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시 Dec 02. 2023

퇴사를하다.

나는 몇년 전 1년의 병원생활을 끝내고 퇴사를 하였다. 병원에 근무하면서 늘 항상 "그만둘꺼야!" 라는 말을 달고살며 먼저 그만둔 사람들을 부러워하기도 했다. 일이 안바쁘고 괜찮은 날에는 다닐만 하다가도 내가 사고치고 혼나고 진상 환자들을 만나면 너무 그만두고 싶은 마음이 치솟았다.  매일 구직 사이트에서 병원 아닌 곳을 찾아보며 알아보곤 했다. 그때는 그냥 보는 것 만으로도 약간의 스트레스가 해소되었다. 그러다가 내가 사직을 해야겠다고 다짐하게 된 계기는 바로 차지 트레이닝 때문이었다.

차지트레이닝이란? 간호사의 업무방식은 크게 두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팀간호로 간호사 한명이 정해진 환자를 대략 12명에서 15명을 보는 방법으로 담당환자에 대한 모든것을 다 하는 것으로 요즘들어 많은 병원에서 하고있는 방식이있고, 다른 하나는 펑셔널 간호로 차지 간호사 두 명정도가 병동의 전체 환자를 반씩나눠서 한사람당 20명 이상의 환자를 관리하며 오더받고 거르고 하고 액팅 간호사가 차지 간호사가 시키는 일을 하고 전산 보다는 실기 위주로 업무를 한다.

 신규로 입사하여 우리병원은 펑셔널간호이고 나는 액팅간호사였다. 액팅 간호사로 일하면서 차지간호사들은 앉아만 있고 액팅들에게 이거해주세요! 저거해주세요! 하며 쉽게 일하는 것 같아보였다.

 그렇게 일 년 가까이 일을하여 이제 차지간호사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교육받는 차지 트레이닝을 시작하였다.

 트레이닝을 받으면서 나의 미숙함이 너무 티가났다. 생각보다 나는 너무 알고있는것이 없었고 선생님들이 만날 공부하라고 했는데 왜 그랬는지 그때 알게되었다. 액팅으로 일 할 때는 차지간호사의 고통을 몰랐는데 격어보니 너무 힘들었다. 내가 환자의 모든것을 다 파악하고 있어야하고 의사의 오더도 걸러내야하며 검사 수치를 보고 의사에게 노티도 해야했다. 또한 의사들이 대충 이야기하고가도 찰떡같이 알아들어야했고 환자 보호자 상대도 알아서 해야했다

 그 과정들이 너무 힘들었고. 또한 인수인계를 할 때도 "그 검사 왜 하는줄 알아?" "이 수치가 높으면 너가 해줄 수 있는게 뭔데?" "그 약 왜 들어가?"등의 질문공격도 너무 힘들었다. 일 끝나고 집에오면 쉬기보다는 인계할 때 지적사항에 대해 복습을 하고 의학용어 연습하기 바빴다.

 이런 삶을 살다보니 너무 재미가 없고 힘들었다. 그러다 구직 사이트에 들어가 일자리를 찾아보던 중 본가에서 출 퇴근 할 수있는 검진센터에서 간호사를 구한다는 공고를 보았다. 그리고 설마 내가 뽑히겠어? 라는 마음으로 지원서를 눌렀다.

 바로 다음 날 검진센터에서 연락이 왔다. 면접을 보러 오라고 하여 날을 잡았고, 그 누구에세도 말하지 않고 비밀리에 면접을 보러갔다. 검진센터에서는 출근날짜가 조금 빨라 약간의 조율이 필요하다고 요청을 하였는데 흔쾌히 들어주셔다. 그렇게 출근일자까지 정해버렸다.

 면접 끝나고 나오는길 너무 홀가분했다. 이제 3교대도 안하고 점심시간도 한 시간이나 있고 주말 공휴일 다 쉴 수 있는 일을 하다는 것 만으로 너무 좋았었다. 이제 남은 건 사직서만 작성하면 끝이었다.

 먼저 동기들에게 이야기를 하였다. 동기들은 부럽다며 자기도 상근직을 하고 싶다고 하면서 그만두지 말라고 붙잡기도 하였다. 그리고 수 선생님께 이야기를 해야하는데 쉽게 말이 떨어지지 않아 하루 이틀 미루다가 말씀을 드렸는데 의외로 쉽게 사직서를 내어 주셨다. 솔직히 붙잡을 줄 알았는데 너무 순순히 놓아주셔서 당황스러웠다. 같이 일했던 다른 선생님들도 나보다 먼저 그만두는게 어딧냐, 가지마라 등의 말을할 때 나도 모르게 약간 흔들렸다. 사람마음이라는게 지긋지긋하고 매일 그만두고 싶다가도 진짜 그만두려니까 기분이 이상했다. 진짜 그냥 병원에 다녀야 하나? 라는 생각도 들면서 이직을 하면 월급도 줄어들텐데 그냥 사직서 없었던 걸로 할까? 등 마음이 갈팡질팡하여 가족들에게도 이야기하지 않았다.

 사직서를 제출하고 이제 진짜 끝이구나라는 생각에 약간 시원섭섭했다. 지난 일 년 동안의 일들이 머리속에 스쳐지났다. 그만둘 때가 되니 왜 좋았던 기억만 생각나는지 모르겠다. 집으로 돌아가야해 기숙사 짐도 조금씩 정리했다. 사원증, 약노트, 트레이닝노트, 간호복 등 이제 다시는 사용하지 않는 것들이지만 추억이 담긴 물건들이라 다 챙겨왔다.  동기들과 송별회도 하며, 그만둬도 단톡만 나가지 않기로 하며 5주에 한번씩 놀러오기로 하였다.

 돌이켜보면 일 년동안 힘들 일도 많았지만 재미있고 보람찬 일도 많이 있었다.그곳이 나의 첫 직장이라 의미가 있었고 사회초년생활을 함께한 동기들이 있어서 든든했다. 좋은 사람들도 많이 만나고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잊지못할 추억이 쌓인것 같다. 그렇게 나의 일 년의 병원생활을 마무리했다.

 

매거진의 이전글 그때 그 친구들의 오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