 중요한 건,

차를 엉뚱한 자리에 주차하고, 그 차를 어디에 놨는지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침착하자는 것이다.

( 당연한 말 2)


지하 1층의 세계에서 상실했다 생각한 것은, 지하 2층의 세계에서 온전할 것이다.

잃어버린 건 애초에 아무것도 없었다. 


세상 속의 내 자리도, 잃어버린 것 같은 나 자신도 다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은 단지 세상과 숨바꼭질을 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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