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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은 몰랐지만, 고객은 궁금했기에

물류 스타트업에서 마케터로 살아남기 위한 비전공자의 분투기

by 집구석마케터

이번 이야기는 앞선 인턴 생활을 거쳐 마케터로의 직무 전환을 도전했던 이야기입니다. 이전 인턴 이야기를 못 보고 오셨다면, 읽고 오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들어가며


디자인 역량을 키우기 위해 인턴 생활을 시작했지만, 일이라는 건 생각보다 더 복잡하고 흥미로웠습니다.


무엇보다도, 화면 위의 '예쁜 것'보다는 브랜드의 이야기를 기획하고, 구조를 잡고, 논리로 설득하는 과정이 훨씬 더 재미있었습니다.


그렇게 점점 콘텐츠라는 무형의 가치를 통해 실제로 비즈니스를 움직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고, 마케팅이라는 낯선 세계에 발을 들이게 되었습니다.


오늘은 콘텐츠 마케팅으로 처음 정규직을 시작했던 물류 스타트업에서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부족한 만큼 부딪히고, 깨지면서 배웠던 초보 마케터의 기록을 남겨보려 합니다.



비전공자인데... 괜찮을까요?


UX를 공부하던 저에게 '마케팅'은 생소함 그 자체였습니다.


경영학 전공도 아니고, 브랜드 경험도 없던 저는 그저 '기획된 콘텐츠를 제작해 본 경험'만 가지고 이 직무에 도전했습니다. 그러니 초반 몇 개월은 용어 하나하나가 생경했고, 머릿속에 개념들을 욱여넣느라 정신이 없었습니다.


퍼널, STP, CRM, Retention, LTV, CAC..... 페이스북, 구글 Ads, GA, 메일침프 등 그야말로 '잡식'으로 배우고, 외우고, 부딪혔습니다.


그중에서도 제게 가장 와닿았던 건 '콘텐츠'였습니다. 결과를 만들어내기 위한 구조를 짜고, 고객을 설득하는 이야기를 만드는 것. 그건 내가 잘할 수 있는 영역이라 믿었습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했다

Journey Map Style #1.png 그때 당시 설계했던 유저 저니 맵


문제는, 시간이었습니다. 새로운 개념을 배우고 익히기도 벅찬 상황이다 보니, 콘텐츠 하나 제작하는 데 너무 오래 걸렸고, 힘들게 만든 콘텐츠가 별 반응 없이 묻히는 경우도 다반사였습니다.


그래서 저는 전략을 바꾸기로 했습니다.

'내가 가장 잘 아는 걸 접목해 보자'


UX를 공부하며 익혔던 '유저 저니 맵(User Journey Map)'이 떠올랐습니다.


퍼널은 기업이 고객이 움직이는 단계를 성과를 구분하기 위해 분류하는 기준이라면, 저니맵은 고객의 행동과 감정, 갈등의 흐름을 담은 지도입니다.


저는 퍼널과 저니맵을 나란히 붙여두고, 실제 고객 여정과 우리가 설계한 마케팅 흐름의 간극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콘텐츠를 고객의 이탈 지점에 녹여 넣기 시작했죠.


예를 들어,

고객이 '문의' 직전에 이탈한다면? -> 도움이 되는 가이드 콘텐츠를 전달하기

가이드를 열람한 고객에겐 -> 성공사례 영상을 자동 전달


블로그나 유튜브에 올리고 끝나는 콘텐츠가 아니라, 고객 여정에 맞춰 자연스럽게 도달하도록 설계한 것이었습니다.



실험과 성과


이 방식은 효과가 있었습니다. 하루 5~10건 수준이던 인바운드 문의가 20건, 40건, 80건까지 늘어났죠.


물론 마케터는 단 두 명뿐인 스타트업이었기에 '내가 이걸 해도 되나?' 싶은 실험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자유롭게, 빠르게 시도하고 배울 수 있었고, 덕분에 연매출도 4배 이상 성장하는 데 기여할 수 있었습니다.


마케터로서 처음으로 제대로 가설을 세우고, 실험하고, 성과를 확인했던 경험이었습니다.



원래는 계속 있고 싶었습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그 회사를 계속 다니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인생은 내 맘대로 되지 않는 것이 국룰이죠. 당시 휴학 상태로 일하고 있던 저는 '과가 통폐합된다'는 학교의 급작스러운 공지를 받게 됩니다.


1년 안에 복학하지 않으면 졸업이 어려워진다는 이야기였죠. 결국 졸업을 위해, 마케터로서의 첫 번째 챕터는 아쉽게도 2년 만에 마무리되었습니다.



개복치의 커리어 1일 차 기록


지금 돌아보면, 그 물류 스타트업에서의 경험은 '사회인 개복치'가 마케터라는 이름표를 처음 달았던 출발점이었습니다.


그때는 잘 몰랐지만, 저는 그 시간 동안 '기획하는 힘', '데이터를 읽고 해석하는 감각', '고객을 상상하는 태도'를 배웠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콘텐츠가 '그냥 예쁘고 재미있는 것'이 아니라, 비즈니스의 여정 속에서 고객을 설득하고 행동을 이끄는 도구라는 걸 몸으로 배웠습니다.


그 깨달음은 지금도, 마케팅을 하며 흔들릴 때마다 중심을 잡아주는 기준이 되어주곤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전 리더로서, 사수로서 주니어를 교육해야 할 때는 반드시 '고객 여정'을 설계하는 시간을 반드시 가질 수 있도록 교육하곤 합니다.



TMI...)

위에서 말하고 있는 내용과는 살짝 다르지만 물류 스타트업에서 대략 어떤 일을 했었는지가 궁금하시다면 아래 링크를 확인해 주세요.



개복치 이재선을 소개합니다

물류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개복치

바닥에서 구르며 최고가 되는 것보다, 살아남는 데 진심인 개복치입니다.


바닥부터 구르며, 사업을 말아먹고, 다시 일어서길 반복한 사회생활 10년 차, 생존형 직장인


Profile

- 스타트업 개복치팀의 개복치 팀장

- 들으면 오~ 할 만한 군생활 경력 보유

- 롤 최고티어 상위 0.1%까지 찍어본 경력 보유

- 침수 피해 4회 '살아있는 재난 블랙박스'

- 비둘기 자택 침공 저지 경력 보유

- 고기 좀 팔아 본 경험 보유(진짜 정육점)

- 창업 두 번 말아먹고 나름 괜찮았다 생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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