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요리 전문가가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했다.
“원하는 조리 도구를 사용하고 싶어서 요리를 하는 거예요.”
응? 허를 찔린 것 같은 이 기분은 뭐지? 요리사라는 직업은 맛있는 요리를 만들어 사람들이 먹고 감탄하는 그 순간이 좋아서 요리의 전문가가 된 사람이라고만 생각했었는데. 그런 발상은 마치 소설가가 “키보드 두드리는 소리가 좋아서 글을 쓰는 거예요”라고 말하는 것과 다를 게 없지 않나요오.
문득 떠오르는 장면 하나가 있었다. 대학 졸업을 앞두고 있던 시기, 한창 마음이 분주한 시절 여자 친구들끼리 모여 이야기를 나눴다. 나는 당시 카피라이터를 목표로 하고 있었는데 친구의 계획은 어떤지 궁금해서 한 친구에게 물었다.
"졸업하면 뭐하고 싶니?"
진지한 얼굴로 묻는 내 질문에 친구는 말했다.
"음… 화려한 정장을 입고 예쁜 가방을 메고 멋진 건물에 있는 사무실로 출근하고 싶어."
그녀는 역시 진지하게 그렇게 답했다. 나는 약간 얼떨떨한 기분이었지만 아~ 그렇구나, 하고는 잠시 친구가 멋진 옷을 입고 만족스러운 얼굴로 당당하게 미지의 사무실로 출근하는 모습을 상상해보았다. 그런 것도 꿈이 될 수 있단 말이니, 같은 말은 하지 않았다.
이후로도 한동안 꿈꾸는 표정으로 말하던 그 아이를 떠올리곤 했다. 졸업 후 전혀 연락을 하지 않고 지내 정말로 그녀가 자신의 꿈을 실현시켰는지 확인할 길은 없다. 분명한 것은 '멋진 정장을 한 화려한 출근길'을 꿈꾸던 친구는 자신의 욕망을 실현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해 취업활동에 임했다. 그것을 소박함이라고 해야 할지 순수함이라고 해야 할지는 아직도 잘 알 수 없다.
요리사의 말과 오래전 친구의 그 말이 나란히 서서 서로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조리도구를 사용하고 싶어 요리를 하는 요리사와 예쁜 옷을 입고 출근하고 싶어 열심히 취업준비를 하던 취준생. 멋진 요리 도구를 사용하다 보니 사람들이 좋아하는 음식이 만들어지고, 예쁜 옷을 입고 싶어 공부하다 보니 좋은 직장에 취직하게 되는 흐름. 생각해보면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이야기다. 보통의 경우라면 맛있는 요리를 먹거나 대접하기 위해 요리를 하는 것이겠지만 그분은 진정 '과정을 즐기는' 가장 프로페셔널한 고백을 한 것인지도 모른다. 무엇이 목적이고 무엇이 수단인지는 결국 그 행위를 하고 있는 자신만이 알고 결정하는 거니까.
과일이나 채소를 올바르게 섭취하는 최근의 트렌드는 껍질 채 먹는 것이라고 한다. 껍질 속에 영양이 가득 담겨있으며 껍질을 포함한 본체의 모든 것을 전부 먹어야 균형 잡힌 영양분을 섭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껍질도 본질을 구성하는 일부이며 껍데기와 알맹이가 합체한 상태만이 최선이라는 이야기다. 사과를 이루는 껍질과 알맹이와 씨도 편의상 부위별로 나누어 이름 지은 것이지 그 모든 것의 합이어야만 사과일 수 있는 것처럼, 요리도 취업도 우리들의 삶도 결국 동기와 과정과 결과물이라는 일련의 모든 것이 다 의미를 갖는 것인가 보다.
전자기기를 사용하고 싶어 전자책을 읽고, 그림도구를 사용하고 싶어 그림을 그리고, 카메라 기기를 사용하고 싶어 사진을 찍는...... 그 모든 행위들 또한 책 읽기를, 그림을, 사진을 사랑하는 표현에 다름 아니다. 나 또한 키보드 두드리는 소리가 좋아서 아무 말이든 끄적일 때가 종종 있다. 바다보다는 바닷가가 좋아서 가끔 바다가 그리워지는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