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미영 씨는 여전히 커피를 얻어 마시러 나를 찾아왔고 올 때마다 울기도 하고 웃기도 하면서 학교생활이나 아이들 얘기도 했고 나에게 별 쓸데없는 조언을 구하기도 했다. 무던히 들어주니 위로가 됐나 보다. 어느 날은 “최근에야 알게 됐는데 영주권이 없어도 캐나다에서 18개월 이상 살면 아이들 양육비를 신청할 수 있다”는 얘기를 하면서 양육비 신청을 할 거라고 했다. 학비가 아깝지 않다면서 좋아했다.
<캐나다는 주마다 조금씩 다르기는 하지만 자녀가 18세가 될 때까지 가족 수입을 기준으로 양육비를 지급한다. 가구 순소득 연간 3만 불 이하일 경우 6세 미만 아이 한 명당 일 년에 6,400불, 6세 이상이면 5,400불을 받게 된다. 엄마가 일을 하느냐 어린이집에 보내느냐 등 따지는 게 많은 한국의 양육 보조금보다 지급 조건이 단순해서 오직 가족의 수입에 따라서 지급된다. 20만 달러가 넘으면 자녀 수에 상관없이 수당을 받을 수 없다. 장애 아동 보조금은 별도이며 거주하는 지역과 가족의 형편에 따라 탁아 보조금을 추가로 신청할 수 있다. 수입이 없는 유학생 신분인 김 미영 씨는 두 아이의 몫으로 월 1000불 정도의 양육비를 받을 수 있다.> 그리고 남편이 그 사건 이후로 술을 완전히 끊었다 하더라. 하는 얘기도 했다.
“멀리 있으니 확인할 수 없지만 한 번만 더 음주 운전하면 늙어 죽을 때까지 한국에서 혼자 살 생각하라고 했어요” 그러면서 큰소리로 웃었다. 김 미영 씨는 악착같이 열심히 살았다. 그 덕에 2년 만에 어린이집 실습을 포함한 모든 과정을 마치고 졸업하더니 실습했던 어린이집에 취업해서 예정대로 영주권을 받았다.
김 미영 씨 가족이 영주권을 받는 데까지 어머니도 한몫을 거들었다. 말도 통하지 않는 낯선 곳에 와서 감옥 살이 같은 생활을 하면서도 손녀들을 돌봤다. 남편은 한국에서 알뜰살뜰 생활하며 돈을 벌어 보냈다. 온 가족이 캐나다 영주권을 목표로 똘똘 뭉쳐서 자기 역할을 한 것이다. 영주권 승인 소식을 들은 날 김 미영 씨는 어머니를 부여잡고 엉엉 울었다면서 멋쩍어했다. 드디어 남편도 캐나다에 왔다. 한국의 대기업을 ‘때려치우는 것‘ 에 대해서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만류했지만 아무 미련이 없었다. 직장 다니며 틈틈이 시간을 내 일식 기술을 배웠는데 생각보다 적성에 맞는다고 했다. 경력을 쌓은 다음 ‘일식당이나 하면서’ 가족들과 살겠노라고 기분 좋게 말했다.
“ 일식당이 만만한 일이 아니라는 것은 잘 알죠. 한국에서 거의 매일 밤샘 야근을 하고 이 눈치 저 눈치 보면서 살았어요. 식당에서 일하는 게 아무리 힘들어도 그보다 더 어렵겠어요? 한국에서 생활을 뒤돌아 보니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어른은 어른대로 지치고 피곤하게 살았더라고요. 여기 삶이라고 쉽고 행복하기만 하지는 않을 테지만 고생의 의미가 다른 것 같아요. 각오하고 왔으니 열심히 살아야죠. 내 잘못 때문에 혼자 고생을 한 아내를 생각하면 어떤 고생도 감수해야죠. 열심히 잘 살 겁니다.”
배우자 초청 서류 때문에 사무실에 방문한 김미영 씨의 남편도 악착같이 배수진을 치고 살 것 같았다. 두 사람은 아이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반지 하나씩 교환하는 조촐하지만 따뜻한 결혼식을 올렸다. 배우자 초청 영주권 신청을 하기 위해서 제출한 결혼식 사진에 나온 두 사람은 행복해 보였다. 두 사람은 다시 '서류상' 부부가 되었다. 김 미영 씨의 남편도 조만간 영주권을 받게 될 것이다. 그 남자가 일하는 일식당에 가서 초밥 세트나 회덮밥을 먹는다. 그리고 공짜 미소 수프를 한 그릇 더 ‘서비스’로 얻어먹는다. 어느 날“ 캐나다에서 음주 운전하면 영주권 받은 다음에도 추방당할 수 있다"라는 얘기를 했더니
“제가 술을 많이 마시면 자꾸 운전을 하고 싶어 져요. 일종에 정신병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술을 조금만 마시면 괜찮은데 한두 잔 마시다 보면 양 조절이 안되더라고요. 젊을 때부터 그렇게 마셔 버릇해서 그런가 봐요. 많이 마시게 되면 무슨 짓을 하는지도 알 수 없는 지경이 되고 그래서 아예 술을 입에도 안 대기로 했어요. 저 잘하고 있어요..”라고 하면서 웃었다.
음주운전을 비롯한 신호위반, 어린이 보호 구역 내 사고, 중앙선 침범, 불법 유턴, 과속, 무면허 운전 등으로 사고를 냈다면 캐나다 이민법상 중대 범죄에 속한다. 그런 사고를 낸 이력이 있다면 10년이 지난 시점 이후라고 하더라도 사면 복권 신청을 해야 한다. 경미한 상해 범죄라고 하더라도 ‘위험한 운전(Dangerous Driving causing bodily harm)으로 간주되면 사면 복권을 받지 못할 가능성도 매우 높다. 캐나다 시민권이 없이 영주권이나 학생비자, 취업 비자 등으로 체류하다가 캐나다 내에서 같은 사고를 냈다면 추방당할 가능성도 매우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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