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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노라면 Jun 19. 2024

안 봐도 비디오

사노라면의 붓 끝에 시를 묻혀 캘리 한 조각

어제저녁 산책길에 옆을 지나던 이의 말소리가 들립니다.

'안 봐도 비디오다. 야'

무슨 대화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문장만 귀에 쏙 들어옵니다.


'안 봐도 비디오'

꽤 오래된 관용어인듯합니다.

비디오의 여러 번 다시 볼 수 있는 특성상, 이미 본 상태에서 다시 틀면 안 봐도 내용을 다 안다는 뜻에서 유래된 말일 겁니다

그러니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뻔히 다 알고 있는 상황일 때, 혹은 이미 예상 가능한 상황일 때 쓰는 말이지요. 상황을 안 봐도 본 것처럼 생생하게 알고 있다거나 머릿속에 그려진다는 것이지요.


비디오가 사라진 지가 꽤 된 요즘도 이 문장이 관용어로 살아남는 건  아직 비디오 세대가 남아있기 때문일 겁니다.

한때 비디오는 우리에게 중요한 정보 전달자였습니다.

유행하는 영화나 기록들은 모두 이 비디오에 담겨 서로에게 공유되었죠. 가끔은 라벨 떼어진 채로 청춘들의 뜨거운 밤을 달래주는 역할을 하기도 하고 말이지요.

오죽하면  '호환마마'보다 더 무서운 게 비디오라 했을까요?


그렇게 우리의 한 시절을 함께하던 비디오의 시절이 어느샌가 cd로 변하더니 그마저도 이젠 유튜브나 ott 등으로 변했습니다.

어쩌면 조금만 지나면 '안 봐도 유튜브다' 같은 새로운 말이 생길지도요.


비디오보다도 뻔한 '안 봐도 다 아는' 세상입니다.

자기 눈만 감은 채 '안 보면 안 보일 거'라 생각하는 탐욕의 냄새 풀풀 풍기는 미련한 이들의 변명에 한 마디 해주고 싶습니다

'안 봐도 비디오'라고요.


세상 모든 곳의 진실과 정의를 기대합니다 -사노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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