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달리는 법-하이록스 서울을 향해

부상 그리고 회복의 날들.

by 태빅스

Chapter 1. 부상 그리고 휴식

5월 17일 토요일, 하이록스 인천.

나는 마지막 러닝 구간에서 착지 타이밍이 어긋나며, 무릎이 반대로 꺾이는 아찔한 순간을 겪었다.

순간적인 충격은 있었지만, 그땐 아드레날린 때문인지 뛰는 데 큰 지장은 없었다.


결국 경기를 끝까지 마무리하긴 했다.

하지만 경기가 끝난 뒤, 바짝 올라 있던 긴장이 하나씩 풀리며 감각이 돌아오기 시작했고,

곧이어 통증도 함께 찾아왔다.


무지막지하진 않았지만, 분명히 ‘이상한데? 아픈데?’라는 감각이었다.

운동은 당분간 멈춰야 했다.

정확한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병원을 찾았다.


“이 정도면 파열은 아닌 것 같고, 염좌 수준인 것 같아요.

후방십자인대는 운동 많이 하시는 분들한텐 꽤 치명적일 수 있어요.

더 키우면 안 되니까 당분간은 운동 쉬셔야 합니다.”


파열은 아니라는 말에 잠시 안도했지만,

마음 한쪽에선 ‘어쩌다 여기를 다친 거지?’라는 짜증 섞인 생각이 올라왔다.

그렇다. 내가 다친 부위는 후방십자인대였다.

‘치명적일 수 있다’는 말이 머릿속을 계속 맴돌았다.


일상생활엔 큰 지장은 없었지만,

조금이라도 무릎에 힘을 주면 ‘빠질 것 같은’ 불안한 감각이 들었고, 그래서 정말 조심스럽게 생활했다.


재활을 위해 주기적으로 병원도 다녔다.

생각해보면, 거의 1년 만에 처음으로 연속 3일 이상 운동을 쉬게 된 시기였다.


Chapter 2. 부상 이후 처음 다시 뛰던 날.

부상 이후 거의 3주가 지났을 무렵.

무릎의 불안감도 많이 사라졌고, 이제는 정말 몸을 움직이고 싶어졌다.

물론 그 전부터도 몸을 쓰고 싶다는 생각은 굴뚝같았지만, 억지로 참고 있었던 게 맞다.

병원에서도 “이제는 보강운동을 시작하면서 무릎을 더 강화시키세요”라는 말을 들었다.

듣던 중 정말 반가운 소리였다.


마침 오늘은, 내가 오랫동안 활동해온 러닝크루의 정기러닝이 있는 날이었다.

오랜만에 나가서 빠르게는 아니더라도 천천히 한 번 달려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정기러닝 참여 버튼을 눌렀다.

러닝화 끈을 묶고 정기러닝 장소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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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오랜만에 마주한 석촌호수와 롯데타워, 그리고 수변무대에 앉아 있는 사람들의 풍경이 너무 반가웠다.


“어? 다리 괜찮아요?”

“아, 이제는 그래도 많이 좋아졌어요.”


나의 부상 상황을 알고 있던 크루 회원들이 오랜만에 나온 나에게 반가운 인사를 건넸다.

보통 우리는 5km를 기본으로 달리고, 각자 컨디션에 맞게 더 뛰거나 덜 뛰거나 유동적으로 조절한다.

나는 오늘, 5km는 무리일 것 같아 석촌호수 1바퀴(2.5km)만 달리기로 마음먹었다.


간단한 스트레칭을 마친 후,

석촌호수 통행에 방해되지 않도록 3인 1조로 일렬 정렬해 달리기를 시작했다.


아직 6월 초. 덥긴 했지만 바람이 뜨겁지 않아, 땀이 나도 불쾌하지 않은 좋은 날씨였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몸의 움직임이 너무 좋았다.

좀 더 빨리 달려보고 싶기도 했지만, 아직 완치된 건 아니었기에

꾹꾹 눌러가며 km당 6분 11초 페이스로 달렸다.


1km를 알리는 시계의 알림음.

땀이 나기 시작했고, 얼마나 운동을 쉬었는지 간만에 온몸이 가려운 느낌마저 들었다.


2km.

3주간 쉬었지만 숨은 그리 차지 않았고, 생각보다 많이 힘들지도 않았다.

하지만 다쳤던 무릎에서는 여전히 묘한 감각이 느껴졌다.

치료가 더 필요하겠다는 느낌. 그리고 3월 서울 동아마라톤 풀코스 이후 계속 남아 있던 이물감도 다시금

스쳐 지나갔다.


사실 마라톤이 끝난 뒤에 지금 부상당한 무릎 쪽에 미세한 통증이 조금씩 있었는데,

이게 어쩌면 부상의 전조였던 건 아닐까 생각해본다.


2.5km.

나는 오늘은 딱 1바퀴만 달리기로 했다.

러닝을 마치고, 수변무대의 나무 데크 위에 혼자 스트레칭과 보강운동을 이어갔다.

솔직히, 보강운동을 조금 더 성실히 했더라면 지금 상황은 달라졌을까?

고관절, 햄스트링, 무릎 주변 근육들…


운동은 열심히 했지만,

부상 예방을 위한 준비운동과 회복운동엔 확실히 소홀했던 것 같다.

그리고 3주 가까이 운동을 못 하고 쉬면서,

‘부상 전의 몸 상태’가 얼마나 소중했는지를 뼈저리게 느꼈다.


이렇게 또 하나 배워가는 것.

차근 차근히 다시 달리는 법과 나의 몸을 소중히 하는 법 까지 깨우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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