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이 다가오면 낮이 짧아지고 밤이 길어져 어둠이 성큼 다가오는 게 피부로 느껴졌다. 학교에서 놀다가 하교시간이 지체되면 어스름 어둠의 문턱 앞에서 집에 돌아오곤 했다. 그날도 셋째와 하교시간을 기다려 함께 돌아오던 길이었다. 반고개째 고개를 넘자 스르륵 쫓아오던 어둠이 하늘을 잠식해 버렸다. 사위가 어두워지자 무서움이 슬슬 발동을 걸어왔다. 동생과 딱 붙어서 고개를 내려왔다.
아무도 없는 하굣길, 누군가 나타나면 더 무서웠을 초저녁. 동생과 노래를 부르며 애써 태연한 척 집을 향해 걸어갔다. 목소교회가 보였다. 도랜말이다. 도랜말을 지나 앞산 무덤만 지나가면 우리 동네였다. 개들이 월월 짖어댔다. 우리의 존재를 마을 사람들에게 알려주는 듯해 시끄러우면서도 마음이 조금은 편안해졌다.
마지막 고비. 앞산 무덤가. 앞산에는 무덤이 꽤 있었다. 길 바로 옆에 자리 잡은 두 개의 무덤은 낮에 여러 애들과 지나갈 때는 의식도 못했지만 어둠이 내린 후에는 으스스한 공포감을 주었다. 동생과 노래도 부르지 못하고 잡은 두 손에 힘이 더 들어갔다. 마지막 관문만 통과하면 됐다.
무서운 마음을 누르며 무덤을 막 지나치는데 앞산 능선에 두 개의 불기둥이 수직으로 쿵 떨어졌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동생과 서로 눈을 마주치며 우리가 본 게 맞는지 물었다. 서로 확인을 하고도 믿기지 않아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의아했다. 분명 또렷한 원기둥 모양의 불기둥이었다.
집에 들어가 어머니께 우리가 본 불기둥에 대해 조심스럽게 얘기했다. 왠지 소란을 떨면 안 될 것 같았다. 어머니는 아무래도 혼불 같다고 하셨다. 혼불은 사람이 죽기 전에 육체에서 빠져나가는 영혼 같은 것이라 했다. 이튿날 바탕골에서 노인 한분이 돌아가셨다. 곧 우리 동네 지팡이 할아버지도 돌아가셨다.
나는 한동안 우리가 본 불기둥이 정말 돌아가신 두 분의 영혼이었을지 궁금했다. 영혼과 육체가 분리된다면 왠지 서러울 것 같은 생각도 들었다. 우리가 본 것이 정말 혼불이 맞는지는 모르겠다.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초자연적인 현상인 건지도 모르겠다. 다만 어두운 하늘에서 수직으로 떨어지던 두 개의 불기둥은 어제본 듯 눈앞에 생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