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녹 Mar 03. 2024

7년전의 나 vs 현재의 나

성장한다는 것

얼마전 우리팀에 들어왔던 인턴이 인턴 종료일 마지막날 내 자리에 와서 수줍게 편지와 과자를 두고갔다. 맨 처음 들어왔을 때 내가 담당하는 파트에 있었는데 중간에 사정상 다른 파트로 가게 되었다. 집이 멀어도 항상 제일먼저 출근해 있었고 인사도 잘하고 하나를 알려주면 열을 아는 똑부러지는 귀염성 있는 친구였다. 인턴을 해보면서 다른게 하고 싶어졌다고 했다. 예전에 그 나이 때 나도 그랬고 하고싶은 일이 생겨서 떠난다고 하니 응원해주었다. 다른일에 충분히 도전해 볼수 있다는 어린 나이인점이 부러우면서도 7년전 인턴시절이었을 때가 생각이났다.


7년전의 나


지금은 광고회사에서 일하고 있지만 내 첫 인턴생활은 외국계 리서치회사였다. 마케팅이 하고 싶다는 이유로 여기저기 두드려보다 마케팅조사본부에 들어가게 되었다. 회사가 여의도에 있어 아침마다 9호선 지옥철을 타고 출근하는게 곤욕이었지만 그래도 그땐 학교를 벗어나 회사를 다닌다는게 즐거움이었다. 


리서치회사인만큼 많은 데이터를 봐야했는데, 같은팀 대리님이 데이터 검증을 해달라고하면 엑셀을 하나도 몰랐던 나는 무식하게 데이터를 하나하나 뜯어보았다. 그렇게 하나하나 보다가 야근을 했는데 다음날까지 데이터를 하나하나 보고 있는 나를 보면서 대리님이 왜 그렇게 보고 있냐며 엑셀의 기능을 알려주었다.


리서치회사에서 다양한 일을 경험해 보면서 역시 해봐야 안다고 내가 생각했던 일들과는 많이 달라서 조사 쪽보다는 다른 일을 해보고 싶어졌다. 아직 1학기가 더 남아있어서 6개월간의 인턴을 마치고 다른일을 찾아보았다. 그래도 리서치회사 인턴 경험이 교두보가 되어 내가 하고 싶었던 직무에서 졸업하고 일을 할 수 있게 되었다.


 


현재의 나


인턴을 마치고 2개의 회사를 거쳐 3번째 회사에서 일하는 지금까지 업무를 하면서 항상 부족하다는 생각을 했다. 부족하다고 생각해서 더 열심히 찾아보고 열심히 했던 것 같다. 특히, 지금까지 제대로된 사수를 만나본적이 없어 업무가 궁금하면 '제대로 잘' 알려주는 사람이 없었다. 맨땅에 헤딩식으로 헤쳐와서일까 나는 누군가에게 업무를 알려줄 때 Why 와 How에 대해 알려주려고 한다. 지금까지 일을 할 때면 항상 업무를 밀어 넣어주면서 끝내라고 하는 사람이 대부분이었고 어떻게 하면 될지에 대해 잘 알려주는 사람이 없었다. 그리고 궁금한점에 대해 물어보면 친절하게 알려주기보다 바쁜데 왜 귀찮게하냐는 식의 사람이 더 많았다. 그래서 아무것도 모르는 신입이나 저연차들에겐 모르는 점이 있으면 혼자 고민하면서 시간 보내지말고 나를 괴롭히라고 말하곤 한다.


좋아하는 일이든 싫어하는 일이든 내 이름을 걸고 하는일을 허투루 할 수 없어 더 열심히 했다. 완벽한 일은 없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업무를 할 때 완벽에 가깝게 해내려고 했다. 워라밸을 지향하고 야근을 지양하지만 업무 완성도를 위해 남들보다 늦게 퇴근하곤 했다. 늦게 퇴근해도 일이 너무 많아 다음날 아침에 일찍 출근하곤 했는데 이런 내 이모습이 우리팀 인턴에게 인상깊었었나보다. 커리어우먼을 지향한적은 없지만 커리어우먼 이미지 같다는 인턴의 말이 의외이면서도 일하는 방식이 잘못되진 않았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떠나는 인턴이 준 편지가 7년전의 나를 떠올리게 했다. 현재의 나는 7년전의 나보다 업무 스킬적인면 그리고 대인관계적인 면에서 훨씬 성장해 있겠지만 회사생활은 마치 미지의 영역처럼 끝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일해온 날보다 앞으로 일해야할 날이 많이 남은 어려운 회사생활을 어떻게 헤쳐나가며 성장할지 더 고민해봐야겠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