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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미의 colorful life Oct 23. 2021

리어카가 아니라 씨티카라구요 (feat. 경차)

모닝을 타면 불편한 점 4가지

귀 좀 접어주세요.


나의 차는 10년 된 모닝이다. 4년 된 중고차를 구입해서 지금까지 잘 타고 다닌다. 하지만 자동세차장에서 가끔 당황스럽다.


"기어는 중립으로 해주시고 귀 좀 접어주세요." 세차장 직원이 말한다,


내 차는 백미러 자동으로 접히지 않는다.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한다.


"제 차가 수동이어서요."


세차장에서 수십 번은 오간 대화인데도 열 번이면 열 번 스무 번이면 스무 번 쑥스럽다. 세차장 직원이 오른쪽 귀를 접나는 창문을 열어 접근 가능한 왼쪽 귀를 재빠르게 접어본다. 세차장 아저씨는 별말하신 것이 없는데 괜스레 수줍다.


차가 세차기계를 통과하면 직원들이 수건으로 차에 남아있는 물기를 제거해준다. 앞코도 닦아주고 등도 쓸어주면 다른 차들은 슝슝 거리로 달려 나간다. 하지만 나는 바로 달려 나가는 대신 세차장 공터를 찾아 접힌 귀를 편다. 혹시 세차장의 공간이 여의치 않아 바로 길으로 주행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그럴 땐 빨간신호에 기어를 P로 걸어두고 몸을 기린처럼 뽑아서 오른쪽 귀를 편다. 오래된 경차와 함께한다는 것은 감수해야 할 불편함이 있다.






오전에 렉서스 타는 사람이 오후에 스파크를 타면 어떨까?



첫 차를 경차로 시작했기 때문에 차도에서 무시당하는 것은 익숙하다. 조금만 꾸물거려도 뒤에서는 하이빔을 쏘고 차 뒤꽁무니로 바짝 붙어 위협을 가한다. 과장 조금 보태 전쟁터다. 물론 일부 몰상식한 운전자들 이야기이다. 출장으로 장시간 차를 운전해서 갈 일이 있었는데 평생 경차를 운전해 본 적이 없는 회사 동료가 '운전을 곧잘 하는데 왜 차들이 위협적일까?'라고 진심 의아해한 적도 있다.


그렇다면 첫 차를 외제차로 시작한다면 어떨까? 운전 연수를 받지 않은 채로 외제차를 사서 바로 운전을 한 지인의 차를 탄 적이 있다. 대로에서 갑자기 멈춰 선 수준이었는데 어떤 차도 경적을 빵빵되지 않고 비켜가더라. 그야말로 모세의 기적이었다. 대한민국이 이렇게 운전하기 좋은 나라인 줄 미처 몰랐었다. 외제차에겐 따웠다.

편- 안

                                                                

위의 케이스는 경차만 타봤거나 외제차만 타본 케이스이다. 그렇다면 보다 정확하게 차종에 따른 도로에서의 대우를 알아볼 수 있는 케이스는 아마 경차와 외제차가 같이 있는 경우일 것이다. 같은 사람의 같은 운전실력. 차만 다르다.


패밀리카로 렉서스가 있고 출퇴근용으로 스파크를 타는 차장님께 여쭤보았다. 차장님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셨다. 말도 말라는 뉘앙스였다. 같은 도로에서 오전에 렉서스를 타다가 오후에 스파크를 탄 순간 도로의 공기가 싸늘해짐을 느낀다는 것이다. 같은 이유로 초보가 첫 차를 추천해달라고 하면 최소 소형차 이상의 차를 살 것을 권유한다. 주눅 들어서 운전을 시작할 필요는 없다.






장딴지 힘으로 올라가는 강원도 시골길



보통은 출퇴근하거나 마트, 운동 가는 용도로 사용하는데 겁도 없이 모닝을 타고 강원도 여행을 나섰다. 친구와 함께 하는 즐거운 여행이었다. 고속도로에서 바람이 불자 비행기처럼 떠오르는 것 같기도 했지만 날아오르진 않았다.


하지만 오르막 내리막길이 있는 산길에서는 웃음기가 가셨다. 차는 힘이 없어서 거의 엑셀을 full로 밟고 장딴지 힘으로 올라가야 했다. 산길이야 돌아갈 수 있는 길도 없기에 한 시간 내 오르막길에서는 탄력을 받아서 올라가야 했는데 등줄기에서 땀이 삐질 났다. 옆에 앉은 친구도 사색이 된 내 얼굴을 보고 정면만 주시했다.


드디어 평탄한 도로가 나오고 마을의 불빛이 보였다. 우리는 조선시대에 호랑이가 나오는 산을 밤새 오르고 읍내에 도착한 나그네들처럼 진실로 기뻐했다. 경차로 강원도 산길은 무리다.






리어카가 아니라 시티 얼반카입니다만



회사에서 점심을 나가서 먹을 때가 있다. 모두가 차를 가지고 오는 것은 아니므로 배차를 하게 된다. 주로 저 직급의 직원 조그만 차에 고직급은 크고 편안한 차에 배차한다. 그날따라 차를 가져온 사람이 거의 없어 부장님이 내 차를 타게 되었다.


"리어카 언제 바꿀 거야?"


농담이라고 하는 말이 별로 재미가 없다.


제 차는 리어카가 아니라 City Urban car라고요.  물론 내면의 소리이다.


또 누군가는 묻지 않은 감상평을 이야기한다.


"생각보다 넓고 혼자 타기 딱 좋네. 귀엽네. "


올려치기도 내려치기도 이제 그만. '위아래 위 위아래' 하는 중에 어지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차의 장점이 있기에 아직까지 잘 타고 다닌다. 그렇다면 다음 편에서는 경차만이 가진 장점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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