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아파 죽겠다면서 버스까지 타고 시장엘 간다. 시장을 돌아 반찬거리를 사고 온종일 반찬을 만든다. 그래 놓고 하루 종일 같은 말을 반복한다. "그까짓 거 조금 했다고 아주 아파 죽겠네." 무한 되감기.
온 가족 둘러앉아 맛있는 걸 먹는다. 맛있다고 드셔 보시라고 아무리 권해도 들지 않는다. 그러다가 모두가 젓가락을 놓으면 그제야 "어디 한 번 먹어볼까?" 아... 이게 바로 어머님이 짜장면이 싫다고 하신 이유? 그래 놓고 나중에 "난 그때 하나도 못 먹었어." 하다니... 생색으로 마무리되는 희생인 것인가.
바나나나 갈아먹을까 싶어 바나나가 있는지 묻는다. 없단다. 없구나, 한다. 그랬더니 허리 찜질을 하던 채로 묻는다. "사다 줄까?" 됐다 한다. 그리 먹고 싶은 것도 아니었으니. 그냥 이 닦고 잠이나 자야겠다 생각했다.
그런데... 화장실에서 양치를 하고 있는데 문소리가 난다. 젠장. 젠장젠장!!!! 화가 치밀어 뛰쳐나갔다. 어딜 가냐는 뻔한 질문. 아니, 심문. 바나나 사러 간단다. 됐다고 버럭 하니 본인이 드시고 싶어 간단다. 그럼 내가 사 오겠다 했더니 됐다며 엘리베이터 문을 닫아 버린다.
아... 나는 그녀가 힘들다. 대체 누구를, 무엇을 위한 희생이란 말인가. 내일이면 반복 재생될 아파 죽겠다는 말이 듣기 싫어 죽겠다. 하나도 고맙지가 않다. 상대가 원하지 않는데 자기 방식의 사랑을 고집하는 게 싫다.
열이 뻗쳐서 방문을 닫고 들어와 이불을 덮고 누웠다. '내 저 바나나는 절대 먹지 않으리' 다짐한다. 하지만 곧 돌아온 그녀가 내 방문을 두드리며 조심스레 건네는 한 마디. "이거 갈아서 같이 먹자!" 못 들은 척해보지만 마음이 편치 않다. 하... 이불을 퍽퍽 소리 나게 걷어찬 뒤 방문을 열고 나간다. "난 양치 해서 안 먹어. 할매나 드셔." 누가 봐도 짜증 섞인 목소리. '우당탕탕 쿵탕 부와아앙-' 요란스럽게 바나나를 간다. 너 안 먹을 거면 됐다고, 갈지 말라는 걸 무시하고 묵묵히 갈아버렸다.
그리고 잠시 후, 나는 결국 바나나쉐이크를 마신다. 내가 먹어야 비로소 행복해지는 내 할매를 알기에. 다시 이를 닦기가 정말로 귀찮은데도 어쩔 수 없이 백기를 든다. 그렇게 화를 꾹꾹 누르며 설거지를 하고, 한 번 더 양치를 했다. 이를 아주 꽉 깨문 채.
나는 그녀를 이해할 수 없다. 내가 이만큼 희생하고 있다는 걸 온몸으로 보여주는 그 사랑이 버겁다. 세대 차이인지 성격 차이인지 알 수 없지만 어쨌든 나는 그녀를 이해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