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와 오늘부터 1일
한시간 비행이면 충분히 닿을 거리를 400키로를 넘는 거리를 달리고 달려 완도항에 도착했고, 차를 싣고 몸을 싣고 제주항에 도착을 했다. 이 고단한 일정을 말끔히 씻어주는 순간은 바로 차를 타고 큰 배에서 나가는 순간이다. 그렇지 않았더라면 짐을 들고 두다리로 걸어서 내렸을텐데. 가속페달을 살짝 밟으며 마치 나를 집어삼킨 고래의 뱃속에서 나오는 듯한 해방감이 주는 짜릿함과 쾌감. 이 순간이 참 좋다. 앞으로 두주간 제주도와 살짝 사랑에 빠지려고 한다.
오늘부터 1일.
첫만남도 아니고 두번째 만남도 아니지만.....오랫만이라 그런지 살짝 떨리기도 한다. 누가 뭐래도 제주 넌 우리나라에 젤 멋진 녀석이니까.
첫 숙소가 있는 애월까지 40여분의 거리. 일단은 시내에 있는 마트에 들러 장을 본다. 일단 저녁에 먹을 흑돼지를 사고 제주에일을 바구니에 담는다. 오늘 저녁은 에어프라이어에 흑돼지를 구울 예정이다. 쌈도 필요하겠지~~~여행지에서는 이런 소소한 일상이 왜 그리 특별하고 설레는지. 눈에 콩깍지가 씌워지고 마음이 살랑살랑 제주에 넘어가고 있다. 길을 헤매고 모든 것이 어리숙해도 그것조차 신선하고 재미있다. 이것이 바로 1일이 주는 설렘.
애월은 정말 여행자를 위한 곳. 곳곳에 이쁜 숙소와 카페들이 즐비하고 멋진 바다가 시야에 들어온다. 창 밖으로 말 두마리가 풀을 뜯어먹고 있다. 제비로 추정되는 새들이 바로 앞 전깃줄에 앉아 있다. 이제 곧 작별을 고하는 태양이 붉은 노을 사방으로 퍼트리고 생경한 모양의 구름들이 스러져가는 푸른 하늘에 젖어들고 있다. 아름운 순간이다. 결코 길지 않은 순간임을 알기에 짐을 나르는 손이 분주하다. 잠깐만 기다려줘. 급한 불을 먼저 끄고 널 즐기고 싶은데.....
숙소에 도착을 하면 언제나 그렇듯 너무너무 바쁘다. 가지고 온 짐들을 나르고 정리하고. 그리고 저녁도 준비해야 한다. 그러는 사이 오늘의 태양은 마지막 남은 붉은 기운까지 어두워져가는 여름하늘에 다 토해내고 어느순간 뒤도 안돌아보고 사라져버렸다. 아쉽다. 하지만 오늘만 날이 아니니까. 오늘은 아직 1일이니까 조바심은 금물.
제주야 잘 부탁해. 오늘부터 1일인데 오늘은 좋았어. 정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