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누군가의 생명의 밧줄이다.

by 박동기

절망 골짜기에서 단 한 사람이 손을 잡아 주면 살아난다. 평범하게 직장 생활을 해왔다. 많이 벌지는 못하지만 평범한 개발자로 살아왔다. 오래전 일이다. 아는 친구로부터 배신을 당하게 되었다. 말할 수 없는 상처로 힘든 나날들을 보냈다. 중환자실에만 없었을 뿐이지 간신히 산소호흡기에 연명하듯이 하루하루 살아왔다. 설상가상으로 병이 찾아왔다. 배신과 질병의 고통과도 싸워야 했다. 불행은 하나씩 오는 것이 아니라 쓰나미처럼 정신 못 차릴 정도로 밀려오는 것을 몸소 체험을 하게 됐다. 한번 일이 꼬이기 시작하니 헤어나기 힘들 정도의 고통 속에서 죽음의 문턱까지 온 듯했다.


병이 들어 많은 약을 먹어야 했고 독한 약 때문에 밤새 고통을 겪어야 했다. 얼굴은 창백해지고 몸무게는 줄어들며, 안 좋은 일은 끝도 없이 밀려들었다. 그곳이 바로 지옥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어떻게 그 상황을 벗어났는지 신기할 정도다. 두 다리도 설 힘조차 없어 그냥 털썩 주저앉고 포기하고 싶었다. 밤엔 고통 속에서 별의별 생각을 다하고 안 좋은 생각들도 잠시 했었다. 그런 날들이 몇 개월간 지속이 되고 병과 배신의 지옥 속에서 하루하루를 견뎌 나아가야 했다. 권투 경기 중에 내 가드를 풀린 채 고난의 주먹으로 무자비하게, 일방적으로 육체와 정신을 얻어맞았다. 정신 상태가 피투성이가 되어 분노할 힘조차 없던 날들이었다. 댐이 작은 구멍으로부터 시작해서 물이 쏟아져 댐이 무너지듯이 고통은 나에게 물밀듯이 밀려왔다. 하나를 해결하면 다른 하나가 터지고 또 터지고 정신을 못 차릴 정도 얻어터진다. 안 좋은 일은 깡패처럼 한꺼번에 몰려옵니다. 더군다나 내가 온전히 서지 못하니 다리도 풀리고 고구마 줄기에 고구마가 연결되어 나오듯이 고난이 줄줄이 나와 공격을 했다. 살다가 겪지 말아야 할 것들은 다 겪으며 살았다. 살다가 이런 지옥은 없었다.


다시 일상을 시작하면 낮에 약에 취해 일도 못하고 밤바다 독한 약 때문에 헛구역질을 하고 잠을 설쳐댄다. 배신의 아픔까지 겹쳐 옆에 있는 5m 정도 랜선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정말 한순간이구나라는 생각을 한다. 그때마다 나한테 걱정이 되어 전화가 오는 따뜻한 사람의 전화가 나를 살렸다. 그 사람과 통화를 하면 정신을 차리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올 수가 있었다. 최악 상황일 때 누군가 한 사람이 손을 잡아주면 일어난다. 그 사람과 아무 말 없이 따뜻한 밥만 먹어주면 그 사람은 절대 쓰러지지 않는다. 그 사람은 그 관심 힘으로 다시 일어난다. 더 나아가 그 사람 눈물을 닦아준다면 그 사람은 반드시 회복된다. 지구 상에 어느 한 사람만 그 곁에 있어도 그 사람은 최악 선택을 하지 않는다. 단 한 사람, 그 한 사람이 없기 때문에 최악을 선택하는 것이다. 그 최악을 넘기고 나면 그런 일도 있었네 하고 덤덤하게 넘어간다.


지나고 보면 그럴 수도 있었네 하고 넘길 수도 있다. 최악 상황에 따스한 한마디가 그 사람을 일상으로 돌아오게 할 수가 있다. 멘붕에 빠져서 회사일도 엉망으로 했는데 정말로 회사를 잘리지 않은 것이 기적이다. 대표님은 지나가시면서 몸은 어떠냐고 걱정스러운 눈길로 바라봐 주셨다. 대표님과 가까운 동료들이 인내하고 지켜주심에 항상 감사하는 마음이 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고통을 받는 사람이 많아서 안타깝다. 어려움에 처한 사람이 사람을 만나지 못하니 더욱 수렁에서 헤쳐 나오지 못할까 걱정이다. 절망 골짜기에서 단 한 사람이 따스한 관심을 주면 그 사람은 산다. 절대 최악 선택은 하지 않는다. 바닥을 치고 일어날 수 있는 힘, 다시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는 힘은 단 한 사람의 관심이다. 단 한 사람 관심이 있다면 다시 이 세상 살아갈 힘을 얻는다. 이 세상은 살만한 것이다.


인생은 한번 바닥을 치고 일어서면 마음을 비우게 된다. 인생 바닥에서 포기하지 않으면 이제 올라갈 일만 남았다. 바닥을 박차고 일어나면 다시 살아난다. 바닥을 찍고 올라올 때 정신이 번쩍 들고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하며 그때부터는 삶을 충실하게 산다. 충실한 삶의 태도가 경제적으로도 성공을 얻고 더 의미 있는 인생으로 다가온다. 이전엔 없던 좋을 일들이 벌어진다.


그 고난을 겪고 인내 나이테가 생겨 어떤 고난이라도 무덤덤하게 헤쳐 나간다. 그러다가 인생 전성기를 맞는다. 나는 지난날 삶보다 지금 삶이 좋다. 지금이 내 인생에서 최고 순간이다. 건강을 잃었다가 완전히 회복되다 보니 먹는 것과 건강 소중함을 알게 되었다. 매일 숲을 다니며 몸을 소중하게 챙겨 지금은 허벅지가 내 인생에서 최고 두께이다. 몸무게도 평균 몸무게 이상을 유지해서 가장 만족스러운 몸이 되었다. 아픔을 겪은 뒤 삶을 바라보는 시야가 더 깊어졌고 내공이 생겼다. 삶을 바라보는 관점이 180도 달라졌다. 온전하게 서다 보니 사람들과 관계 속에서도 대등한 관계가 되어 당당하게 살아간다. 온전한 관계 속에서 삶을 바라보는 관점이 긍정적으로 달라졌다. 삶을 더 깊이 볼 수 있고 나 자신을 더 사랑하게 되었다. 그리고 작가라는 내 꿈을 펼치기 시작했다.


어려움이 있는가? 지금 단 한순간만 참고 넘겨보자. 우리 모두는 다 가치 있는 인생이다. 한발 더 딛고 일어나면 지금보다 더 찬란한 미래가 기다린다. 나도 하찮은 존재였지만 그 누구보다 소중한 사람으로 탈바꿈이 되었다. 어려움을 이겨내고 다시 온전한 일상을 살아가 보자. 더 나아가 더 어려운 사람에게 말없이 따뜻하게 밥을 사줘 보자. 손을 잡고 그 사람 눈물을 닦아줘 보자. 더 나아가 당신은 누군가를 살리기 위해 생명 밧줄을 던질 수 있는 소중한 사람이다.


당신은 소중하다. 당신이라는 아름다운 가치가 아직 흙 속에 묻혀있지만 이 시간이 지나면 보석처럼 빛날 것이다. 우리는 동굴로 가는 것이 아니라 터널을 지나고 있다. 터널은 반드시 끝이 있다. 당신은 이 세상 누구보다도 소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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