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시작하는 법도 배우는 중.
차근차근히 잘 다시 쌓아나가고 있다고 생각한 날들.
이제는 조금 더 운동량을 늘려도 좋지 않을까? 라고 생각 했었다.
루틴은 변함 없었다.
다만, 지난 화에서도 이야기 했듯이 이제는 스트레칭과 보강운동을 놓고 있지는 않기에 이 행동들도 내 루틴에 들어갔다.
퇴근하자마자 크로스핏 박스에 가서 운동을 했고, 운동이 끝난 뒤에는 곧장 인근에 있는 운동장 트랙으로
달려갔다.
활동하고 있는 러닝크루의 친구들과 운동장 트랙에 가서 인터벌 러닝을 하기로 한 날이었다.
이날의 훈련은 ‘야소 800’.
마라톤 목표 기록에 맞춰 800m를 반복해 달리는 인터벌 훈련이었다.
춘천마라톤에서 빠른 기록을 노리는 친구들이 모인 자리였고,
나 역시 그 흐름 속에서 컨디션을 한껏 끌어올릴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800m 전력질주 – 400m 불완전 휴식.
내가 맞춘 페이스는 800m를 3분 20초.
km당으로는 4분 10초.
짧은 인터벌에서는 익숙한 속도였고, 물론 힘들지만 버틸만한 강도였다.
1레인에 나란히 선 네 명이 그룹을 이뤄 달리기 시작했다.
지면을 박차는 러닝화 소리와 거친 호흡소리들만 귀에 들려왔고 그 소리에 맞춰 나도 박자를 잃지 않으려 애썼다.
3세트를 소화한 즈음, 무릎 뒤쪽 오금이 조금씩 당겨 오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4세트를 지나니 종아리까지 살짝 조여드는 기분. 처음엔 ‘아, 너무 오랜만이라 그런가…?’ 싶었다.
3주 넘게 쉬었다 다시 운동량을 늘려가는 중이었고, 그 사이 스트레칭과 보강운동도 게을리하지 않았으니까.
몸이 적응 중이라 생각했고, 지금 멈추면 그냥 내 멘탈이 약한 거라고 여겼다.
5세트.
오금이 당기는 느낌이 조금 더 세졌다.
첫 400m를 달리고, 다음 400m를 향해 가야 하는 순간 ‘이건 좀 아닌데’라는 생각이 스쳤다.
그리고 트랙을 벗어나 멈췄다.
바로 러닝화를 벗고 종아리와 무릎 스트레칭을 해주었다.
"괜찮아요?"
"뭐야 아직 뛰면 안됐던거 아냐?"
같이 훈련하고 있던 러닝크루의 친구들이 400m 를 다 뛰고 돌아와서 내 상태를 살펴줬다.
"아 아니에요. 크로스핏을 하고 와서 좀 힘들어가지고 멈췄어요."
이렇게 말은 했지만 속으로 드는 생각은 '아 다 안나았나?' 였다.
다 나았다고 생각했던 그 부위가 다시 나에게 신호를 보내고 있다.
친구들이 훈련을 마무리 하는 것을 보고 집으로 갔고,
다음날 아침 일어 났을 때 100%는 아니지만 하이록스 때 다친 그 후방십자인대의 쎄한 느낌이
찾아왔다는걸 알 수 있었다.
"아... 또..."
병원에 갔고, 다시 찾아온 날 본 의사 선생님의 한 마디는 정말 무서웠다.
"후방십자인대 쪽은 한 번 다치면, 완전 회복 됐다 생각해도 어느 순간 다시 반응 올 수 있어요.
일단은 지금 중간에 뭔가 이상해서 멈춘건 잘 하신거에요. 그때 처럼 심각한건 절대 아니니까
조금만 쉽시다.
그리고 이제 무리해서 만에 하나라도 파열이 되면, 이젠 보존적 치료가 아니고 다이렉트 수술이에요."
일주일을 그냥 쉬었다.
억울했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운동화 끈을 조여 맬 생각만 해도 겁이 났다.
솔직히 그 일주일 동안은 조용히 회사 – 집 루틴만 지켰다.
물론 무릎과 종아리를 보강해줘야 하는 리버스 플랭크나 카프 레이즈는 꾸준히 해줬다.
그나마, 할 수 있는 것들.
다행히 지난번처럼 심각한 상태는 아니었기에 마음을 조금 정리할 수 있었다.
“그럼 치료를 더 잘 받고, 할 수 있는 건 해야지.”
그때부터 도수 치료와 물리치료를 주 3회로 늘렸다.
운동은 줄였지만, 스트레칭과 보강 루틴만큼은 거르지 않았다.
데미지가 많이 들어오는 하체는 잠시 쉬고, 상체 위주의 루틴으로라도 흐름을 끊지 않기로 했다.
일주일을 더 보냈다.
지난번처럼 큰 부상은 아니었고,
치료도 더 자주 받고, 보강운동도 빼먹지 않았더니 생각보다 빠르게 다시 괜찮아지는 느낌이었다.
병원에서도 다시 한 번 오케이 사인을 내려주었다.
대신 또 운동량을 늘려버리면 다칠 수 있었기에 또 다시 처음부터 시작이었다.
천천히 짧은거리부터 다시 달려보는 것이 었다.
부상으로 어쨌든 최근 두 달 가까이를 고생하며, 많은 생각을 하며 행동에 변화가 있었다.
다 나았다 생각이 들더라도 긴장을 늦추지 않으며 계속해서 나의 몸상태를 살피며 몸에서 보내는 신호에
귀를 기울여야만 내가 그렇게 좋아하는 운동을 꾸준하게 할 수 있게되었다.
사실, 짜증이 났다.
다친 부위를 또 다치니까, 그냥 억울하고 지긋지긋했다.
스트레칭도 했고, 보강운동도 안 빼먹었고,정말 조심한다고 했는데도 또 이런 일이 생기니까
"아 대체 뭘 어쩌라는거야" 라는 생각이 들었다.
7월 첫날.
나의 하이록스 파트너와 함께 크로스핏 박스에서 하이록스 WOD를 진행했다.
지난 달 3주를 내리쉬고 또 부상으로 2주 가까이 날아간 뒤에 했던 운동은
내가 정말 마라톤 풀코스 완주와 하이록스 완주를 어떻게 했나 싶은 체력상태였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그래도 다시 한 번 부상의 늪에서 또 빠져나왔고 다시 처음부터 시작 된 것 같은 이 상황을 받아들이고
나는 지금 한창 날아다닐 20대의 몸이 아니고 30대 중반의 나이라는 것.
이제는 다치는 것도, 회복하는 것도 모두 예전 같지 않다.
그래서 예전처럼 무작정 하진 않는다. 치료를 더 잘 받고, 루틴을 더 단단히 만들고,
무리하지 않으면서도 내가 할 수 있는 방식으로 훈련을 이어간다.
그게 지금의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꾸준함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