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수영 강습에서 가장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인 건 단연코 '자유형'이다.
말이 자유형이지, 자유형만큼 비자유형인 게 없다.
팔의 각도, 발차기 템포, 호흡 방법, 턴 방식 등 배워야 할 부분이 한 두 개가 아니다.
요즘 내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부분은 팔꺾기이다.
그동안 다른 사람들보다 속도가 빨라서 '자유형은 자신 있다'는 자만심을 몰래 키우고 있었는데, 왼쪽 팔이 좀 이상하다는 지적을 받고 그 부분을 교정하려 하니 전체가 다 무너졌다. 이제 속도도 예전 같지 않아, 맨 앞에서 하기도 좀 민망스럽기까지 하다.
내 자유형의 문제는 밸런스가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른팔은 팔꿈치가 번쩍 잘 들리지만, 왼팔이 안 들린다. 아마도 호흡을 오른쪽으로 하다 보니 그쪽은 어깨가 자연스레 제껴지지만, 왼쪽은 어깨가 그만큼 열리지 않아서 이런 문제가 생기는 것 같다.
이걸 교정하자고, 매일 킥판을 잡고 오른쪽 왼쪽 번갈아가며 팔꿈치 각을 잡고 있다.
하지만 예쁜 폼은 킥판을 잡았을 때만이다. 본격적인 자유형이 시작되면 왼팔은 여지없이 퍼지고 만다.
황선우의 언밸런스 자유형을 보며 '나도 저렇게 하면 된다!'라고 생각한 적이 있다.
세계적인 선수도 저렇게 오른쪽 왼쪽 힘주는 강도가 다른데, 나 같은 생활체육인이야 당연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언밸런스가 그렇게 휘뚜루마뚜루 되는 게 아니다.
균형 안 맞는 사람들에게 좋은 변명거리가 된 '황선우 수영'은 황선우니까 되는 거지, 턱이 치켜지며 몸을 헤까닥 제껴대는 나 같은 사람들이 따라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오늘도 킥판을 잡고 세 바퀴를 돌았다.
‘이 정도면 충분해’라는 생각에 킥판을 내려놓는데, 선생님이 한 말씀하셨다.
'킥판이 있다 생각하고 그대로만 해보세요!'
그렇다. 투명한 킥판, 마음속에 그림으로 그려가며 그대로만 해보자. 맨손으로 두어 바퀴 돌았다.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킥판이 있다 생각하시라니까요.'
내 마음속의 킥판은 아무에게도 안 보였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