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의 순간이 눈앞에 왔을 때 사람들은 어떤 선택을 할까. 모든 경우의 수를 따져 가장 완벽한 최선의 선택을 끌어내기도 하고, 머리보다 마음이 따르는 대로 직진하기도 하고, 최악의 선택을 피하고자 차악을 선택하기도 하고, 또 어떤 때는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 고민하다가 시기를 놓칠 때도 있을 것이다. 어떤 선택을 하든 내가 내린 결정에는 그냥 책임지고 앞만 보고 가는 길밖에는 없다. 어떤 선택에도 정답은 없고, 누가 대신 해준 것도 아니며, 무엇보다 내가 선택하지 않은 다른 것을 선택했을 때 어떤 효과가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라는 것, 선택에는 책임이 따른다는 것, 후회해도 이미 늦었다는 것을 모두 알지만, 사랑 앞에서는 머리로 아는 것과 달리 후회할 일도, 과거에 발목 잡혀 놓지 못하는 일도 많은 것 같다. 너에 대한 내 감정 숨기겠다 다짐해 놓고, 막상 얼굴 보면 흔들리는 건 원래 내 모습 같지 않고, 애매한 너의 행동에 할 말을 잔뜩 준비해 놨지만, 놓쳐버린 타이밍에 후회하기도 했다. 그리고선 혼자 남아 ‘바보같이 똑같은 실수를 하다니’ ‘내가 먼저 확실하게 끊어내면 되잖아’ 답답하고 안타까움에 한탄의 눈물을 흘렸다. 이 마약 같은 사랑이라니.
말은 무심하게 해도 막상 해주지 않을 거 같은데 내가 말하면 결국 다 해주는 다정함을 좋아하고, 나를 기다리지 않게 해주는, 혹은 내가 기다리고 있어도 불안하지 않은 안정감에 안심이 되고, 내 감정에 기복이 있어도 흔들리지 않는 편안함에 믿음이 가고, 장난기가 가득하지만, 분명하게 리드해 줄 수 있는 남자다움에 끌리고, 주관은 명확한데 또 융통성 있는 사람에 마음이 간다. 싫어하는 성향이 확실한 만큼 좋아하는 성향도 명확했기 때문에 마약 같은 사랑에 바보같이 중독되는 것 같다.
내게 좋은 사람을 잃어버린 것만큼 나에게 나빴던 사람을 놓지 못하는 것만큼 나중에 후회되는 일은 없다고 한다. 내가 놓으면 끝날 관계에 대해 억울함을 품지 말고, 내 잠깐의 고민과 슬픔이 하루를 망치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동안 나와의 시간을 많이 보냈던 것은 누구보다 내가 나를 잘 안다는 확신으로 이어졌고, 내가 선택한 일에 상처받을 준비가 되었던 것도 넘어졌을 때 그 자리에서 바로 잘 일어나는 큰 힘이 됐다.
시간을 돌아가라면 절대 같은 행동을 하지 않았을 거 같지만, 그때의 나는 그게 최선이었을 거니까. 누구보다 제일 고민 많이 하고 힘들었던 건 우리 자신일 테니까. 지나간 최선이었을 나의 시간과 감정에 애써 매달리지 말자. 이미 최선을 다했다는 것만으로도 더할 나위 없이 완벽했다. 불안과 미련과 후회가 어우러진 최선만큼 값진 경험은 없을 것이다. 불태운 열정과 쏟아 낸 사랑, 그 모든 것에 누구보다 열심이었던 자신이 기특하고 자랑스럽다 안아주면 된다. 최선만큼 솔직한 건 없으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