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스나 Nov 30. 2020

9. 눈물의 시작

지금도 눈물을 흘리고 있다. 눈물이 많아진 건지, 내 생에 처음으로 울 정도의 슬픈 일을 겪은 건지는 잘 모르겠다. 이렇게 엄마를 잃어봐야 눈물을 흘릴 정도로 평소엔 그다지 슬픔의 눈물을 흘리는 성격이 아니었다. 극장 안이 훌쩍거리는 소리로 가득 해지는 슬픈 영화를 봐도, 힘든 일을 토로하며 위로를 바라는 지인을 봐도, 더욱이 부모를 잃은 친구를 봐도 눈물이 쉽게 나지 않았다. 슬프다는 느낌은 분명 나도 느낀다. 하지만 결국 남 일이라는 생각에 어느 정도 선이 그어진다. 이 일은 너의 일. 그렇기에 그 감정을 온전히 공감하지 못한다. 너만큼 슬프랴? 라는 생각도 든다. 슬퍼하는 너를 보는 게 슬플 뿐 너의 슬픔을 어찌 내가 다 헤아리리. 


겪어봐야 안다. 나처럼 공감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사람일수록 더욱 겪어봐야 안다. 겪어보니 알겠다. 과거 나의 반쪽자리 위로밖에 받아보지 못했을 그들이 얼마나 힘들고 괴로웠을지. 이제 와서 미안함을 느낀다.


웃긴 건 나야말로 공감능력 빵점자리 인간이면서 지금의 내 마음을 헤아려주지 못하는 사람을 보면 허탈하다.

“살만큼 사셨잖아”

“아직도 슬퍼?”


이런 소리를 더 이상은 듣기 싫어 티를 내지 않기로 했다. 그렇다 보니 평범한 일상 속에서 아무렇지 않게 살고 있는 내 모습을 보고“금방 이겨내셨네요?" 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대충 웃어넘기며 그렇다고 대답을 하지만 내 진짜 대답은 '견뎌내는 거죠’

이전 09화 8. 말 못할 비밀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