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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둘리지 않는 배영을 위하여

by 고미젤리 Feb 26. 2025

 배영은 누워서 하는 영법이라 숨쉬기가 편하다.


 그렇다고 해서 입을 꼭 다물고 하는 게 배영은 아니다. 나아가는 속도에 맞춰 ‘후~후~’ 숨을 내쉬고 들이마시는 건 자유형과 똑같다.  그래서 배영은 자유형을 뒤집어 놓은 영법이라고들 말한다. 숨 쉬는 것만 다를 뿐, 팔동작, 발동작을 위아래 뒤집어한다고 생각하면 편하다.  

 

 물론 세세한 동작으로 들어가면 당연히 자유형과는 딴판이다.

 먼저 팔동작에서 꺾기가 없기 때문에 배영을 하면 어깨가 시원해진다. 그래서 좀 힘든 수영을 한 다음에는 한숨 돌리는 시간으로 배영을 한 바퀴씩 돌곤 한다. 발차기도 균형을 잡는 정도로 살살 차주면 된다. 너무 무리해서 발동작을 하면 무릎도 많이 나오고 몸도 이리저리 흔들리게 된다.




 이제 나의 배영의 문제점을 살펴보자.

나는 다른 모든 영법 중에 배영이 좀 빠른 편이다. 팔로 하는 물 잡기가 잘 돼서 앞으로 쭉쭉 잘 나간다. 하지만 여기에 나의 문제가 숨어 있기도 하다. 팔에 너무 힘을 주다 보니 몸이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한다. 선생님은 내가 균형 있게 팔 동작을 해야 하는데, 처음에 힘을 세게 주고 그다음엔 쉽게 풀리니 몸이 흔들리는 것이라고 하셨다. 팔 힘을 끝까지 놓지 않고 전체적으로 균등하게 돌리기. 이것이 포인트인 것이다.


 머리로 아는 게 몸으로 아는 건 아니다.

 나는 똑바로 가는 줄 알았는데 비디오를 찍어 보았더니 머리를 중심으로 아주 이쪽저쪽 춤을 추고 있었다. 그래서 오늘은 풀부이를 머리에 얹고 배영을 했다. ‘땅콩’이라고도 불리는데, 주로 다리 사이에 끼고 발차기 없이 연습할 때 쓰는 도구이다. 오늘은 그 땅콩의 파인 홈을 이마 위에 얹고 배영을 했다. 이 가벼운 녀석을 떨어뜨리지 않고 왕복 배영을 하는 게 미션이다. 머리를 움직이지 않고 몸을 흔들지 않는 게 그만큼 어렵다는 게 절실히 느껴진다.


 하지만 오늘은 풀부이보다 나의 배영을 방해하는 다른 요인이 있었다.


 바로 우리 레인의 ‘나름 빌런’, 그분이 문제다. 그냥 빌런이 아닌 ‘나름’을 쓴 이유는 간단하다. 이분 성격이 너무 좋은 분이시라 아주 나쁜 사람을 만들고 싶지는 않은 나만의 배려인 것이다. 단지 수영은 성격으로, 인간성으로 하는 게 아니라는 데 문제가 있다.


 이분은 키도 좀 크고 덩치도 있는 남자분이신데 그러다 보니 모든 동작이 너무 크다. 한 레인을 반씩 나눠 왕복으로 해야 하는데, 이분이 옆을 지나가면 항상 팔이 부딪치고 다리에 엊어맞기 일쑤다. 게다가 배영은 앞이 안 보이니 나에게 집중해 수영하다 보면 어느새 이분의 무지막지한 팔에 얼굴을 강타당하는 것이다. 여러 번 항의가 있었다. 하지만 존재만으로 무기가 되는 사람이다 보니 이제 내가 피해야겠다는 생각뿐이다.


 오늘도 여지없이 사고가 있었다.

 풀부이를 끼고 하니 좀 얌전히 가시겠지 기대했지만, 역시나 스케일이 크신 이 ‘나름 빌런’ 씨는 오늘도 그 우람한 팔로 여러 사람을 괴롭게 했다. 가장자리로 붙어오지 않으시고 가운데로 직진하다가 누군가와 머리 박치기 사고까지 냈다.


 이분과 배영을 하면 턴하기 전에 어디쯤 계신지 위치 확인을 해야 한다.

 ‘팔동작 몇 번이면 만나겠구나.’라는 신속 판단이 생기면, 그 지점을 지날 즈음 레인에 바짝 붙어 팔동작 없는 발차기만으로 배영을 한다.


 




 앞이 보이지 않는 영법, 배영!

 좁은 수영장에서 다른 사람에게 휘둘리지 않도록 조심하는 것도 수영의 한 영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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