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복의 시간 - 하이록스 서울을 향해

차근차근히 더 단단하게

by 태빅스

Chapter 3. 다시 시작 된 루틴


"자! 운동할게요! 보드 앞으로 모여주세요!"

부상에서 완전히 회복된 건 아니지만,

그래도 다시 운동을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부상 D+22일.

오늘은 크로스핏 박스로 복귀하는 날.


6월 6일, 현충일.

박스에서도 이 날을 기리는 의미로 특별한 WOD가 준비돼 있었다.

바로 ‘MURPH’.

이 운동은 매년 미국 현충일(Memorial Day)마다 전 세계 크로스핏터들이 수행하는 히어로 WOD.

미 해군 네이비씰 요원 마이클 머피 중위를 기리기 위해 만들어졌다.


구성은 이렇다


1마일 러닝

100 풀업

200 푸시업

300 에어스쿼트

다시 1마일 러닝


여기에 20lb 웨이트 조끼까지 착용하는게 기본이긴 하지만...

우리는 조끼까지는 입을 필요가 없기에 다행이었다.

어찌됐든, 오늘 운동 쉽지 않다.


그런데 그때, 코치가 말했다.

"혹시 오늘 머프랑 하이록스를 섞은 WOD 하고 싶은 분?"

보드 한쪽에 적혀 있던 그 와드의 이름은


“Murph + HYROX”


1마일 러닝

50 풀업 + 50 월볼샷 (9kg)

100 푸시업 + 100 버피

150 에어스쿼트 + 150 런지

그리고 다시 1마일 러닝


숫자는 반으로 줄었지만, 그 빈 자리를 하이록스 종목들이 제대로 채우고 있었다.

솔직히, 더 힘들어 보였지만 이상하게 해보고 싶었다.

"태빅님 하셔야죠?"

코치가 웃으며 나를 불렀다.

"예?"

이미 마음속에선 결론이 나 있었다. "그래, 해보자."

운동이 시작됐고, 오랜만에 러닝 페이스를 조금 올려봤다.

4분 중반대 아래로 내려가자 금방 힘이 들었다.

아직은 아니다 싶어, 4'30"~4'40"/km 사이로 조절하며 달렸다.

총 운동 시간은 약 47분.

무릎이 조금만 더 회복되면, 더 끌어올릴 수 있을 것 같았다.

힘들었다. 그래도 좋았다.



그날 이후, 다시 루틴이 시작됐다.

크로스핏, 러닝, 반복되는 일상 속에 조금씩 러닝 거리도 늘려나가기 시작했다.


어느 날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탄천 코스로 향했다.

부상 이후 처음으로 10km 이상을 달렸다.

다행히 무릎이 아프다거나 신경쓰인다거나 하지는 않았다.

조금씩, 다시 달릴 수 있다는 사실이 고마웠다.

땀 흘린다는 것, 건강하게 운동할 수 있다는 것.

참으로 감사한 일이다.

이 전처럼 운동 강도를 강하게 가져가고 있지는 못하지만 부상 전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지금은 운동 후로 스트레칭과 함께 보강운동을 열심히 해주고 있다는 것.

그리고 완벽하게 휴식을 잘 가져가고 있다는 것.

이렇게 해야지만이 나중에 덜 다치고 좀 더 나은 나의 상태를 유지할 수 있을 것 같았다.


6월 17일(화)

크로스핏 박스에서 운동을 마친 후, 인근 트랙으로 향했다.

사실 오늘 와드가 카디오성이 강했기 때문에 러닝은 쉬는 게 맞았지만, 한 번 속도를 더 내서 달리고 싶었다.

같은 러닝크루 멤버 세 명과 함께 1km 워밍업 후 4km 러닝을 시작했다.

심장이 빠르게 뛰는 느낌, 온몸이 타들어가는 듯한 자극.


정말 오랜만이었다.

아, 나 다시 운동하고 있구나.

컨디션이 조금씩 돌아오는 게 느껴졌고, 그게 정말 좋았다.


다시 뛴다는 건, 단순한 회복 그 이상이다.

예전처럼 달릴 수 있을까 기대하다가도, 문득 무릎이 욱신거리면 스스로 속도를 늦춘다.


욕심과 조심스러움 사이에서 줄다리기를 하는 요즘.

예전엔 무작정 들이밀었지만, 지금은 내 몸의 신호를 더 자주 살핀다.

스트레칭, 보강운동, 휴식까지 이제는 루틴의 일부다.


아무렇지 않게 달릴 수 있었던 날들이 얼마나 소중한 시간이었는지,

잠시 멈춰서야 비로소 알게 됐다.

지금은 예전만큼 강하게 운동하기 위해 천천히 하지만,

더 단단한 마음으로, 더 신중하게 다시 달리고 있다.

이렇게라도 다시 움직일 수 있다는 게,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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