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다섯 시. 타닥타닥 개들이 발을 탁탁 내딛는다. 어느샌가 새들도 지저귀고 있다.
차는 보이지 않는데 도로의 소리는 아무리 이른 새벽이라도 항상 있다.
몸에 매달린 가방과 거기에 매달린 배변처리용 봉투가 서로 부딪히며 바스락 소리를 낸다.
어쩌다 지나가는 사람과 스쳐도 이 시간에는 아무도 말하지 않는다.
집으로 돌아와 책상에 앉아있다. 원한다면 언제라도 사색에 빠져들 수 있을만한 적막이다. 탁. 갑자기 윗집인지 옆집인지에서 문이 닫힌다. 솨아아 물도 흐른다. 이것은 해가 뜨는 소리다.
점심 산책은 주로 산으로 가는데 도로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거리임에도 산속에는 산에서 나는 소리만 들린다. 풀벌레가 왕왕하고 바람이 불면서 나무를 훑는다. 새가 이나무에서 저나무로 옮겨가기도 하고, 뭔지 모를 것이 나뭇가지를 꺾었는지 숲 속 땅 어딘가에 사아 하며 그것이 내려앉듯 떨어지는 소리도 난다. 이 소리는 특히 흥미롭다. 무엇이 그 나뭇가지를 꺾어 떨어뜨렸을까. 그것을 의문으로 길바닥에 떨어진 나뭇가지를 살펴본 때가 있었다. 그 가지가 항상 뭉텅 떨어져 있는 모양이 일정하며 그 단면은 결결이 찢어지지 않고 칼로 잘라낸 것처럼 정교하게도 잘려있었다. 여름 내내 그랬다. 그러다 뉴스 기사에서 도토리에 알을 낳는 벌레가 있으며 그 가지는 참나무 가지라는 것을 알게 됐다. 그 딱정벌레가 주둥이에 달린 톱으로 나뭇가지를 썰어낸다는 것이다. 세상에는 희한한 것도 많다. 알고 싶은 것으로 들어찼다.
하루 종일 내가 내는 소리는 잘 들리지도 않는다. 내 발소리, 씻을 때의 물줄기 소리, 물건을 두는 소리. 남이 간지러움을 태우면 견딜 수가 없는데 스스로 간지럽혀 보아야 아무렇지 않은 것과 비슷할지도 모르겠다.
말하지 않을 때, 고요할 때, 외부로부터 오는 소리는 누군가가 건네는 말이나 되는 듯이 마음속에 반향을 일으킨다. 그리고 이것은 밤이 되고 주변이 잠들어 물리적 제국이 침묵할 때, 정반대로 드러난다. 내 속에서부터 오는 소리야말로 가장 큰 소리가 된다.
고요한 밤, 잠들기 전에 항상 오디오북을 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