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 직장생활 5년차쯤 되던 해, 한국인 직장인 모임에 간 적이 있었다.
그 자리에는 해외 취업(외국 기업)을 하고 싶어 한국에 다니던 직장을 관두고 상하이로 와서 구직 활동을 하던 친구가 있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중 그 친구는 자신의 생각보다 취업이 빨리 되지 않아 걱정이 이만 저만이 아니라고 했다. 구직활동을 시작한 지 아직 한 달 도 채 되지 않았으니 너무 조급해 하지 말라고 이야기 해주려던 찰나, 어느 남자분이 우리 대화에 끼어들었다.
“글쎄…… 요새 워낙 쟁쟁한 친구들이 많아서 외국 기업은 불가능할 걸? 그냥 한국 기업이나 알아보지 그래?”
라고 말하는데, 그의 얄미운 입을 콱 막아버리고 싶었다.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상하이로 와서 구직 활동을 하고 있는 용기가 멋지다고 응원해 주지는 못할 망정 꼭 그런 말을 했어야 했는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하지만 다행히도 현명한 그 친구는 불가능하다는 말을 강 너머로 깔끔히 흘려 보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원하는 분야의 외국 기업에 보란 듯이 취업했다.
간혹 취업 사이트에 ‘저는 명문대 대학을 못나왔는데 해외 취업이 가능할까요?’와 같은 게시글에 불가능하다는 부정적인 의견의 댓글이 한 가득 달리는 것을 보면 안타깝다. 그러한 댓글을 쓰는 사람들은 과연 자신이 시도를 해본 후 조언을 해주는 것일까? 직접 해보지도 않았으면서 또는 자신이 이루지 못했다고 남들도 못할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들의 조언은 감사히 만 받고 마음에 담아두지 말자. 직접 도전해 보지 않고서는 그 결과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것이니까.
나 역시 해외 취업을 결정한 후 주변 사람들에게 이야기했을 때 돌아온 것은 격려가 아닌 온갖 부정적인 의견뿐이었다.
“그래도 1년은 회사를 다녀야 경력에 뭐라도 써넣지 않겠니? 타지까지 가서 뭣 하러 사서 고생을 하려고 하니”라며 걱정하셨던 부모님에서부터,
“요새는 2개 국어는 물론 3, 4개 국어 등 외국어 잘하는 한국 사람이 너무 많아서, 그저 그런 외국어 실력으로 해외에 취업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이래”
“한국에서도 취업하기 힘든데 외국은 낙타가 바늘구멍 들어가기만큼 힘들 거야”
라고 말했던 사람들까지. 지금에야 꿈과 목표를 가로막는 부정적인 의견은 가볍게만 들으라고 호기롭게 말하지만 나 역시 소심하고 걱정 많기로 둘째 가라면 서러운 사람이다. 구태여 말해주지 않아도 충분히 불안한데, 이런 부정적인 의견을 들을 때 마다 얼마나 주눅들었는지 모른다. 하지만 그때마다 나의 마음을 다잡았던 것은 첫째, 더 넓은 세상을 구경해 보고 싶었고 둘째, 해보지 않고 후회만 하면서 살고 싶지 않았다.
상하이 첫 직장인 스웨덴 글로벌 교육 회사는 상하이에 오피스가 있었지만 외국인 고용 비율이 매우 높았다. 그래서 사무실 내 공용어는 중국어가 아닌 영어가 되었다. 이 덕분에 중국어 실력이 출중하지 않았던 나의 약점이 채용하는데 크게 문제되지 않았던 것이다.
만일 다른 사람들의 조언을 그대로 받아들여, 중국어 실력이 좋지 않아 중국 취업이 불가능할 거라고 생각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이력서를 내보지 조차 못하고 해외 취업을 일찌감치 포기했을 것이다. 하지만 입사의 당락 여부는 회사에서 결정하는 것이다. 괜히 지레 겁먹지 말자. 회사마다 필요한 사람이 다르고 그에 따라 사람을 채용하는 기준 역시 제각각이다. 즉, 어떤 회사에서 매력 없는 구직자가 다른 회사에서는 꼭 필요한 구직자가 충분히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계속되는 탈락으로 자신감을 잃어가는 친구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아직 나와 딱 맞는 회사를 만나지 못한 것뿐이니, 자신감을 잃지 말고 끊임없이 지원하라고.
내 나라가 아닌 남의 나라에서 일한다는 것은 결코 겉으로 보는 것 처럼 멋진 일만은 아니다. 비자 때문에 마음고생도 많았다. 나날이 오르는 월세로 집을 옮겨야 할 때면 떠돌이 신세가 된 것 같아 힘들었다. 몸이 아플 때는 가족처럼 의지할 만한 사람이 없어 아픔과 서러움이 두 배로 몰려온다. 내가 왜 사서 이 고생을 하고 있을까 생각할 때도 많다. 해외 생활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그것이 당신이 살면서 꼭 해 보고 싶은 일 중 하나라면 다른 사람이 뭐라 하든 흔들리지 않기를 바란다. 주변 사람들의 부정적인 의견 때문에 꿈을 향한 마음다짐이 자꾸만 흔들린다면 스스로에게 되물어 보자. ‘그때 그 도전을 해봤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아쉬워 하며 살고 싶은지, 아니면 ‘그때 참 무모했지만 그래도 그러한 도전을 해봤었지’ 생각하며 후회 없는 삶을 살고 싶은지.
“넌 못할 거란 말 절대 귀담아 듣지 마, 그게 아빠인 내가 한 말이라도 말이야. 꿈이 있다면 그것을 지켜내야해.”
-영화 '행복을 찾아서' 中
브런치에서 못다한 더 많은 이야기들은 책을 통해 읽어보실 수 있어요. :)
책 '눈 꼭 감고 그냥 시작'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44574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