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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에 태어나서

秋に生まれて I 아키코

by 이손끝

내가 아는 한국은, 늘 공기가 보송하고 계절의 향이 나.
공기만 다른데도 왜 이렇게 설레는지,
인천공항 밖으로 나와 처음 맡는 한국의 냄새는, 언제나 나를 들뜨게 해.

私の知ってる韓国は、いつも空気がカラッとしていて季節の香りがする。
空気が違うだけで、なんでこんなにわくわくするのかな、
仁川空港から出た最初の韓国の空気の匂いは、私をいつもわくわくさせる。


가을에 태어나서.png ©이손끝


아마도 오키나와와 완전히 다른 냄새라서 그럴지도.

沖縄と全く違う匂いだからかな。


오키나와는 늘 공기가 습하고, 미지근한 바람이 분다.
沖縄はいつも空気が湿っていて、生ぬるい風が吹いている。


가끔은 바다 냄새가 스친다. 그럴 땐 남풍.
조금 보송한 날씨면 북풍이 불어.
時々、潮の香りがする。そんな時は南風。
ちょっとカラッとした空気の時は、北風。


나는 단연코, 가을을 좋아해.
10월에 태어나서 그런가.
여름 내내 버티던 몸이 한숨 놓는 계절.

조깅으로 말하자면 쿨다운 같은.

私は断然、秋が好き。
10月生まれだからかな、笑
夏の間、頑張った身体がほっとする季節。

ジョギングでいうとクールダウン。


그런데 오키나와의 가을은 정말 짧아.
2주 정도밖에 되지 않아.
でもね、沖縄の秋は本当に短い。
2週間くらいしかない。


아빠에게 “왜 내 이름을 아키코(秋子)로 지었어?!” 하고 물으면,
아버지는 “오키나와엔 가을이 거의 없잖니. 그래도 네가 태어난 날은 정말로 가을이었거든”이라고 말씀하시곤 했어. 어릴 땐 너무 단순한 이 이름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지금은 돌아가신 아버지의 그 마음을 조금은 알 것 같아.
私が父に 「なぜ、私の名前を秋子にしたの?!』というと、父は「沖縄には秋がほどんどない。でもあなたが生まれた日は秋だった」と話してくれた。小さい頃は、単純なこの名前が好きにはなれなかったけど、
亡き父のその想いが、今は少し理解できる。


슬슬 한국은 가을이 끝날 무렵일까?
예전에 일본에 살 때, 10월은 한창 가을이라 은행잎이 노랗고 붉게 물들고,
산이 단풍으로 확 바뀌어 정말 아름다웠지.
そろそろ韓国は秋が終わる頃かな?
日本に住んでいた頃、10月はちょうど秋で、いちょうの葉が黄色や赤い色に染まり、山が紅葉で一変してとても綺麗だった。


도쿄의 삶은 그렇게 잘 맞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가을만큼은 좋아했어.
東京の生活は苦手だったけど、秋だけは好きだった。


올해 오키나와는 태풍이 오지 않아서인지, 10월 하순인데도 아직 더워.
沖縄は今年は台風が来なかったせいか、10月後半なのにまだ暑い。


Threads에 “오키나와의 여름은 언제까지인가요?”라는 글이 올라왔더라.
Thresdsに「沖縄の夏はいつまでですか?」という投稿があったよ。


질문한 사람은 아마도 본토에서 오키나와로 이주한 사람일거야.

재밌네. 나도 누군가에게 묻고 싶을 정도라니까.
質問者は、おそらく日本本土から沖縄に移住した方だろう。

面白い。私も誰かに聞きたいくらいだ。


오늘은 하루 종일 비가 내렸어.
조금 선선해졌다.
이제야 가을이 오려나.
今日は1日雨が降った。
少し涼しくなった。
ようやく秋が来る。



오키나와여행, 일상에세이, 공감에세이, 오키나와, 나하공항, 오키나와계절.jpg 오키나와 나하 국제거리 ©이손끝


덧붙이는 말,


올해의 가을은 참 짧게 느껴집니다. 글을 올리지 못하는 2주 동안 개인적으로 참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평소라면 이대로 글 쓰는 것을 멈추고 도망가버렸을지도 모를 일이지만, 이 브런치북은 아키코와 쓰고 있으니 제가 도망갈 데가 없더라고요. 둘이 쓰는 글은 여러모로 힘이 있구나 싶더라고요. (아키코 미안하고, 고마워!)

그러다 보니 이제라도 마음도 다잡고, 돌아올 곳이 다행히 따땃한 브런치라는 사실에 위안이 되기도 합니다.

브런치를 처음 시작할 때의 마음가짐이 정말 꾸준히만 써보자는 것이었는데, 앞으로도 그 마음으로 연말을 보내고 싶어 집니다. 그사이 또 얼마나 많은 작가님의 글들을 지나쳤을까 부지런히 브런치 마을을 돌아다니면서요.

오키나와의 가을에는 단풍이 드는 일 없다 해서 사진이 없었는데, 부겐빌레아 찍어놓은 게 있어 같이 올려봅니다. 오키나와에서 부겐빌레아는 거의 사계절 핀다고 하네요. 특히 가을에 풍성해진다고 합니다.

저 분홍색으로 꽃처럼 보이는 건 사실 꽃이 아니라 포엽이라는 사실!

쓰다 보니 할 말은 참 많지만, 연재 요일이 아닌데 올리니 이번 주만 이해 부탁드리고(아니면 영영 못 올릴 것만 같아서..), 부쩍 추워진 늦가을에 건강 잘 챙기시며 글 쓰시는 작가님들 되시기를 바랄게요. 늦었지만 글 읽으러 꼭꼭 찾아갈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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