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정각보다 7,8분 일찍 수영장으로 들어간다. 수업은 정각을 지난 5분에 시작하지만, 그나마도 뒤늦게 어슬렁어슬렁 들어오는 몇 사람들 때문에 10분 정도는 돼야 본격적인 수업이 시작된다. 그걸 알면서도 미리 들어가는 건, 겨울 아침의 차가운 물에 적응하려면 발차기 몇 바퀴는 미리 돌아줘야 하기 때문이다.
오늘은 수영하기 전 헬스장에서 스트레칭도 좀 했다. 어른들 대여섯 명이 뽕짝풍의 음악을 틀어놓고 격렬하게 춤을 추고 계셨지만, 나는 그 옆에서 꿋꿋하게 매트를 펴고 몸을 이리 비틀고 저리 조이고 들었다 놨다 했다. 하지만 다소 빠르게 편집된 음악 소리 때문인지 나의 템포도 좀 빨라졌나 보다. 매트를 접고 나오는데 골반 한쪽이 뻐근했다. 스쾃을 좀 무리했는지도 모르겠다.
어제 사우나에서 사고가 좀 있었다고 한다. 삼삼오오 모여서 다들 그 이야기를 했다. 뜨거운 물에 오래 들어갔다 나온 어떤 아주마가 앞으로 고꾸라졌다고 했다. 여러 사람이 달려들어 몸을 주무르고, 얼굴도 때리고, 사람도 부르고, 난리도 아니었다고 했다. 어떤 분은 자기가 이 스포츠센터에서 3명이나 살렸다고 큰소리치기도 했다.
적당히들 좀 하시지. 날이 추워서인지 다들 집에 갈 생각을 안 한다.
그분도 오전 내내 사우나와 뜨거운 욕탕을 왔다 갔다 하더니 결국 탈이 났었나 보다. 하지만 더욱 놀라운 건, 그 난리를 치고도 그분은 오늘 또 사우나로 출근하셨다는 것이다. 살살할 거라고 모두에게 눈웃음을 쳤지만, 다들 못 말리겠다는 표정이었다.
수영장에 들어가니, 수영 선생님이 중학교 1학년 꼬맹이 둘을 붙여놓고 시합을 시키려 하고 있었다. 같은 학년이라지만 한 명이 키가 훨씬 컸다. 작은 학생이 우리 팀이어서 나는 자연스레 그 학생을 응원했다. 역시나 50미터 자유형 시합은 키 큰 학생의 승리로 끝났다. 신경 안 쓰는 듯 보였던 아이들이었지만, 역시 이기고 지는 건 중요했나 보다. 이긴 아이의 올라간 입꼬리와 진 아이의 억울한 눈빛이 보인다. 놀리기 좋아하는 아저씨들이 다음번에는 배영으로 시합하자고 제안했다. 키 큰 아이는 수영한 지 3년이라는 걸 보니 경쟁이 안 될 것 같은데 말이다.
오늘은 ‘평영’을 주로 연습했다. 처음 수영할 때는 평영 발차기가 그렇게 어려웠는데, 아무 이유 없이 어느 날 갑자기 발차기가 쉬워졌다. 다른 사람들보다 쭉쭉 잘도 나갔다. 어떻게 하는 거냐고 남들이 묻지만 말로 설명이 어렵다. 너무 다리에 힘을 주거나 벌리지 말고, 발목을 꺾어서 휙 밀어내면 되는데 말이다. 그게 직접 해보면 쉽지 않다.
사실 우리 레인에는 나보다 평영을 훨씬 잘하시는 분이 있다. 보통 남자들은 유연성 때문에 평영을 잘 못 한다던데, 이 분은 평영 고수이다. 발차기도 몇 번 안 하는데 항상 나보다 저만큼 앞서 나가신다. 오늘도 다섯 바퀴 평영에 반바퀴는 뒤졌다. 굳이 변명하자면 무리한 스쾃으로 골반 한쪽이 좀 결려서 발차기가 잘 안 된 이유도 있었다. 선생님이 지적하신 대로 쓸데없는 웨이브 때문에 평영이 잘 안 나가는 걸 수도 있다. 그냥 곧바로 밀고 나가고 싶은데 나도 모르게 접영 같은 웨이브가 만들어진다.
수영은 폼이다.
속도와 운동량도 중요하지만, 폼에 살고 폼에 죽는 게 수영이다.
오늘 평영은 스쾃 때문이라 생각하며 다음에는 스트레칭에 너무 무리하지 말아야겠다. 쿵짝쿵짝 뽕짝에도 흔들리지 말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